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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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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위기의 예술인, 복지 넘어… 사회·권리보장에 온 힘”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0년은 예술인 복지정책의 주춧돌을 마련한 시기”라며 미래 10년을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0년은 예술인 복지정책의 주춧돌을 마련한 시기”라며 미래 10년을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던 고(故) 최고은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생활고에 시달린 예술가의 현실에 세상은 충격에 빠졌고 이듬해 예술인복지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탄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팬데믹은 문화예술인들을 더욱 위기로 내몰았다. 예술인과 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이에 대한 해답을 듣고자 지난 15일 박영정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61)를 만났다. 박 대표는 예술인복지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 재단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재단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10년 전 출범 시기와 달리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예술인의 위기가 심화되었고, 그에 따라 재단에 대한 예술계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한 고민 속에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Q.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다. 어깨가 여러모로 무겁겠다.

A. 지난해엔 코로나로 추가경정예산이 긴급 편성되면서 그야말로 긴급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위기에 놓인 예술가들을 위한 복지재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고 크게 요구됐다.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일단 재단이 문을 닫지 않는 것, 멈추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급하게 재단을 찾는 예술인들이 하루에 100명에 이르기도 했다.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 해 문을 닫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새로 편성된 사업을 빈틈없이 운영해 나가려 애썼던 것 같다.

 

Q. 오는 11월이면 재단이 설립된 지도 10년을 맞는다. ‘불완전’이라는 평을 받으며 문을 열었는데, 지난날을 평가한다면.

A. 지난 10년은 ‘예술인 복지 정책의 주춧돌을 마련한 시기’다. 10년 전만 해도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예술계 내에서는 예술인복지법에 고용보험제도가 빠져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다. 어쨌든 2012년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재단이 출범했다. 이때만 해도 예술계 내에서 조차 ‘아주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복지하는 곳’, ‘나와 상관없는 곳’으로 인식했다. 기대치도 낮았다. 그런데 팬데믹은 모든 예술가를 위기에 놓이게 했다. 최소한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예술인 복지법이, 재단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대응이 쉽지 않았을 거다. 최소한의 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확대편성을 하면서 예술인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는 예술인창작준비금,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등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재단 설립 이후 예술인의 복지와 관련된 이슈와 권리 등이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됐는데.

A. 예술인복지법 제정 당시 주요 이슈였던 예술인 복지금고(예술인 생활안정자금)와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10년에 걸쳐 마련됐다. 특히 오는 9월 시행될 예술인권리보장법 만들어지면서, 협의의 예술인 복지개념이 적극적인 의미의 권리보장으로 구축됐다. 아직 결과는 그 의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정책을 만들었다는 제도적 측면에서 10년 사이에 상당히 진보한 거라 생각한다.

 

Q.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각 지자체, 광역, 기초 단위에서도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조례와 여러 지원 사업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지점인 듯 하다.

A. 이는 코로나로 가속화 됐다. 광역문화재단에는 복지센터 팀이 생겼다. 과거에는 없던 예술인의 삶에 직접 대응하는 지원체계가 법이나 사업, 조직체로 지역에 다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분명 새로운 환경이다. 10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된 상황과 지역 단위에서 예술인 복지정책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 협력체계를 어떻게 만들지 비중 있게 고민하고 있다. 지역에서 예술인 복지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재단과 지역문화재단의 협력 방안을 촘촘히 잡아나갈 계획이다.

 

Q. 사실 자유업인 예술인과 제도 안에 있는 복지, 이 두 가지 키워드를 한 데 묶기가 참 어렵다. 이렇다 보니 재단의 역할과 사업을 풀기도 어렵고 예술계에서도 아쉬움과 비판이 따른다.

A. 맞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자유롭고 규제도 안팎으로 자율적인 영역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복지는 제도 안에서 설계 해야 한다. 아무리 사회보장제도를 두텁게 한다 해도 ‘어디까지 예술인으로 볼 수 있느냐’가 또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고용보험도 미뤄진 거다. 지금은 계약서를 기반으로 해서 나름대로 제도 안에 포섭된 성과를 이뤄냈다. 예술활동증명제도는 자유로운 예술을 제도의 틀로 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재단의 주요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증명해주는 제도다.

 

Q. 말씀하신대로, 예술활동증명제도에 대해 얘기해 보자. 최근 코로나로 수요가 급증했고, 말도 많다. 예술인의 활동을 어디까지 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느냐이다.

A. 오해가 조금 있다. 예술활동증명제도가 있지만 등록제도는 없다. 현재 대한민국 안에서 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예술활동증명을 발급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다른 직업군보다 열악하기에 최소한 권리 보호, 복지를 해나가기 위해서다. 분명한 것은 ‘활동 증명 밖’에 있어도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을 더욱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점을 알고 있다. 이를 반영해 올해 예술활동증명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하반기에는 발전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 본다.

 

Q. 코로나로 예술가들의 어려움이 커진 만큼, 재단의 역할도 상당히 커지고 업무도 늘었을텐데.

A. 단적으로 예술활동증명은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했다. 신청이 폭증하다보니 재단에서 예술가들이 원하는 시간 내에 제때 발급하기가 어렵다. 예술인들은 신청을 하면 곧바로 증명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정된 인력에서 하다 보니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예술인은 2019년 6만 8천564명에서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9만 8천582명, 지난해 12만 9천540명을 기록했다. 한정된 인력에서 물리적으로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각 지역에서 예술인 복지와 관련한 여러 사업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활동증명 수요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한 안정화 되도록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

 

Q. 출범 10년, 성인이 되는 시기를 맞았다. 재단의 고민과 비전이 궁금하다.

A. 올해 키워드는 ‘회복과 전환’이다. 예술 생태계 회복을 돕는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코로나로 예술가들의 사회적 취약성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술인의 복지 권리는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사회가 나서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는 걸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증명해줬다. 재단 내에서는 기존 10년 전 관점에서 설계됐던 재단의 사업과 각종 기준을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예술인 수요자들의 니즈에 맞게 발전시키려 한다.

 

Q. 미래를 위한 비전,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

A. 투 트랙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10년은 예술인 복지지원에서 권리보장으로 확장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문체부에서 예술인정책 기본계획을 올해 발표할 예정인데, 1차 5개년 계획에 앞으로 5년 간 정책 방향과 비전이 들어있다. 재단에서도 역시 이에 발맞춰 업그레이드 된 사업을 할 예정이다. 권리보장 부문은 재단에서 그동안 신문고 사업 등을 해왔지만, 수단과 기능, 역할 등에 한계가 있었다. 9월 법 시행 이후 법률 지원 등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 등이 본격화 될 거라 본다. 내년에 문체부와 재단의 역할이 서로 적절하게 잘 맞물려지면 복지지원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권리보장 3가지 트랙이 체계화 되어 가지 않을까. 또 예술인활동증명에 관한 용역이 나오면 그것을 현 시대에 맞게 예술인 수요를 반영한 기준, 또 효율적으로 발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여기에 최선을 다해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예술인들의 ‘친구’에서 예술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잘 써먹을 수 있는 재단이 되기 위해 사업에 맞는 내외부 지원과 예술인들의 관심, 지지도 필요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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