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능력인사 수식어
[데스크 칼럼] 능력인사 수식어
  • 손일광 인천본부장 ikson@kyeonggi.com
  • 입력   2012. 08. 23   오후 8 : 37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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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관단체의 인사 발표에서 항상 뒤따르는 수식어는 ‘철저히 능력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단행된 송영길 인천시장 집권후반기 인천시 정기인사 때도 이 같은 수식어는 빠지지 않았다. 송 시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승진임용대상자들과 이례적인 개별면접을 실시했다.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송 시장의 의지라고 했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이번 인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승진 또는 핵심 보직을 받은 사람 중 소위 가신그룹 또는 동향이거나 집행부를 견제하는 시의회, 기자 등에 줄댄 흔적이 역력한 공무원들이 끼어있어 개별면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같은 지적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공무원은 이번 인사에서 지방 4급 승진 3년차만에 지방3급(부이사관)으로 승진한 A과장(서기관). 그는 송 시장이 인천시장에 당선되면서 관운이 뚫린 대표적인 케이스로,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행운을 누렸다. 행정직의 경우 4급에서 3급 승진시 소요기간은 평균 6년이지만 A과장은 3년만에 수십명의 고참선배들을 제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 국장자리를 꿰찼다.

이를 두고, 일부 공무원들은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라는 기준을 강조하며 특정인을 진급시키기 위해 그럴듯한 개별면담카드를 선보인게 아니냐”고 혹평했다.

여기에다 “A과장이 송 시장의 가신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그어느 인사때보다 로비가 치열했었다는 게 시청 안밖의 목소리다.

모 공무원은 어느 의원을 통해서 승진로비를 했다. 어느 의원은 누구를 밀었다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기업체나 인천지역 유력인사를 통해 로비를 벌인 공무원도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문이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는 것 같다.

한 공무원은 특정인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사례는 시청 직원들 상당수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뜸한다. 인사관련 정보전을 벌이며 각종 인맥을 동원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인사는 발표 직전까지 공개되어서는 안돼지만 각종 정보채널을 이용, 본인의 인사정보를 미리 확인한 뒤 원하는 자리가 아니면 각종 인맥을 동원해 인사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인사철만 되면 나도는 소문이라면 다행이지만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 인사권자가 한번쯤 챙겨봐야 할 부분인 듯싶다.

이 같은 사례는 아주 일부분으로, 예전에도 부지기수로 많았다. 능력과는 거리가 먼 사연(?) 있는 승진 사례는 넘쳐났다. ‘충성 서약’을 위한 독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얼굴도 여럿 떠오른다.

단체장이 ‘능력 인사’를 할 수 있는 비율은 20%를 넘지 않는다는 한 단체장의 고뇌 섞인 말이 기억난다.

선거에 필요한(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우선시해야 하고, 견제 세력들의 인사 청탁을 들어줘야 하기에 기관`단체장이 ‘능력 인사’를 할 여지는 거의 없는 셈이다. 때문에 많은 능력 있는 공무원들이 진가를 알릴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그동안 예상을 깨고 승진한 공무원들의 얘기를 종합해본다. “혈연, 학연, 지역 연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사권자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뜻을 이루려면 독대하는 자리를 가져야 합니다”, “조금 모욕을 당하더라도 비위를맞추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인사권자가 자신을 알도록 방법을 강구하세요”.

손일광 인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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