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저주에 갇힌 지역, 특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이천·안성·포천·양주·화성·평택-

AI 피해가 유독 반복해 발생하는 6개 지역이 있다. 이천, 안성, 포천, 양주, 화성, 평택이다. 이천과 안성은 2011년에 이어 거의 매년 AI가 발생하고 있다. 평택과 화성도 2011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에 또 발생했다. 양주와 포천은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발생했다. AI 발생은 늘 경기도 전 지역을 긴장시키지만 실제로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지역은 이들 6개 시군이다. 그때마다 판로 봉쇄, 가금류 살처분 등 지역 경제 피해가 막대하다.

해당 지역의 AI 발생은 지리ㆍ환경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유력한 AI 발병 원인은 철새다. 이 지역들은 대표적인 농경지대다. 넓은 농경지에 벼 이삭 등 먹이가 풍부하다. 여기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하천 등 관개시설이 발달해 있다. 수천 마리씩 이동하는 철새 무리에는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다. 철새가 있는 한 AI 방역에 한계가 있다. 같은 이유로 이들 지역에서의 AI 발생은 완전히 근절시키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필요한 몇 가지 대비책이 제시된다.

우선 경기도 차원의 방역 활동을 이들 6개 지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방역에 들어가는 예산과 인력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가금류 축산 농가의 재배치를 통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농장 간 거리에 일정한 제한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해당 지역에서의 가금류 축산을 없애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업종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의 현실적 보상 대책이 따라야 한다.

본보 취재진이 이 가운데 이천 지역을 돌아봤다. 곳곳에서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고 매몰이 진행되고 있었다. 5일 오전 현재, 8개 농가가 초토화됐다. 살처분된 닭, 오리, 메추리 등이 97만8천마리에 달한다. 여기에 육류와 알 유통 등이 기약 없이 중단됐다. 한 마디로 AI 저주에 지역 경제 전체가 질식했다. 툭하면 반복되는 이런 고통에 이천 농가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다’는 방역 당국의 설명에 더 크게 좌절하고 있다.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나. 완벽한 방역은 불가능하더라도 감염 빈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까지의 경기도 방역에서는 그런 정도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25개 시군을 버리고서라도 6개 시군을 살린다”는 각오로 특별하고 특화된 방역 대책에 나서야 한다. AI 방역이야말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행정의 원칙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임이 분명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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