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활’ 구분 어려운 軍생활 말투 달리 쓰라니 혼란만 초래
“일과 땐 ‘김 병장님 식사하셨습니까?’인데, 일과 시간 이외에는 ‘김 병장님, PX 좀 다녀올게요’라고 말투를 바꾸라니 오히려 더 혼란스럽습니다”
이달부터 군대의 상징이라 여겨지던 ‘다나까’ 말투가 일과 외 시간에는 사용이 제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잘못된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도지만 군인들은 시간대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것이 오히려 혼란만 초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선책이라는 지적이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경직된 병영 문화 개선으로 ‘다나까 말투 개선 지침’을 일선 부대에 배포, 실시하도록 했다.
이는 생활관이나 일과 시간 이후에 다나까 대신 ‘해요체’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자신보다는 높지만 상대방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압존법’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브리핑이나 보고, 교육훈련 등 격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다나까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군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과 생활의 구분이 어려운 군대생활에서 시간대에 따라 말투를 분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실제 양주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N일병(22)은 “온종일 다나까를 쓰다가 갑자기 생활관에서는 해요체로 전환하려니 애매모호하다”면서 “가뜩이나 긴장해 있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헷갈려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동두천에서 근무하는 K중위(26)도 간부들이 먼저 나서 실시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중위는 “군대에서 금기되던 해요체를 병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다나까를 유지한 탓에 그 외의 시간에는 군대의 계급이나 격식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밝은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언어 개선이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식공간인 생활관은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돼야 하는 공간인데 이곳에서까지 무리하게 다나까를 강요해 폐단이 발생했다”면서 “언어를 비롯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하려는 노력이 군대문화의 악습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