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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박선구 대한스포츠지원사업단 의료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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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박선구 대한스포츠지원사업단 의료지원단장

“스포츠 강국 이끄는 스포츠의학… 대한민국 브랜드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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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가 국제 스포츠 경쟁력에 있어서는 세계 수준이지만, 아직까지 의료지원이나 유망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은 많이 미약합니다. 이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선수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 체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활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한 양ㆍ한방 복수 의사면허 소지자로서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수단 주치의로 활동한 것이 인연이 돼 운동선수들을 지원하는 단체까지 설립한 박선구(53ㆍ광화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스포츠지원사업단 의료지원단장은 재능 있는 꿈나무 선수들에 대한 ‘건강이력제’ 도입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케어를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포츠는 단순한 사회의 한 분야가 아닌,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스타선수 한 명이 이뤄내는 국위 선양 및 국가 브랜드 제고는 중소기업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의료지원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이들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의료지원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 단장을 지난 8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용인 러스크병원에서 만나 우리 체육의 의료지원 현실과 의료지원사업단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Q 대한스포츠지원사업단은 어떤 단체인가.

A 첫 출발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주치의로 갔을 때 600여 명에 가까운 취재진들이 장염과 부상 등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선수단에 비해 의료 케어가 안되는 것을 봤다. 하지만 그들은 선수촌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코리아하우스나 선수촌 입구 등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옷으로 가린 채 주사를 놔주기도 했다. 

그들이 맡은 역할이나 홍보 등의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싶어서 귀국 후 지원단체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대한스포츠미디어지원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가 전반적인 스포츠사업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아 ‘대한스포츠지원사업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Q 사업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단원들 구성은.

A 의료지원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다문화 가정 스포츠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 한 지방에 있는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스케이팅에 기량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힘들게 운동을 하고 있었으나, 결국 운동을 포기해야 한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이런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40여명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데 의사는 물론, 언론인, 회계사, 변호사,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적극 참여해 주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 많은 인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앞장설 생각이다.

 

Q 단장께서는 배드민턴과 올림픽 대표팀 등 주치의를 여러 차례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리우 올림픽 때 같은 국가대표인데도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의료지원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봤다. 대표적인 예가 육상 경보 종목 선수들이 촌외 훈련을 하면서 전혀 의료지원이 없었다. 이유를 물으니 ‘모르겠어요. 저희는 참가에 의미가 있는거 같아서 그런가요?’라고 웃더라. 같은 국가대표지만 종목에 따라서 차별받고 있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스포츠라는게 모든 종목이 뜻과 의미가 있는 것인데…. 두 번째는 배드민턴 꿈나무 선수의 동계 훈련에 갔더니 한 중학교 선수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훈련을 받았다. 무릎을 보니 물이 꽉 차있는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훈련하면 무릎이 완전 망가질 수 있는데 시ㆍ도를 대표해서 나오다보니 아파도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우리 스포츠계가 성적 지상주의로 흐르다보니 어려서부터 잘 하는 선수들을 더 잘 보호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Q 재활 전문의로서 우리 스포츠계에 조언하고픈 말은.

A 스포츠 의료지원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몸에 테이핑을 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는 테이핑을 하는 것을 봤다. ‘어디서 이런 테이핑을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왔단다.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혀 비효율적인 테이핑인데 지도자들이 단지 경험만으로 선수들에게 테이핑법을 전수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운동 선수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전수하고, 의료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도 스포츠의학 지원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스포츠운동의학회’ 등도 이런 맥락에서 구성된 단체다. 하지만 의료진 대부분이 바쁘다보니 참여가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지원이 뒤따라줘야 한다. 특히, 고가의 의료장비에 소모되는 소모성 재료 지원 등은 정부나 체육회 등이 해줘야 선수들이 보다 퀄리티 있는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의료진들의 도움을 이끌어내고자 ‘열린의사회’ 회장님을 이사로 모셨다. ‘열린의사회’는 의사는 물론, 물리치료사, 간호사 이런 의료진 분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체육계 지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Q 화제를 바꿔 단장께서는 양ㆍ한방 복수의의 독특한 이력을 지니셨다. 그리고 스포츠재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A 재활의학을 전공한 양의로서 처음에는 상충되는 한의학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한의원에 갔다가 오는 환자들에겐 ‘다 치료하고 오시라’고 돌려보내기도 했었는데, 개원의 때 노인 환자 한 분이 약물과 물리치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치료해도 머리를 떨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봤다. 대학병원 교수님들과 상의를 해서 치료를 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후 며칠동안 보이지 않던 그 분이 내원하셨는데 머리를 떨지 않으셨다. ‘한의원에서 침 한번 맞으니 나아졌다’고 했다. 그 때 충격을 받고 그 한의원을 찾아갔더니 우리 병원 환자분들이 꽤 있었다. 고민 끝에 ‘의사로서 조금이라도 치료를 더 잘 하려면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서른여덟의 나이에 잘 운영되던 병원을 접고 한의대에 입학했다. 

주위에서는 모두 저를 미쳤다고 했는데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또한 스포츠재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의료 수요의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못살던 때는 목숨을 건져내야 된다는 생각에서 관련 의학과가 활성화 됐지만, 지금은 주로 삶의 질에 대한 의료 분야가 관심사다. 예전에는 일하다 다치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상해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운동 선수들을 접하면서 그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시작했다.

 

Q 최근 경기도와 장애인체육 의료지원에 대한 협약을 맺었는데.

A 사실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비장애인 체육의 인기 종목은 굉장히 열광하지만 장애인체육에 대해서는 장애 등급이나, 유형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은 스스로 스프츠의 가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그를 뒷받침할 의료는 필수적이다. 

기구 하나도 자기 몸에 맞춰야 하고, 또 의료비도 많이 들어가는 등 어떻게 보면 힘겹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다. 앞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 선수들, 특히 후천적 장애로 인해 큰 상실감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

 

Q 앞으로 의료지원단에서 어떤 일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인가.

A 스포츠 스타 한 명이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 그런 훌륭한 선수들을 어린시절부터 보호하고 의학적인 ‘건강이력제’ 같은 것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틀을 다지고 싶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국가대표로 뽑힐 확률이 80%라고 한다. 

따라서 꿈나무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 등을 의학적으로 찾아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음식 섭취에서부터 영양관리, 과학적인 훈련방법, 테이핑, 의학처방 등을 갖춰 ‘움직이는 중소기업’인 스포츠 스타를 육성하는 데 의학적인 지원 뿐 아니라 경제, 인적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도 이뤄내고 싶다. 아울러 의료관광과 한국적인 스포츠 인프라를 접목한 스포츠 의료 목적관광을 이뤄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황선학기자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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