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융합인재’가 답이다

융합교육, 그리고 협력… 국제융합기술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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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국제융합기술심포지엄’이 열린 25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장, 이관영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장, 한건희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 김상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등 패널들이 4차 산업혁명과 국내 융합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융합과학기술 연구를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국제융합기술심포지엄(ConTech 2016)’이 지난 25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 1층 컨퍼런스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융합을 위한 교육, 그리고 협력’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서울대가 주최하고, 융기원과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공동 주관, 경기도, 포스텍, 융합연구정책센터, 경기일보 등이 후원해 진행됐다. 

지난 10여 년간의 융합과학기술의 성과를 점검하고, 4차산업 혁명의 변화를 선도하면서 이에 적응할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방향을 모으고자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융합과학 기술 관련 기관의 기관장과 대학교수 등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미래 융합과학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융합형 인재 육성 등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의적 인재양성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만큼 4차산업 혁명 선도를 위한 융합과학기술 연구와 교육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으자”고 말했다. 남경순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

 

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국내외 유수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융합과학기술이 중요한 만큼, 우리의 과학기술이 세계적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은 료헤이 칸자키(Ryohei Kanzaki) 동경대 선단과학기술연구센터(RCAST)원장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국내 융합 과학기술 관련 대학의 기관장이 발표자로 나서 각 대학의 융합 교육에 대해 발표한 이후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의 사회로 ‘4차산업 혁명을 위한 융합기술 교육과 연구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한 패널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또 트랙1, 2로 나뉘어 ‘차세대 융합기술의 소개와 효과적인 추진방안’, ‘차세대 융합과학기술 전문인력 양성전략 및 성과’를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은 “융합은 수행자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배려하며, 토론하는 게 바탕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대학의 학과 간 장벽이 매우 높은데 제도적으로 허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가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주제 발표

△이광형 원장 : 4차산업의 혁명은 기존의 제조 공정과 생산 시스템을 소비자의 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 판매, 피드백 이러한 프로세스가 고객의 니즈를 각 공정에 빨리 반영하고자 전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다. 중앙에 데이터베이스를 놓고 동시에 돌아가게 하는 것이 4차 산업의 핵심이다. 4차산업 혁명이 제대로 된 융합 플랫폼을 만들려면 전 공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네트워크 형성의 핵심은 데이터다. 무엇보다 교수들 간 융합이 필요하다. 핵심은 첫 번째 비전 공유, 두 번째 다른 분야 교수와의 화합이 필요하다.

 

△이관영 원장 : 지난 2013년 설립된 고려대학교 키스트 융합대학원은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 융합의 핵심은 학생 공동의 연구실이다. 지도교수 구분없이 학생 공동연구실을 별도로 배치해 놨다. 교수 연구실이 별도로 없고 기능별 연구실이 있다. 무엇보다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려면 ‘삼무(無)정책’이 필요하다.

 

첫 번째, 출석을 부르지 마라. 강의 내용은 집에서 먼저 공부하고 생긴 의문을 강의실에서 교수에게 질문하면서 해소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다. 두 번째, 시험감독 하지 마라. 똑같은 답을 내는 교육은 하지 말자. 나의 답과 다른 이의 답은 달라야 융합형 인재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융합은 경쟁이 아니라 협업이다. 상대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건희 원장 : 학생들한테는 지식 습득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미 과학적 방법론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는 융합적 방법론이 대두된다. 융합적 문제는 정형화되지 않은 문제다. 정답도 없고 목적 자체도 정해지지 않아 문제 풀이 과정에서 문제가 바뀐다.

 

이런 관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그것은 지식도 아니고 테크닉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만나는지 관찰하고 실험하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기록으로 남겨,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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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은 원장 : 혁신의 출발은 다양성의 소통이며, 이는 곧 융합이다. 서울대학교는 스마트 휴머니티, 과학기술, 인간중심, 사회적 가치의 접점에서 이뤄지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 간 융합을 넘어 사회 문제를 발굴,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융합 말이다. 무엇보다 학문 간 벽을 허물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다.

 

융합의 뿌리는 창의성과 다양성인데, 우리는 다양성 강조한다. 현재 융합과학부에서 20~30%에 불과한 비이공계 학생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입학 후에도 공부하고 연구할 때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도록 한다. 또 학생들의 성과는 다른 단과대와 대학 산업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연계하려 한다.

 

△박태현 원장 : 서울대학교와 경기도의 협약에 따라 설립된 융기원은 건강한 삶을 위해 동양 의학, 기능성 식물소재 개발, 맞춤형 웰니스 제품서비스 개발, 약콩 두유와 약콩 초콜릿을 개발했다. 또 깨끗한 환경을 위해 에너지 반도체 원천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기술, 국민발전소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능형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융합연구, 빅데이터 분석기술 기반 공공데이터 연구를 통해 4차산업 혁명을 실현하려 한다. 무엇보다 현재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실증단지의 오픈테스트베드를 제공하며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4차산업은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영역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기술이 융합되는 게 핵심 목표인데 인간의 삶의 질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전제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 패널 토론

△김도연 총장(사회) : 융합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지식과 더불어 제일 중요한 건 창의력이다. 지식과 더불어 지혜가 중요한데, 지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이관영 원장 : 학생들에게 넓은 길을 터줘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양은 토론 과정 자체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토론을 해서 반드시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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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

△한건희 원장 : 융합의 출발점은 내가 원하는 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도와 그를 빛나도록 하는 것이다. 지혜는 청춘예찬 같은 건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남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살펴보고,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까 생각하는 그 마음이 융합의 출발점이다.

 

△김상은 원장 : 대학은 학과별로 장벽이 높다. 이공계 학생은 이공계 관련 과학기술, 공학기술 등을 배우고 졸업하고 나중에 사회 진출 후에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사회에 구현할 때 여러 장벽에 부딪힌다. 학부 때부터 인문 사회적 소양, 경제적 지식, 우리나라의 정치문화 규제를 전부 아울러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학부의 융합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 혁명으로 개인의 삶은 크게 변한다. 개인이 더는 소비자의 위치가 아니라 사회 디자이너가 된다는 말이다. 공유 경제, 오픈 소스 등과 같은 개념이 발전하고 있는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융합 교육이 학부 교육 기관에 중요한 시기다.

 

△박태현 원장 : 지식은 일방적이고 지혜는 상호적인 거다. 토론 문화처럼 상호적으로 작용해야 지혜가 생긴다.

 

△한건희 원장 : 학생이 창의력을 스스로 발견하고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 기관이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은 영어로 ‘에듀케이션(Education)’인데 한문의 교육과 어원이 전혀 다르다. 한문은 회초리를 들어 보다 낫게 만드는 것이라면, 영어는 원래 잠재해 있던 걸 끄집어내 나아가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융합 교육은 원래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창의력을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김상은 원장 : 학생들은 함께 공부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소통하며 새로운 기술 분야를 새로운 융합 분야로 만들 수 있다. 교수들은 전공분야 외에 융합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얻는 거다. 특히 학생들의 전공 다양성이 융합교육발전의 커다란 기폭제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인터뷰] 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새로운 먹거리’ 투자·지원… 지자체·연구기관 역할 중요

인류사는 4차산업 혁명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 새로운 시대가 가져올 삶의 변화에 기대하고 있지만,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이번 ‘국제융합기술심포지엄(ConTech 2016)’을 공동 주관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박태현 원장은 “국제 자료에서 한국은 ‘4차산업 혁명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나라 순위’에서 25위로 객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산업혁명은 산업이 밀집한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난 만큼 지자체와 지자체의 연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제조업 강국의 지위는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다. 한국이 4차산업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A.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4차 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는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해 기존에 없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MIT는 졸업생들이 세상에 없던 직업을 얼마나 많이 생산해냈는지를 통계를 내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여전히 대기업 취직자 수, 고시 합격자 등 기존의 것에서만 통계를 만들고 있다. 선진국 문턱을 넘으려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두주자)가 돼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꿰뚫어봤다.


Q. 지역경제에서 4차산업의 비중을 늘리려면 지자체의 어떤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가.
A. 지방 정부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경기도는 과학기술을 먹을거리나 애로 사항으로 보고 
있다. 지방정부가 미래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 산업혁명을 보면, 1차 산업혁명은 방적 산업이 발달한 영국의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2차 산업혁명은 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미국의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대량생산이 시작됐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의 중심이었던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났다. 산업혁명은 수도가 아니라 산업이 밀집한 지방도시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기원의 역할이 더 커졌다. 경기도가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는데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을 때다.
A.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 바로 융기원의 역할이다. 과학기술과 융합기술이 미래의 먹거리기 때문이다. 당장 현재의 먹거리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판교제로시티는 좋은 프로젝트다.

 

융기원에서 기술을 투입하고, 지방정부인 경기도와 중앙정부인 미래부와 국토부가 함께 뛰어들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법도 제정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곳에서 만들 수 있다. 구글이나 BMW도 와서 이곳에서 연구하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자연ㆍ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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