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없는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가 공개하는 일제강점기 도보(道報)다. 도민이 자유롭게 보라고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접근 절차도 간단하다. 경기도 홈페이지에서 ‘뉴스→ 경기도보→ 일제강점기 도보’ 순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내용 파악이 어렵다. 전부 한자와 일본어다. 한자는 어렵사리 해석한다지만, 일본어까지 풀이하는 것이 고역이다. 혹여, 자료를 보려던 도민에겐 내용이 없는 ‘그림’이다.
공개된 일제강점기 도보는 1911년부터 1944년까지의 기록이다. 당시 경기도가 했던 다양한 행정이 적혀 있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라고 보기만도 어렵다. 토지 권리, 주요 인사 신상 등은 지금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해석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겨 놓았다. 당시 자료를 캡쳐하는 사진의 형태에서 그쳤다. 도민들이 불편해한다. ‘이럴 거면 올리지 말라’고도 한다.
경기도 관계자가 해명했다. “해당 사료의 양이 너무 많아 번역을 하는 것에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번역하기에 양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총 15권에 1권당 약 1천500~2천여 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정말 그런가. 정말 그냥 둬도 괜찮은가. 근대 경기도의 34년 기록이다. 일본 만행의 증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중요한 자료를 번역 없이 두는 게 맞는가. 무엇보다 손도 못 댈 방대한 양인지가 궁금하다.
승정원일기를 보자. 조선의 모든 게 기록된 사료다. 세계의 모든 역사 기록 중 가장 방대하다. 288년의 기록이다. 3천243권, 2억4천250만자다. 다 번역되면 63빌딩 절반 높이다. 그런데도 시작했다. 현재 63빌딩 3층 분량까지 왔다. 현재 속도면 앞으로 100년 이상 더 걸린다. 다행히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이 등장했다. 십수년이면 완역된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런 게 역사를 대하는 옳은 자세다. 전해진 기록을 보전하는 자세다.
경기도보는 15권이다. 1권당 1천500~2천여 페이지다. 절대로 손 못 댈 분량이 아니다.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물론, 가벼이 시작할 일은 아니다. 번역을 위한 장기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번역 작업을 위한 예산도 책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넉넉히 기다려 줄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10년 걸릴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가치 있는 일이다. ‘잊혀진 경기도 역사 34년’을 찾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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