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뺨치는 청소년범죄

“유흥비를 마련하려다보니 집까지 털게 됐습니다.”

12일 오전 시흥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유흥비 마련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까지 들어가 현금과 금품을 절취한 이모군(16) 등 10대 4명이 고개를 숙인채 조서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군 등은 범행을 저지르면서 자신들의 신분노출을 염려한 나머지 수사기관에서조차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져 담당수사관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출생지와 나이 등이 각기 다른 이모군(16)등 4명이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첫 범행대상으로 삼은 시흥시 정왕동일대에 맞벌이로 낮시간에는 비어있는 집만을 골라 침입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2천5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절취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1월에도 30여 차례에 걸쳐 정왕동 관내의 빈집을 털어오다(1억여원 상당) 경찰에 덜미를 잡혀 처벌을 받았으나 이들의 범죄행각은 해를 넘겨 더욱 치밀하고 다양한 수법으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박모군은 자신의 집을 친구들과 함께 침입, 현금과 금반지 등 13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 등은 또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습득한 주민등록증을 화학제품인 아세톤 등을 이용, 정교하고 치밀하게 위조하는 치밀함을 보여 담당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한 형사는 “불과 몇달전에 이들을 처벌했었는데 또다시 이들을 처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아나라 이번 수사과정에서 청소년들의 범죄수법이 성인을 능가하는 것을 볼때 깊은 환멸을 느낀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흥=구재원기자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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