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라뱃길, 거창했던 꿈 대신 중고차만 남았다

경인 아라뱃길에 수출용 자동차 야적장이 생긴다. 김포터미널(주)의 컨테이너부두 수출용 자동차 야적장 운영 요청이 수자원공사에서 승인되면서다. 이에 따라 최대 10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하고 6천~7천대의 중고자동차가 컨테이너부두에 상시 야적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승용차를 실어 나르는 화물자동차도 하루 수백 차례 이상 인근 지역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김포터미널(주)과 수자원공사는 경제성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인 아라뱃길 사업에는 들이댈 수 있는 모든 미사여구가 목표로 내걸렸다. 운하 정비로 만성적 홍수가 예방될 것이라고 했다. 컨테이너 선박이 오가며 물류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했다. 뱃길 이용으로 교통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운하 주변으로 문화관광레저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목표를 내세우며 쏟아부은 사업비가 2조6천759억원이다. 사업주체가 수자원공사였으니 사실상 모든 사업비가 국민 세금이었다.

그랬던 경인 아라뱃길이 이렇게 됐다. 예견된 몰락이었다. 준공 1년만인 지난 2013년 10월, 당시 문병호 의원이 이런 자료를 공개했다. 1년간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만6천300TEU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예측한 29만4천TEU에 8.9%에 불과했다. 컨테이너를 제외한 일반 화물 처리 실적도 11만9천300t으로 당초 예상 716만2천t에 1.6%였다. 문화관광레저 사업이라야 단체로 동원된 효도관광객이 다였다. 고작 18㎞를 배로 이동할 운전자도 없었다.

돌아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다. 사업성이 없다는 경고와 분석이 수도 없었다. 1991년 굴포천 치수 사업 계획이란 게 있었다. 1995년 경인운하 건설로 변경되어 (주)경인운하라는 민관 합동 출자 시공사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2003년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가 과장됐다는 지적을 하면서 2004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랬던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로 되살아났다. KDI의 눈치 보기 식 자료가 이를 뒷받침했고 결국 경인 아라뱃길이 등장했다.

이번 자동차 야적장 허가를 두고 ‘부두를 버려두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화물차가 오가면 식당이라도 잘 될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할 수 있다. 세상에 이런 눈 감고 아웅이 어디 있나. 고작 그런 것 하자고 3조원 가까운 혈세를 쏟아부은 것인가. 고작 이런 결과 보자고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고 떠들어댔던 것인가.

‘단군 이래 최악의 실패’다. 권력자가 밀어붙여서 만든 실패의 역사고, 국가 연구 기관이 아부해서 거든 실패의 역사고, 망가진 환경을 되돌릴 수도 없게 된 실패의 역사다. 2012년 5월 25일 경인 아라뱃길 개통식이 열렸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말로 장문의 축사를 마무리했다. “크루즈 등을 이용해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18km 뱃길이 대한민국 녹색 미래를 여는 또 하나의 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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