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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우리 문화와 함께하는 반려식물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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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가족 간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고 산책 등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증가해 관계도 깊어진다. 단순한 ‘애완’을 넘어 삶의 단짝인 ‘반려’가 되는 것이다.

 

‘반려’는 동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식물까지 확대돼 ‘반려식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비를 맞으며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반려식물을 들이기에 좋은 때다.

 

정성스럽게 돌보고 교감하는 반려식물은 실내장식을 넘어 삶에 녹색 숨결을 불어넣는다. 반려식물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조상의 삶과 지혜가 담긴 민속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민속식물은 조상들의 일상과 정서, 신앙에 뿌리내린 식물이다. 쑥, 감나무, 대나무, 매화, 도라지 등은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문화와 정신의 상징이다. 단오절에 나쁜 기운을 쫓던 쑥, 정절과 절개의 매화, 청렴과 강직의 대나무, 약이자 나물이었던 도라지는 우리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민속식물을 키우면 단순히 보기 좋은 초록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식물’로 더 깊은 의미를 느낀다. 쑥잎을 보며 조상의 지혜를 떠올리고 매화가 피는 것을 보며 인내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이는 자녀들에게 전통과 정신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교육의 기회가 된다.

 

민속식물은 우리 기후와 환경에 잘 적응해 키우기 쉽다. 감나무와 대나무는 정원이나 베란다에서, 쑥과 도라지는 화분에서 무리 없이 잘 자란다. 익숙한 향과 모습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외래 식물에 비해 더 큰 교감과 만족을 안겨준다.

 

지속가능성, 지역성, 정체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민속식물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다시 우리 삶으로 들어와 미래세대와 소통하는 문화적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정성 들여 키운 쑥 한 포기, 도라지 한 송이가 실내를 따뜻하게 밝히고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반려의 진정한 가치다.

 

이제 반려식물을 고를 때 단지 예쁘고 키우기 쉬운 식물을 넘어 우리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민속식물’을 선택해보자. 그 속에서 잊혀가던 전통을 되살리고 삶의 뿌리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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