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의 돈대(墩臺)들이 폐허로 전락해 있다는 보도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국방 문화유산이다. 섬을 빙둘러 별자리처럼 포진한 성채들이다. 외세 침입에 대비한 최일선 군사 방어 기지다. 무려 54곳이나 된다. 실제 19세기 말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는 전쟁까지 치러냈다. 당대의 축성 기술은 물론 자연친화적 미학까지 갖췄다.
조선 숙종 때인 1679년 48곳의 돈대가 먼저 축성됐다. 1만6천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80일 만에 완성했다. 엄청난 돌을 선박으로 운송하고 갯벌에 목재를 깔아 옮겼다. 이후 추가로 6곳이 더 지어졌다. 1860년대 이후 외국 함선들과의 치열한 포격전도 벌어졌다. 병인양요(프랑스)와 신미양요(미국), 그리고 일본 운요호 침입 등이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돌아보지 않았다. 현재 많은 강화 돈대가 무너져 내린 채 돌더미로 구르고 있다. 한때 불을 뿜었던 포좌(砲座)도 텅 비어 있다. 접근로조차 잡초에 묻혀 인적이 끊겼다. 54곳 돈대 중 복원해 모양을 갖춘 곳은 겨우 9개 정도다. 월곶돈대, 계룡돈대 등이다. 여기서만 그나마 낮게 쌓은 담(여장)이나 포좌 등을 갖췄다. 여장은 없어도 흔적이나마 온전한 곳도 좌강돈대 등 16곳에 그친다.
강화군 길상면 동검도의 동검북돈대는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러나 안내표지판 하나 없다. 석벽은 무너져 내리고 면석은 흩어져 낙엽 아래 묻혀 있다. 국수산 자락의 석각돈대도 성벽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면석으로 쓰였던 원형 석재는 돈대 가는 길 계단으로 변했다.
송곶돈대는 기단부만 남은 채 사실상 폐허다. 택지돈대와 섬암돈대도 돌무더기만 뒹굴고 있다. 빈 터만 남았거나 안내판 하나 없는 돈대도 여러 곳이다. 접근로도 없이 쓰레기장으로 변한 돈대도 있다. 아예 저수지 밑에 잠겨버린 곳도 있다. 복원 작업을 한 돈대들도 문제다. 강화해협 해안도로변의 화도돈대가 그렇다. 기단 부분을 현대식 화강암으로 말끔하게 복원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더 원형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은 허물어져 빈 터인데...’ 노래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강화돈대는 국방력이 미약했던 조선조에서 그나마 한몫했던 안보유산이다. 섬 하나를 요새화하기 위해 작은 성채들로 해안선 요충지들을 이었다. 하나같이 훤히 바다를 조망하는 명승 고지에 있다. 관광자원으로도 유망하다. 바로 옆에 보물을 두고도 몰라본 것 아닌가. 강화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더 그랬나. 늦었지만 하루빨리 보전·복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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