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맴돌던 경기잡가 세상 중심에서 외치다

경기도미술관 19일부터 경기아트프로젝트 ‘경기잡가’
미술계서 주목받지 못한 11인 독자적인 다양한 예술세계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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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기종 ‘자유의 전사’
조선후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지역에서 불려진 노래를 일컫는 ‘경기잡가’(京畿雜歌). 

궁중에서 연주되던 정악(正樂)과는 달리 ‘소리’라는 의미에서 ‘잡가’라고 불렸다. 변방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잡가는 상층민과 하층민 간 양분화된 문화예술 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지형을 구축했다.

 

특히 시대의 변화를 오롯이 투영한 잡가는 대중이 문화·예술의 주체가 되는 흐름에 일조했다.

 

경기도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16 경기아트프로젝트’로 오는 19일 개막하는 기획전의 타이틀을 <경기잡가>로 정했다.

 

전시에는 서울대와 홍익대의 양강구도를 깨트린 경기도 소재 경원대(현 가천대) 미대 출신의 제3세력이 참여한다.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홍경택 등 총 11인이다.

소위 ‘일류 미대’ 출신은 아니었지만, 작은 대안공간과 비엔날레 등 여러 갈래를 통해 특유의 주제의식과 예술작품으로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전시에서는 돋보기를 들이대야만 겨우 보이는 ‘극소(極小)’ 조각으로 주류 미술계와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준 함진 작가의 <도시이야기>, 스스로 한국 사회의 역사적 순간에 중심인물로 등장해 모순을 드러낸 조습 작가의 <일식> 연작, 사회적으로 발언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상기시키는 김기라 작가의 드로잉 연작 <이념의 무게> 등 총 99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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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 ‘The Starry Night’
이번 전시 타이틀인 <경기잡가>는 이처럼 서울 소재 미대 출신들이 틀어쥔 국내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변방(경기도) 세력이 끝내 새로운 판을 형성하고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은유한다.

 

특히 이 전시명은 지난달 14~24일 서울에서 <제3지대전>으로 진행된 동일한 전시의 기존 홍보 효과를 버리고 새로 선택한 것이어서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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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습 ‘수박’
도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경기도에 위치한 학교, 대안공간, 스튜디오 등에서 작업하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개척한 작가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한축으로 자리잡은 경기미술의 역할과 힘을 방증하는 ‘경기아트프로젝트’의 첫 결실로 제시했다. 

  비록 전시는 서울에서 먼저 선보였지만, 경기도의 문화예술이 서울의 주변부가 아닌 우리나라의 중심임을 탐색하고 보여주겠다는 당초 도미술관의 기획의도를 좀 더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제목인 셈이다.

 

최은주 관장은 “참여작가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고정관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정악(正樂)보다 잡가(雜歌)이기를 자처하며 주제의식과 표현형식의 독특함으로 오늘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뤄왔다”면서 “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에 나타난 종다양성을 한데 증명해 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경기 지역 미술현장에서 자생한 다양한 예술 활동의 국면들을 나누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 작가들과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 ‘잡가열창: 아티스트 토크’도 주목할 만 하다. 개막일인 19일 오후 3시에 도미술관 2층에서 2015 고암미술상을 수상한 배종헌 작가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4월1일까지 매주 금요일 총 7회 무료로 진행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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