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폭우, 천재지변 아닌 ‘인재’ 정부, 재생에너지 전환 촉진 위해선 성장보단 사람·삶·공동체 중시해야
연일 시시때때로 울리는 재난안전문자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뉴스를 통해 처참한 재난 현장이 비칠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어쩌면 현재의 재난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이들이 천재지변이라고 우격다짐으로 숨기려 하지만 굳이 그것이 인재라는 것을 감출 필요가 없는 시절이 됐다. 지구의 경고를 인지하고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고 인류사에 외침이 시작된 것이 30여년도 훨씬 지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와 그들은 무얼 했을까.
우리나라가 극한 폭염과 폭우에 시달릴 때 먼 나라 북유럽 핀란드는 폭염 아닌 폭염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평년 7월 일 최고 기온은 20도 안팎인데 7월 기온이 21일 연속으로 30도 넘는 것이 관찰됐고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동화 속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권고하거나 높은 기온으로 창궐한 모기의 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관리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가 겪는 고난의 행군일 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터 잡아 존재하는 모든 존재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 간 무한경쟁 속에서 싸워야 하는 정부는 이상적인 수단인 ‘잠시 멈춤’을 선택하기보다는 기후 위기의 대응책으로 화석발전원을 퇴출하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과정에서 이미 두 번에 걸쳐 국정 방향을 공개하며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인 횡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정책의 이행 속도는 의도와는 다르게 세상과 사람을 움직일 것이다. 결국 어쩌면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현재와 미래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각자도생해야 할 수도 있다. 에너지의 대전환보다 인간과 자연의 저항의 크기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미 가야 할 길은 분명하기에 새로운 시도와 함께 사람 사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보듬는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 국민주권 정부가 주창하는 소위 ‘에너지 고속도로’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되거나 다방향으로만 돼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마저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은 피해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설득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고민과 대안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을 위한 방향성보다는 사람의 온기를 감싸는 것을 우선해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도구를 넘어 존재로 자리잡은 인공지능(AI)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는 시절이지만 이것이 삶과 터전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언급한 것을 전제로 하며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다음의 원칙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시급성·충족성·정의성을 견지하고 국민 누구나 재생에너지 생산·이용의 주인을 지향하며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대전환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삶과 생활의 관계를 보완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역과 농촌의 소멸 위기의 대응을 중심으로 탈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민주성·공공성·지속가능성 담보를 통해 공동체 복지 증진과 사회경제연대의 가치 함양을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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