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펑펑 내뿜는 욕실… 아파트 주민 충격

전주 아파트서 검출 소식에 혹시나… 측정 결과 기준치의 ‘24배’
욕실 상판 브라질산 대리석이 문제… 시공사 “상황 파악 중”

▲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욕실 대리석 상판 위에서 환경부 실내공기질 기준 4pCi/L의 24배가 넘는 96.2pCi/L의 라돈이 측정됐다. 입주민 커뮤니티
▲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욕실 대리석 상판 위에서 환경부 실내공기질 기준 4pCi/L의 24배가 넘는 96.2pCi/L의 라돈이 측정됐다. 입주민 커뮤니티
최근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환경부 실내공기질 기준치의 24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 

31일 입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전주 아파트 보도를 본 뒤 직접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화장실 대리석 위에 올려두고 라돈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환경부 실내공기질 기준치 4pCi/L의 24배가 넘는 96.2pCi/L가 측정됐다. 

놀란 A씨는 모든 방 창문을 열고 10분간 환기를 시킨 뒤 다시 1시간42분 동안 같은 곳에서 라돈 수치를 측정했다. 이번에는 75.2pCi/L가 측정됐다. 이 역시 환경부 실내공기질 기준치보다 18.8배 많은 수치다. 

평소 환풍기를 자주 켜놓는다는 같은 아파트 주민 B씨 집에서는 54.4pCi/L가 검출됐다. 

반면 현관출입문 대리석 위에서는 기준치를 넘긴 했지만, 4.95pCi/L가 측정됐다. 

주민들은 즉시 이 결과를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유했다. 해답은 대리석 원산지에 있었다. 욕실 상판에 사용된 대리석은 전주 아파트 논란 당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산이 사용됐고, 현관에는 포르투갈산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아이들에게 물장난하도록 1~2시간씩 두곤 했는데, 너무 큰 충격이다”고 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스로 욕실 대리석 상판을 떼어내는 법을 공유하거나 시트지를 사다 붙이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만간 전문 라돈측정업체에서 검사를 받은 후 공동 대응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시공사 측은 “관련 민원을 접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세우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기 때문에 이후 조사 방법이나 해결책 등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시공사가 실내공기질을 측정해 제출하게 돼 있긴 하지만, 라돈은 올해 1월 1일 이후 허가 건에 한해서만 측정 대상이 된다”며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제재 방법이 없다”고 했다. 

환경부 역시 난감해했다. 실내공기질의 경우 환경부 소관이긴 하지만, 현행법상 대리석 상판 등 건축 자재에 대한 방사능 검사기준 등이 미비해 주무부처조차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건 알지만, 여러 부처가 얽혀 있는 부분이라 아직 환경부 차원에서 마련 중인 대책은 없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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