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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금)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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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막는 사방댐… 설치 급급, 관리는 ‘소홀’ [집중취재]

해마다 수백억 들여… 수십개 증설, 지난달 수해 입은 가평 등 관리 방치
토사·자갈 뒤덮여… 제 기능 못해, 집중호우 반복에 산사태 우려 커져
道 “시·군 함께 복구방안 협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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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매년 수십개의 사방댐을 설치하며 산사태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유지·관리에는 소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6일 가평군 북면 목동리에 설치된 사방댐에 자갈과 토사가 쌓여 있는 모습. 윤원규기자

 

경기도가 매년 수백억원을 투입해 사방댐을 설치하고 있지만 부실한 관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가평 지역의 사방댐에서는 토사와 자갈 등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어, 산사태 발생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오전 가평군 북면 일대 한 산자락. 지난달 내린 폭우로 인근 마을 일대가 떠밀려온 나무, 바위 등으로 쑥대밭이 됐지만, 이곳에 설치된 사방댐은 자갈과 토사로 뒤덮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 주민 김성태(가명·68)씨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고 이날도 집중호우가 예보돼 불안하다”며 “그럼에도 경기도와 가평군은 댐을 덮을 정도로 쌓인 토사를 치울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북면 일대의 사방댐 역시 토사와 자갈이 뒤덮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경기 북동부 지역에는 시간당 30~5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졌고, 오후 5시 기준으로 포천, 가평, 의정부에는 각각 110.5㎜, 92㎜, 81㎜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또 산림청은 이날 오후 1시45분을 기해 가평과 포천 등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했다.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음에도 현장에선 사방댐 관리나 긴급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도내 설치된 사방댐은 총 1천50개에 이른다. 도는 지난 2021년 49개, 2022년 26개, 2023년 42개, 지난해 20개 등 매년 수십개의 신규 사방댐을 조성해왔다. 올해에도 18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0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개당 설치비는 2억~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사방댐들이 실제 자연재해 상황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방댐은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토사와 바위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일단 토사가 댐 내부를 채워버리면 추가 유입을 걸러낼 수 없다. 정기적인 준설과 점검 없이는 무의미한 구조물로 전락할 수 있다.

 

가평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사방댐 복구를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데,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국비를 신청해 확보하기까지 최소 두세달은 걸린다”며 “당장 조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가 사방댐 ‘개수 늘리기’에만 치중하고, 정작 설치 이후 관리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소속 이오수 의원(국민의힘·수원9)은 “사방댐은 산사태나 산불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시설이지만, 토사가 쌓이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며 “하지만 경기도는 사후 복구 지원이나 보상엔 적극적이면서도 예방 조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사방댐 관리 주체는 시·군이며, 도가 강제할 권한이 없어 예산 지원과 권고 수준의 행정지도만 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계기로 시·군과 함께 예방 강화를 위한 복구 방안을 협의하고,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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