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비교 시점] '왕이 된 남자' 이헌, 그리고 광대 하선

'왕이 된 남자' 포스터. tvN
'왕이 된 남자' 포스터. tvN

지난 7일 첫 방송된 tvN '왕이 된 남자'는 앞서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승정원일기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光海 100卷 8年 2月 28日)의 한 구절을 통해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덧댄 작품이다. 이에 여진구 주연의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왕과 광대를 전지적 시점으로 비교한다.

# 임금 이헌(여진구)

'왕이 된 남자'. tvN
'왕이 된 남자'. tvN

이헌은 이미 작중에서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생모는 목숨을 잃었고, 부왕은 총애하는 후궁을 죽인 놈이라며 이헌을 미워하고 멀리했다.

이헌은 도승지 이규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 사람을 갈구하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이규의 강력한 추천으로 유호준의 여식 소운을 세자빈으로 맞아들이면서 이헌의 삶은 비로소 온전해지는 듯했다.

부왕이 병환으로 자리를 보전하면서 경인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이헌은 이규와 부원군 유호준의 조언을 받아 신치수의 손을 잡고 놀라운 속도로 경인대군과 그 외척 세력을 무너뜨리고 용상에 올랐다.

용상에만 오르면 모든 고통을 잊고 성군이 되리라 다짐했던 지난날들은 오로지 중전 소운을 만날 때만 떠오르는 희미한 기억이 된 가운데. 소운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자책감과 여전히 소운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지아비이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이헌과 소운의 관계는 어긋나고 망가져갔다.

스스로도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이헌 앞에 한줄기 빛처럼 하선이 나타났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음성. 이놈이 내가 짊어진 고통과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천한 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 광대 하선(여진구)

'왕이 된 남자'. tvN
'왕이 된 남자'. tvN

하선은 임금 양반 두려워 않고 노는 광대다. 그런 그는 측근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이헌과 닮았다. 하선은 우연한 기회에 도승지 이규를 만나 계약을 맺고 가짜 임금 노릇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왕이 된 남자' 3회에서 하선이 동생 달래(신수연)에게 몹쓸 짓을 한 원수 신이겸(최규진)을 향한 복수를 조건으로 내걸고, 이헌을 대신해 본격적으로 가짜 임금 노릇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힘을 가진 자들이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벌이는 아귀다툼 속에 내던져지고 천한 광대로 살면서 몰랐던 진정한 두려움을 배우게 된다.

하선은 하루 먹을 것 걱정하며 살던 광대다. 더불어 이헌은 단순히 자리를 물려받아 임금이 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많은 역경과 희생을 치른 인물이다. 때문에 갑자기 용상에 앉게 된 하선에게는 궁의 생활이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없다. 더불어 그를 돕는 도승지나 조내관 또한 고군분투한다.

# '왕이 된 남자'

'왕이 된 남자'. tvN
'왕이 된 남자'. tvN

사극이라는 장르가 역사를 토대로 그려지는 창작물이기에 역사의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 때문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야기의 중심을 '광해'가 아닌 '왕이 된 남자'인 광대 하선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여기에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원작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제목에서부터 tvN 드라마는 '광해' 부분을 덜어냈다.

실제 역사와 밀접했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는 다르게 '광해'를 기반으로 하되 새로움을 첨가한 임금 캐릭터 '이헌'을 탄생시켰다. 먼저 임금 이헌의 광기 어린 모습이 강화되며 대척점에 있는 광대 하선의 밝고 해맑은 면모가 한층 강조했으며, 영화를 16부작의 드라마로 각색하면서 로맨스가 강화했다.

한편, 하선은 중전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왕으로서 연기를 하고 있는 자기 자신과 이헌이다. 그녀의 정인은 이헌이었고,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하선은 이헌의 가면을 벗을 수 없다.

'왕이 된 남자' 4회는 오늘(15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장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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