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 장관은 ‘공립 늘리겠다’고 발표하는데 / 있던 공립 계획도 취소한다는 화성오산교육청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사립유치원 논란에 근본 대책을 내놨다.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대략의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현재 25% 정도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늘리겠다고 했었다. 유 장관의 발표는 이 국정 목표를 1년 정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유 장관의 구상이 발표된 건 당정협의에서다. 사실상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이 그렇게 결정됐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로 가는 지역 교육지원청이 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관내 계획됐던 공립유치원 설립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동탄역 더 샵 파크시티 아파트 단지 내 공립유치원이다.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이 아파트의 공립유치원은 분양 당시 약속이었다. 이게 백지화 방향으로 바뀌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24일에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지원청을 항의방문했다. 지원청 확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공개 입장이다.

지원청은 인근 유치원의 정원이 충분하다는 점을 취소 이유로 든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유치원 정원이 부족한 게 아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 9천21곳이 있고 67만6천명의 원생이 등록돼 있다. 충분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부족 상태도 아니다. 여기에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예비비까지 탈탈 털어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지원청 논리대로라면 교육부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무리하다시피 계획을 확정한 것은 유치원의 공공성 때문이다. 현재 사립유치원생은 50만4천명, 국공립 유치원생은 17만2천명이다. 절대 다수가 사립유치원에 의존한다. 공공이 져야 할 책임이 민간에 떠넘겨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를 목표로 세운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사립유치원 비리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 분노와 불신이 폭발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결국 국민의 뜻이다.

부족한 예산에 어렵게 시작하는 일이다. 있는 시설 없는 시설 다 동원해야 한다. 당장 내년에 늘릴 1천 학급도 한꺼번에 못한다. 3월에 500개, 9월에 500개로 나눠 문을 열어야 한다. 그에 비하면 더 샵 파크시티 아파트 공립 유치원은 이미 그려진 계획이었다. 부지도 다 지정돼 있었다. 그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 확언이 하필 교육부가 국공립 유치원 늘리겠다고 발표한 시점에 나왔다. 엇박자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유치원 정책의 가장 이상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100% 달성이다. ‘40% 취원율’은 현실과 타협된 최소한의 수준일 뿐이다. ‘인근 유치원의 정원이 넉넉해서 공립유치원을 취소한다’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의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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