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아파트 시세 정보 안내문 등을 붙이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등 담합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A아파트. 각 동의 엘리베이터에는 ‘실거래가 정보공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아파트의 평형별 최근 거래일과 실거래가, 최고가, 층 등을 명시했다. 또 비슷한 평형대인 주변 아파트 4곳의 거래금액과 최고가를 적고, 송도 내 최고가를 기록한 아파트와 층 수도 적어둔 상태다. 특히 부동산에 따라 거래가가 달라진다며 ‘부동산 선택에 신중하라’는 안내문도 함께 게시했다.
송도 내 다른 아파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B아파트는 3개월 전부터 엘리베이터에 평형별 거래금액과 계약일 등을 표시하고, 비슷한 평형의 다른 아파트 최고가 등을 적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입주민 커뮤니티 등에서는 시세보다 저가에 매물을 내놓는 특정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의뢰를 하지 말자는 담합 행위까지 등장했다.
C공인중개업자는 “집주인이 빨리 이사를 가야 한다며 시세보다 5천만원 낮은 매물을 올렸는데, ‘왜 집 값을 싸게 내놓냐, 당장 내려라’는 입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 광고를 내렸다”고 했다. 이어 “입주민 단체채팅방에서 이 부동산엔 가지 말라는 소문까지 퍼져 답답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정 공인중개사법상 담합을 통해 특정 공인중개사에 중개 의뢰를 하지 말라고 하거나,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게 유도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을 게시하는 건 그 이하로 팔지 말라고 하는 무언의 의사표출이기 때문에 실질적 담합 행위”라고 했다. 이어 “주택가격은 수요·공급 과정에서 형성돼야 하는데, 담합을 해 정해져있는 가치보다 가격이 높으면 버블을 형성하고, 시장의 가격 결정기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A, B아파트 관계자는 "정식 등록된 실거래가를 올려놓은 것 뿐"이라며 "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아파트들의 최고가를 명시해 비교하는 것은 담합 행위이며, 이를 통해 공인중개업자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위법”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행위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점검, 계도 등을 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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