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시스템? 무엇하는 물건인고… 장·노년층 “난감하네”

패스트푸드점·식당·관공서 등 ‘무인정보단말기’ 빠르게 확산
50대 이상 사용에 어려움 쩔쩔 직원에 ‘SOS’ 디지털 빈부격차

▲ 18일 오전 인천남구 주안역 인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중년남성이 무인정보단말기 대신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김준구 기자
▲ 18일 오전 인천남구 주안역 인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중년남성이 무인정보단말기 대신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김준구 기자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늘고 있지만, 장년·노년층을 중심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디지털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매장 안 카운터에는 종업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사람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계산대 바로 옆에는 ‘무인 주문기’가 비치돼 있어 젊은 고객들은 이곳에서 주문을 하지만, 50대 이상 손님들은 여전히 카운터 앞에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곳 점장 A씨는 “바쁠 때면 젊은 고객들에게는 무인주문기 이용을 권하고 있다”면서도 “나이 드신 고객들은 두세 번을 알려줘야 간신히 주문에 성공하기 때문에 안내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식당에 설치된 무인정보단말기 또한 일부 장년·노년층에게는 편의시설이기보다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비춰진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한 음식점도 무인 주문기를 설치해 놓았지만, 50대 이상 고객들은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이곳 손님 B씨(49·여)는 “주문기기가 있지만 방법을 몰라 결국 종업원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일선 주민센터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또한 노년층의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부평구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40대까지는 잘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 이상부터는 거의 쓰지 않는 편”이라며 “무인발급기를 이용하면 대기시간도 줄이고 요금도 50%로 저렴한데, 민원인들이 혜택을 잘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계에 익숙하지 않는 장년층과 노년층이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소외되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 현상이 일상생활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선 장·노년층, 농어민, 저소득층 등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5.1%에 불과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무인정보단말기 버튼이나 안내 문구를 크게 만들고, 복잡한 화면 구성을 없애고, 주문단계를 최소화해 편리성을 키우는 등 한국산업규격(KS)으로 만들어지면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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