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경기인터뷰]고은옥 퍼스트그룹 회장
정치 경기인터뷰

[경기인터뷰]고은옥 퍼스트그룹 회장

국내 첫 ‘여성경호’ 전문… 10년 ‘실전’ 바탕으로 해외시장 도전

우리 주변에는 늘 삶이 힘들고,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편하다는 이유로 현실의 삶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도전의 쾌감과 가치를 찾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평범한 삶을 거부한 채 미개척 분야에 뛰어들어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던져주곤 한다.

지난 7일 오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빌딩에서 국내 최초의 여성경호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퍼스트그룹의 고은옥 회장을 만났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4개의 법인을 거느린 회장이라면 중년을 넘긴 나이에, 경호회사 대표라면 건장한 체격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근육질의 남성으로 생각하겠지만 고 회장은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젊은 여성 CEO였다. 올해 35세인 고 회장은 170㎝가 넘는 늘씬한 키에 커트머리와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해맑은 미소가 넘쳐흐르는 흡사 ‘모델’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태권도 5단, 경호무술 4단, 용무도 4단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겸비한 그녀의 이름 앞에 항상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은옥 회장으로부터 남다른 DNA를 가지고 항상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여성으로 경호원이 된 계기와 세계 최초의 여성전문 경호업체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초ㆍ중학교 때 태권도 선수를 했다. 원래 꿈은 여군 장교나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 혼자 딸 셋을 키우셨기 때문에 수능시험이 끝난 후 학비 마련을 위해 차선책으로 아르바이트 경호원을 하기위해 경호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 때마다 “여자는 필요없다”고 거절당하면서 교육 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졸라서 여성 최초로 경호협회서 경호교육을 받은 후 현장업무를 시작했다. 2000년도 초반에는 국내 여성 최초로 사설탐정으로 활동했다. 초창기에는 선행 사례가 없는데다 여성 선배들이 없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당시는 여성 경호원의 취업이 어려웠다.

전문 여성 경호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스물 다섯살에 7년간 모아온 적금과 보험에 여성가족부에서 우여곡절 끝에 일부 자금을 지원받는 등 1억원으로 2003년 11월 여성전문 경호업체로는 최초로 경찰청 허가를 취득, 여성 경호법인인 ‘(주)퍼스트 레이디’를 만들게 됐다. ‘퍼스트 레이디’는 최상급 여성 경호인들이 각계 각층의 최상급 여성 의뢰인을 ‘영부인’처럼 모시겠다는 생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Q. 창업 당시만해도 여성 경호의 수요가 많지 않았을 텐데, 초창기 사업은 어떻했나.

A. 초창기 멤버들은 특수부대 출신, 선수출신, 경찰, 경호학과 출신 등 화려했다. 초창기에는 연예인이나 특정 계층들의 경호가 주 임무였지만 여성 CEO나 일반인들의 해외여행길에 수행하는 일 등이 늘어나면서 ‘생활 경호상품’을 패키지화 해 2004년 국내 최초로 TV 홈쇼핑에 경호상품을 내걸어 불과 1시간 30분만에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게 됐다.

이를 계기로 판로가 열려 일본 후지TV와 NHK 등에 진출하게 됐으며, 같은 시기에 중국시장도 개척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여성 경호원만 있고 여성만 경호하느냐’는 지적에 따라 ‘반쪽영역’의 의미가 있는것 같아서 남성 경호원도 포함된 ‘퍼스트시큐리티’와 건설ㆍ건물 관리ㆍ청소용역 등을 담당하는 ‘퍼스트산업개발’을 창업해 그룹으로 변모하게 됐다.

‘퍼스트시큐리티’를 만들면서 이제 ‘퍼스트레이디’는 여성 관련 경호원 교육과 양성ㆍ파견을 하고, 여성범죄예방, 피해자지원 등의 업무만 하고 있다. 올해는 여성 경호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여성경호인협회’를 창설해 회장을 맡고있다.

 

Q. 경호원으로 활약하려면 무술 유단자 등 여러가지 조건이 있을 것이다. 여성 경호원이 갖춰야 될 기본적인 자격 조건은 무엇인지.

A. 남성 경호원들은 일정의 무술 유단 자격만 갖추면 되는데 반해 여성 경호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인성과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 의뢰인을 대상으로 경호를 하다보니 화장실 등 남성 경호원들이 출입할 수 없는 동선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1인 다역을 소화해야 남성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운전은 기본이고, 비서업무와 통역, 워드프로세스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만 여성 경호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 나부터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만도 비서ㆍ컴퓨터ㆍ무선기사ㆍ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 등 20개가 넘는다.

남성 경호원들과는 달리 여성 경호원들은 여러가지 자격증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 경호원에게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과 섬세함, 인성이 갖춰져야 한다. 경호원은 ‘보고, 듣고, 말하지 않는다’는 업계 불문율이 있다. 입이 무거워야 하는 것은 경호원의 필수 조건이다.

Q. 경호원으로 활동하면서 경호한 주요 인사들도 많을 테이고, 잊지못할 의뢰인들도 많았을 텐데 소개좀 해 달라.

A. 제가 경호한 요인들 중에는 고르바쵸프 전 소련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할리우드 배우인 톰 크루즈 등 외국 VIP들을 많이 경호했었다. 고르바쵸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 개개인의 식사여부 등을 챙기는 등 자상한 분으로 기억이 난다. 라이스 장관은 광장한 카리스마를 지닌 분으로, 이 분들을 경호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반면, 제가 법인을 차리기 이전 프리랜스 시절에 돈 많은 부유층 주부가 자녀들을 대동해 제주도를 방문, 24시간 밀착 경호를 했었다. 아이들은 남성 경호원들에게 맡겨 밖에 나가 놀게 하고, 자신은 밤이면 매일 다른 남자들을 불러 술을 마시면서 저를 옆에 세워놓았다. 또한 비서들에게는 담배, 재떨이 심부름 등 마치 하인을 부리듯 행동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나 “바쁘게 사시네요?”라고 말했더니 오는 말이 “안그러면 너네 처럼 살아야 하잖아”여서 “당신이 돈이 떨어져도 이렇게 살수 있을 지 생각해보세요. 돈이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고 철수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철이 없어 한 행동이다. 내 경호원 인생 중 유일한 실수로, 지금은 어떤 상황이든 최상의 경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경호 분야도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최근의 의뢰인들은 주로 어떤 고객이고, 경호원으로서 에피소드와 애환도 많았을 텐데.

A. 요즘에는 세상이 흉흉해서인지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가정폭력, 스토커, 독신녀 등 생활 곳곳에서 ‘생계형ㆍ생활 경호’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다. 한 20대 여성은 스토커로 인해 집밖에도 나오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상황이 좋아져 일상 생활로 돌아온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 및 집단따돌림 피해자들에게는 경호복장이 아닌 일상 생활복을 입고 가해 학생들을 불러 떡볶이나 짜장면도 사주고 달래면서 서로 대화로 풀어가게 하는 등 처벌이 아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도 부모 형제간의 상속 문제와 가정폭력 문제로 아내를 보호하다가 남편으로부터 경호원이 같이 매를 맞기도 했다. 가정 문제를 경호하다보면 우리 사회가 너무 삭막해진다는 생각에 가슴아픈 일도 많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 앞으로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현장 경호를 하다보면 머리채를 잡히는 것은 일쑤이고, 손가락 골절과 무릎 십자인대 파열 등 크고 작은 많은 부상을 입기도 했는 데 이 모든 것은 경호원으로서의 훈장이다.

Q. 경호업체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앞으로의 포부 또는 계획은.

A. 너무도 어린 나이에 경호 회사를 차려 대외적인 일에만 치중한 채 앞만보고 달려오다 보니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지난 2006년 월드컵 행사, 새만금공사,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등 굵직한 일들이 많은 상황에서 메인 스태프들이 자기들끼리 이 업을 하겠다며 모두 나가는 배신을 당했다. 당시 ‘인원과 비주얼,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여자이면서 여성조직의 특성과 여성들의 심리상태를 너무 몰랐던 것이 문제였다. 겨우 수습을 해 초심을 갖고 다시 일서섰는 데 지난해 10년을 함께한 이사가 해외프로젝트를 진행한 직원 3명을 데리고 나간데다, 사기를 당하고 현장 사고가 터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자만에 빠졌을 때 나를 일깨워줬다는 것으로 받아들고 전열을 재정비해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국내 경호업계가 4조원대 시장이다. 오는 11월 7일로 창사 10주년을 맞이하는 데,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로 앞으로 해외사장을 더 개척해 내 삶의 키워드인 ‘도전’을 바탕으로 새롭고 더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

글=황선학기자 2hwangpo@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