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아동학대를 강력히 처벌하고 그중에서도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엄히 다스리는 것은,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속 상흔이 아이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서적 학대는 성장과정 내내 아이를 괴롭히고, 그 이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했다.
최근 대법원은 만 2세의 아이들을 ‘찌끄레기’라고 불러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보육교사들이 생후 29개월 된 유아에게 “아휴 찌끄레기 것 먹는다” 혹은 “너는 찌끄레기”, “빨리 먹어라 찌끄레기들아”라고 말하는 등 모욕적인 표현을 한 점은 분명히 하지만 만 2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잘 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찌끄레기란 ‘찌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사람에게 찌꺼기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모욕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아는 찌끄레기라는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므로 정신건강의 위해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시대로라면, 잘 모르는 외국어로 욕설을 해도, 상대방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못 알아듣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이야기는 아이들을 인격체가 아닌 사람 형상의 무언가로 보는 것과 같다.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될 아이들에게 ‘찌끄레기’라는 막말을 일삼은 보육교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앞으로 보육현장에서 벌어질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이렇듯 현실과 법은 때때로 큰 괴리를 보인다. 단돈 2천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버스기사는 17년간 아무런 문제도 없이 성실히 근무해 왔음에도, 법원으로부터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아야 했다. 법원은 2천400원을 횡령한 게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라고 했다. 이에 반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한 대기업 총수는 36억원의 뇌물 혐의가 인정되었음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반인이라면 몇 천만원의 뇌물만 받아도 실형이 나오는 현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법이 아닌 사람의 문제다. 국민이 법에 대해 불신을 가진 것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동시대를 사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라도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는 법집행이야말로 진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찌끄레기’ 막말을 한 보육교사들은 분명 법적으로는 무죄를 받았다. 그리고 무죄를 선고받는 순간 대다수 평범한 국민은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축하한다. 찌끄레기들아!”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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