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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최고] 파주 문산수억高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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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최고] 파주 문산수억高 오케스트라

“나라·언어 달라도… 음악으로 우린 하나”

음악은 전 세계인들의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서로 다른 문화를 하나로 묶는 공통 언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탄소년단(BTS)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0년 한국어 곡인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비영어 곡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데뷔하자마자 1위로 직행한 것은 ‘라이프 고스 온’이 처음이었다. 방탄소년단처럼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또 다른 명사가 있다. 파주 문산수억고등학교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무력감을 느끼는 세계인들을 위해 파주 문산수억고는 5대륙•9개국•16개 도시•학생 105명과 함께 온라인이라는 무대에 올라 지휘봉을 잡았다.

 

■ 문산수억고 세계로 나가다

파주 문산수억고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베토벤이 역경 속에서 기쁨을 바라며 쓴 ‘환희의 송가’ 협연이었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5개월간 준비한 오케스트라 협연은 같은 해 11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협연 동영상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고, 학생들의 연주로 위로 받았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학생들의 감동적인 연주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거대 프로젝트를 기획 및 지도한 서현선 교사(34)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 나라마다 오케스트라가 있는 학교를 소개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협주에 함께할 단원들을 모을 수 있었다.

서 교사는 협주곡 콘서트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편곡을 했고, 학생마다 실력이 달라 악기별로 여러 버전으로 악보를 만들었다. 이후 음원을 각 나라 학생들에게 전달한 뒤 녹음을 진행했고, 연주는 담당 교사들의 지도 하에 이뤄졌다.

이렇게 녹음된 음악은 파주 문산수억고에 전해져 퍼즐처럼 한 조각씩 맞춰졌고, 방송부 학생들의 편집과 서현선 교사의 노력 끝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환희의 송가’가 탄생했다.

■ 동·서 하나된 아리랑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 서현선 교사 손끝에서 태어난 아리랑은 동서양 악기가 하나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낸다. 이 악보에 맞춰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넘게 악기를 다뤄온 미국, 일본 등의 학생들은 온라인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연주했다. 2차 ‘환희의 송가’ 협연 이후 진행된 3차 연주회는 인류 보편의 다양한 주제를 담고 지극히 단순한 곡조와 사설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리랑의 매력을 전 세계에 선사했다.

즉흥적인 편곡과 모방이 가능하고, 함께 부르기가 쉽고, 여러 음악 장르에 자연스레 수용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아리랑 곡조에 바이올린, 플룻, 트럼펫, 가야금 등 동서양 악기가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

서현선 교사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온라인 협주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던 와중 세계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을 열게 됐다.

지난해 2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열린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는 인도네시아 학생 4명, 미국 학생 4명, 문산수억고 학생 10명 등이 참여했다. 지도자로는 성재창 서울대학교 관현악과 교수, 성기선 이화여자대학교 지휘과 교수가 나섰다. 학생들은 교수에게 한 사람당 30분씩 레슨을 받았다.

직접 레슨을 받은 학생 외에도 캐나다 등 여러 국가의 학생들이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를 참관하기도 했다. 당시 클래스에 참여한 한 학생은 “평소에 만나기 힘든 대가들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과정이 감격스러웠다”며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큰 동기 부여를 받았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 기획자인 서 교사는 “코로나19로 예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수업이 무엇인지 연구하다가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매우 기쁘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사는 올해에도 학생들을 위해 거장들과의 또 다른 만남을 준비 중이다.

■ 음악 입문자 누구나 오케스트라

파주 문산수억고의 오케스트라는 타 오케스트라와 다른 점이 있다. 계이름을 모르는 입문자도 단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60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선배와 후배 단원 간 소통과 서 교사의 지도 하에 운영되고 있다. 실력이 부족한 단원들이 있으면, 선배 단원과 서 교사가 직접 가르치고 이끌고 있다.

서 교사는 “방과후 또는 토요일에 모여 연습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오케스트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 평화와 화합이라는 주제로 4차 연주회를 준비 중에 있다”며 또 다른 감동의 무대를 예고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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