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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김상돈 ‘장미의 섬’
문화 문화일반

[그림 읽어주는 남자] 김상돈 ‘장미의 섬’

김정일? 맥아더 장군!… 분절된 우리시대의 삶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는 김상돈 작가의 영상 작품 스틸 컷이에요. 2009년에 그는 ‘장미의 섬’이라는 프로젝트 작품을 기획했어요. 영상을 비롯한 오브제 설치 작품이지요. 그 중 ‘기념비’라는 영상인데 예전의 브라운관 TV를 뒤집어 진 의자에 올려서 보도록 했어요. 그런데 그 영상의 장면 중에 지금 이 장면이 나와요.

 

장면의 앞뒤를 설명하면 황토 빛 노을을 배경으로 인천 자유공원에 서 있는 맥아더 장군상(1950년 당시 주한 UN군 사령관)이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요. 자유공원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저 멀리서 맥아더 장군이 등장하는데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그 상의 머리부터 기단까지 드러나는 상황이 연출되지요. 작가는 화면 가득 장군을 등장시킨 뒤, 그 상과 얼굴을 오버랩 시키며 이어지도록 편집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맥아더 장군의 얼굴은 다시 어떤 그림과 오버랩 되면서 또 이어져요. 바로 이 장면이죠. 이 그림에는 맥아더 장군상과 장군상의 얼굴과 누군가의 초상화가 세 겹으로 붙어서 보여요. 겹겹을 이룬 이 장면의 이미지는 아주 천천히 넘어가기 때문에 관람객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잔상이 남지요. 물론 그렇다고 장면이 멈추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이 그림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지지요? 사실은 저 초상화 또한 맥아더 장군이랍니다. 뭐라고요? 맥아더 장군의 초상이라고요? 에이, 놀리지 마세요! 딱 보아도 북한 김정일의 얼굴인데, 설마하니 농담이죠? 네, 맞아요. 저 초상화는 인민복을 잘 차려입고 인민군 모자를 쓴 선글라스의 김정일 장군이 아니라 인천상륙작전과 수도 서울수복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Douglas MacArthur, 1880~1964)이에요.

 

동상의 잔상이 아닌 저 초상화의 실체는 인천의 어느 무당집에 걸린 ‘무속신’으로서의 ‘맥아더 장군님’이랍니다. 과거 위대한 장군들이 모속신으로 둔갑해서 모셔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근대 서양의 장군이 토속적 무속신앙의 신으로 둔갑한 경우는 참 희귀한 일이에요.

 

김상돈 작가는 우리 근현대의 삶에서 이처럼 무언가 초우주적이고 비현실적인, 그러나 그것으로서 비정상성의 근대적 황홀경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제작해 왔어요. 식민지 이후, 해방과 광복의 순간들로부터 폐허의 전쟁을 겪고 다시 근대화와 도시화,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삶은 불연속적인 분절을 너무 많이 보았던 것 같아요. ‘장미의 섬’은 그런 분절들 사이에 여전히 떠 있는 섬일지 몰라요. 아직, 상륙도 수복도 없는 근대적 공간의 어디에.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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