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의 토대를 마련하다
일상이 작품으로 마을이 무대로… “재능 나누면 즐거운 세상”
그러한 개성들이 서로 손을 잡으면 어느새 한 마을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생활문화’다. 생활문화는 강좌 수강이나 관람 위주의 소위 ‘문화생활’과 구별된다. 기능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이다.
생활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변해야하고, 지역과 기관은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내고 그들의 활동이 마을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러한 주민 주도형 마을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올 한해 ‘생활문화플랫폼사업’을 시행했다. 생활문화플랫폼사업은 생활문화거점으로 조성하기위해 지벽별로 민간문화단체, 문화원, 문화의집을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끝난 후에도 각 거점의 공간을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매개자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재단은 사업의 결과물을 공유하기 위한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바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열리는 ‘2016 경기생활문화플랫폼축제’.
이번 축제는 생활문화가 무엇인지, 생활문화가 가야할 방향이 어디인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축제는 장소에 모여 선보이는 형식이 아닌, 15개의 거점에서 저만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개별적인 축제를 이어간다.
재단은 거점을 중심으로 설계된 각 지역의 축제를 지원하되, 그 축제의 성격이 생활문화의 특성과 의의를 담아내고 자생적 의지가 문화적으로 디자인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민들의 생활문화가 담겨있는 지역성과 주민들 개인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샐활문화가 자생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고양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ㆍ광명 세상의 모든 나무ㆍ안산 신나는문화학교 문화공간 쉼표ㆍ안성 문화예술놀이터 우리ㆍ양평 산중협동조합ㆍ파주이야기가게 등 6개의 민간문화단체와 남양주문화원ㆍ이천문화원ㆍ수원문화원ㆍ시흥문화원ㆍ의정부문화원 등 5개의 문화원, 광명문화의집ㆍ남양주 진접문화의집ㆍ성남 서현문화의집ㆍ화성 봉담문화의집 등 4개의 문화의집까지 총 15개의 생활문화플랫폼에서 그들만의 축제가 열린다.
개막식은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이 맡았다. 별책부록은 11월5일 고양 마상공원에서 ‘수작부리다’를 주제로 전시, 공연 등을 선보인다.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손작업을 통해 만든 그림책, 가구, 악기 등을 전시하고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종이수작’과 ‘병뚜껑 수작코너’도 준비했다.
민간문화단체 중 목공 동아리 세상의 모든 나무는 11월10일 광명새마을시장 9ㆍ10구역에서 이웃들의 실생활에 파고 들어가는 ‘게릴라목공’을 선보이고, 문화공간 쉼표는 11월17일 안산 꼬두물정거장에서 마술을 통해 새로운 이웃들과 소통해보는 ‘고잔마술스토리, 고(告) 고(GO)파티’를 진행한다.
문화원 중 이천문화원은 11월12일 ‘내 생애 첫 술잔-정말 멋지게 술 마시는 이천 사람들’ 이라는 제목으로 이천 고유의 술 문화를 만들기 위한 축제를, 수원문화원은 11월17일 수원생활문화센터에서 생활문화디자이너에게 다양한 생활문화 에티켓을 배워는 시간을, 시흥문화원은 11월1일 시흥문화원 옆 작은 공터에서 주민들의 공연과 재중동포들의 요리를 맛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23일에 걸쳐 진행되는 생활문화플랫폼축제는 의정부문화원에서 마무리 된다. 이곳에서는 문화원 수강생들이 ‘선물단’으로 변신다. 100인의 선물단은 그림, 공예, 악기연주 등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와 작품을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남편, 언제나 웃음을 주었던 둘째 아들, 그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친구 등에게 선물하는 시간을 갖는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생활문화는 어렵지 않다. 나의 옆집에 살던 이웃이 디자이너가 되고 관심 두지 않았던 공간이 무대가 되는 것이 바로 생활문화”라며 “이번 축제는 일상이 작품이 되고, 마을이 무대가 되고, 관계가 문화가 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설아ㆍ송시연기자
재단이 진행한 ‘경기도 생활문화지표를 위한 정책 및 측정틀 연구’에 따르면 도민의 67.9%는 생활문화를 취미 또는 동호회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60.3%의 도민이 시간과 비용 문제로 생활문화 활동이 어렵다고도 이야기 했다.
이에 재단은 올해 도내 16개 생활문화플랫폼을 선정해 각 공간을 생활문화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했고, 본보는 이중 성남사랑방문화클럽ㆍ분당요들클럽ㆍ화성 실버한마음하모니카 연주단ㆍ시각장애인 풍물패 빛소리ㆍ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ㆍ남양주 진접문화의집을 찾아가 생활문화가 무엇인지 몸소 경험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생활문화가 무엇인지” 물었다.
김혜정 분당요들클럽 회장은 “생활문화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본인이 꾸준히 해왔던 걸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정의했고, 황선탁 실버한마음하모니카 연주단 회장은 “생활문화는 기쁜이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삶의 활력소이자, 내일은 살 수 있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강상구 별책부록 이사장은 “생활문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그저 우리 속에 잠재 돼 있는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전했고, 조미자 남양주 진접문화의집 관장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누구나 삶 속에서 문화를 누리는 것이 진정한 ‘생활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각각 생각하는 생활문화는 다르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바로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었다.
생활문화는 어렵지 않다. 내가, 이웃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문화다. 누구나가 누리고, 즐기고, 나눌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활문화다.
류설아ㆍ송시연기자
후원 :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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