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익 수원 하이유외과 원장의 여성공감] 방사선·갑상선암 우리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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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소식이 가득한 벚꽃내음 달콤한 3월이지만 필자에게는 2011년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사고가 항상 머리 속에 떠오른다. 가만 생각해 보면 1986년 역사상 가장 끔직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꽃피는 4월이었다.

 

우리들 기억에는 1986년은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린 해이지만 그 해 봄은 우크라이나에서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던 해이기도 하다. 방사능 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오면 외출을 삼갔으며 비 맞으면 머리 빠진다는 말들이 많았던 유년시절….

 

우리는 현재 방사선에서 안전한 것인가? 얼만큼 걱정해야 합리적인 것인가? 방사선과 암의 관계에 대해 분석해 보고 꼭 필요한 만큼만 걱정하고 살았으면 한다.

 

1986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원인보다는 사고 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알아보겠다. 세계 보건기구 및 IAEA, UNSCEAR 등에서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사고 보고서를 2011년 이후 매년 출간하고 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알아본다.

원자력 발전소의 노심붕괴(Melt down)가 일어나면 방사능이 외부로 노출된다.

 

갑상선 암 및 고형의 암과 관련된 I131 방사선 요오드가 생태계로 노출이 되는데 이 물질은 다행히도 반감기가 매우 짧다. 약 8일 정도 지나면 반이상 줄어들게 되고 한달이 지나면 거의 사라지게 된다. 스마트폰 충전기 한달 지나면 완전 방전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땅으로 흡수되거나 오염된 토양을 가축이 먹게 된다면 반감기가 약 한달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한차례 방사선이 확 조사가 되면 그 후 한두 달 정도 지나면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물질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물론 지속적으로 방사선이 노출된다면 마지막 시점에서 두달은 지나야 더 이상 I131 방사선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는다.

 

그 밖의 방사선 물질 세슘(Cesium)이나 스트론튬(Strontium)은 양이 매우 적어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나 반감기가 수십년(약 30년)이나 된다. 세슘은 체내 지방에 축적이 되며 스트론튬 같은 경우 뼈에 축적이 되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체외로 배출을 유도하는 치료제는 있다. 이 물질은 방사선에 노출된 위험지역, 그리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물, 낙농 상품들에서 오랫동안 검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 및 세계 식약청에서 열심히 검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우리는 방사선 동위원소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앞서 말한 방사선요오드, 세슘 등은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데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고 있다. 비행기를 타도 방사선에 노출되고 내 시계 야광 바늘에도, 건강검진을 받을 때도, 심지어 바나나를 먹을 때도 조금씩 방사선에 노출된다.

 

공기처럼, 와이파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사선 동위원소의 세상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환경이라는 것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원폭피해자, 30년 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후 생존자 연구에서 100mSv (인간이 자연계에서 1년간 받는 방사선 양은 2-3mSv 정도)이상 노출된 경우에서 방사선 노출양과 암의 발생률이 상관관계가 있으며 그 이하에서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밝혀 졌다. 이제 비행기안에서 바나나 우유를 양껏 드셔도 괜찮다.

 

체르노빌 리포트를 보면 방사선에 적은 용량이 노출된 사람들의 경우(방사선 근로자의 자녀들, 안전지역에 있는 사람들) 사고 후 약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암의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과거 원자폭탄에 의해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도 약 4~6년 후부터 고형의 암(갑상선암, 림프절암, 유방암 등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5~7천명 정도의 갑상선 암이 발생하였다. 방사선은 18세 미만의 아이들, 특히 0-6개월 영아들에 있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지역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검진하고 있으며 최근 37만 5천명의 아이들 중 25만4천명에 대해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33명의 갑상선암을 진단하였다. 일본에서 10~14세 연령때 아이들의 갑상선 암 발생율은 1~200만명 중 한명이다.

 

많은 연구에서 이런 50배 이상 갑상선암 발생률 증가는 검사를 많이 해서 이렇게 증가되었을 것으로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실제로 아이들은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았으며 일본 후쿠시마 근처의 토양 및 수질에서도 암을 유발할 정도의 방사선이 검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르노빌은 원전 바깥 외벽이 없고 초기 진압이 잘 되지 않아 5~7천명의 암환자 발생이 추가로 이뤄진 것은 맞으나 일본의 경우 공기중에 노출된 방사선 양은 1/10정도 였다. 또한 격리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져서 더욱 걱정할 것은 아니다. 하물며 우리나라는 1천km 떨어져 있으니 더욱 걱정할 것은 아니다.

물론 검사를 많이 해서 기형적 암 발생률의 증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발생률의 증가가 원전사고와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암은 치료가 잘 된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과 관련된 갑상선암 사망률은 실제 1%가 되지 않는다. 참 다행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방사선은 이제 우리 주위에 어디에나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방사선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양은 미비하며 안심하고 다녀도 좋다. 방사선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병원이다. 다음은 현재 우리가 노출되는 의료용 방사선 조사량의 참고치다. 기계에 따라 연령때에 따라 그 수치는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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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_의료용 방사선 조사량의 참고치

현재까지 방사선에 대한 정확한 팩트는 방사선 누적 조사량이 한계점 이상(100mSV)되면 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키며 이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과 암의 발생률과는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어린 연령 18세 미만이 방사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꼭 필요한 검사는 받아야 하겠지만 너무 반복적인 검사는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위장 조영술이나 대장 조영술은 내시경에 비해 검사를 받는 사람이 조금 편할 수 있으나 상당히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므로 가급적 정기 검진 때는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 검진을 한다고 PET CT까지 촬영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검진의와 상의하여 방사선 노출을 최소한으로 하며 내게 좋은 검사에 대해 미리 상의하도록 한다.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내가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방사선에 노출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가 노출될 수 있는 의료용 방사선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합리적인 검사를 받도록 하자.

글_엄태익 수원 하이유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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