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인물들 브라운관 ’점령’

최근 실존 인물들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역사 속 인물이었던 ‘정난정’을 ‘천하’에 알린 SBS ‘여인천하’나 KBS ‘명성왕후’, 사상의학을 정립한 한의학자 이제마를 다룬 KBS ‘태양인 이제마’, 김두한의일대기를 그려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야인시대’까지.

여기에 MBC ‘어사 박문수’와 KBS 100부작 특별기획 ‘장희빈(가제)’이 내달 합류할 예정이어서 한동안 브라운관은 실존 인물들의 활약상으로 넘쳐날 전망이다.

11월 25일 첫 방영될 16부작 월화드라마 ‘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시대 탐관오리를 숙청하고, 백성을 구제하는데 힘을 쏟았던 남도 어사 박문수의 삶을 그린다.

MBC는 80년대에도 사극 ‘암행어사’를 수년간 방영해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당시에는 탤런트 이정길이 ‘마패’를 손에 들고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암행어사’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준상이 ‘박문수’역으로 출연하며, 임지은과 한혜진이 그와 로맨스를 이룰 여인으로 등장한다.

정인 담당 PD는 “전부 꾸며낸 이야기였던 과거 ‘암행어사’와 달리 이번에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박문수의 삶을 형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는 톱스타 김혜수, 전광렬을 기용한 ‘장희빈’을 통해 과거에 ‘요부’혹은 ‘독부’로 그려졌던 장희빈을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재조명할 예정.

방송 관계자들은 “실존 인물을 다룬 드라마치고, 흥행에 실패한 예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사극 붐의 원조격인 KBS ‘태조 왕건’을 필두로 MBC ‘허준’, 현재장안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야인시대’의 인기가 이를 입증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193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배우 황철과 차홍녀를 다룬 KBS ‘동양극장’이나 MBC ‘홍국영’등은 방영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쫓아가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 요소가 많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쓰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트렌디 드라마의 대부분이 서사적 구조가 취약한 데다 ‘콩쥐 팥쥐’ ‘신데렐라’ 식의 뻔한 구도로 이뤄져 있어 시청자들의 식상함을 자아내고 있는 점도실존 인물을 다룬 드라마 붐에 일조했다.

그러나 새로운 소재를 찾기보다 시청률이 보장된 안정된 소재만 다루려는 제작진의 안일한 기획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제작된 지 불과 7년도 안된 ‘장희빈’을 다시 극화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먹기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은 것.

이에 대해 제작 관계자는 “‘춘향전’이 숱하게 제작돼온 것처럼 명작은 두고두고 반복되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최근 드라마들이 실존 인물을 극화하면서 지나치게 미화한다거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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