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에 견주들 “어처구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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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체고(바닥에서 어깨뼈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를 기준으로 관리대상견을 구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자, 반려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견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견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고,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확정했다. 최근 연이어 터진 반려견 사고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대책은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전력이 있거나 체고 40㎝ 이상인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분류, 엘리베이터·복도 등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입마개가 의무화돼 있는 ‘맹견’ 품종을 기존 3종(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바일러 및 그 잡종)에서 8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롭게 추가된 맹견 종류는 마스티프, 라이카, 옵차르카, 캉갈, 울프도그 및 그 잡종 등 5종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 발표에 견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단순히 몸집 크기나 견종을 기준으로 관리대상견을 지정하는 것은 부적정하다는 게 이유다. 대형견인 말라뮤트를 키우는 C씨(30)는 “사람으로 치면 키가 2m 이상 되는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 살인마로 규정짓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면서 “반려견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황당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정부 대책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지난 19일 “체고 40㎝가 대형견의 기준도 아닐뿐더러 체고는 개의 공격성과 어떤 관계도 없다”며 “큰 개에 물렸을 때 피해가 크다는 정부의 주장도 확인된 바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국내에서 양육 중인 반려견 중 절반 이상이 해당한다”며 “정확한 통계나 조사 등 근거 없이 많은 반려견과 견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무책임한 면피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것이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 “추후 전문가들과 추가적으로 상의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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