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조숙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의학칼럼>女 8세·男 9세 이전 ‘2차 성징’ 나타나는 증상 검사 통해 사춘기 진행 빠르면 치료 받아야

7세 된 여자아이가 얼마 전 젖 몽우리가 만져진다고 어머니와 함께 내원했다. 진찰 결과 이 아이의 가슴 발달은 이미 3단계(여자의 가슴 발달은 5단계로 나누며 정상 성인 여자의 경우를 5단계로 기술함)로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골연령과 성선자극호르몬 검사에서 이 여아는 성조숙증으로 판명되어 현재 치료중이다.

 

성조숙증은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절 키가 큰 아이가 10년 후에도 별반 차이가 없다면 성조숙증이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더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여아에서 8세 이전, 남아에서 9세 이전에 이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를 성조숙증이라고 정의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차 성징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성장판 검사와 성선자극호르몬 검사를 통해 사춘기가 빨리 진행하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아는 만 9세 이전에, 남아는 만10세 이전에 성조숙증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의료보험 적용을 받으나, 만 9세와 10세 생일이 하루라도 지난 경우에는 보험적용이 안된다.

 

성조숙증을 치료해야 하는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는 아직 초경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여아의 이른 초경을 막아주는 것이다. 초경을 이른 나이에 할 경우 유방암의 위험인자가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는 빠른 성장으로 인한 키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키가 가장 많이 크는 시기를 사춘기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키는 출생하여 만2세 때까지 가장 많이 성장하고, 그 다음으로 많이 성장하는 시기가 사춘기다. 만2세 이후부터 사춘기가 되기까지 정상적인 아이들의 키는 적어도 연간 4cm 이상 자란다. 사춘기 급성장 이후 최종 성인까지 키는 대부분 10cm 이내로 자라다가 결국 멈추게 된다. 성조숙증인 경우 정상보다 이른 사춘기로 인해 사춘기 전 연간 4cm 자랄 수 있는 기간을 잃어버리게 되고, 또 성조숙증이 있는 아이는 사춘기 동안 자라는 키가 정상 사춘기 동안 자라는 키보다 작게 자라는 경향이 있어 총체적으로 최종 성인키에서 많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빠른 신체변화에 따른 정서적 불안감과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일상생활의 불안정감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친구들은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았는데 혼자만 이차성징이 나타난 것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불안감과 이로 인해 학습에 장애가 올 수 있는 상황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고 아직 치료할 수 있는 단계라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목적을 위해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의 활동을 억제하는 길항제(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과 같은 구조임)를 4주에 한 번씩 주사하는 방법으로 하고, 치료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 주사는 성조숙증 환자에게 근 30년 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요즘 부모들은 이 주사가 부작용이 심한 항암제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 이 주사는 항암제가 아니다.

 

의학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가 정확하지 못한 정보로 부모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치료를 받지 못할 때에는 정말 안타깝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가 올바른지는 각자 자신이 판단하여야 하고 그 책임도 져야 한다.  /황진순 아주대병원 성장클리닉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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