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ㆍ인천의 민심에 대한민국 운명 갈려

승부 가른 ‘경기·인천 표심’ 지역색 아닌 민생을 선택했다

5060세대 늘고 2030세대 줄어 유리

북과 인접 지정학적 위치 ‘안보 중시’

야권단일화 맞선 ‘민생 선거전’ 적중

경기ㆍ인천이 18대 대선의 명암을 갈랐다.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그 중엔서도 경기도와 인천시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박빙으로 따돌렸다.

수도권 민심은 영ㆍ호남과 충청 등 출신지별 비율이 용광로처럼 섞여 있는데다 산업화 시기를 겪으면서 대체적으로 야권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기ㆍ인천에서 박 당선인이 선전, 그 예측을 뒤엎었다.

지역색이 점차 사라지는 수도권은 중도층이 밀집한 민심 좌표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전면에 내세운 국민대통합론, 민생대통령론, 중산층 복원 등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경기도 유권자수는 936만4천여명으로 전국 유권자의 23.1%를 차지한다. 여기에 인천이 224만1천여명으로 5.2%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국의 1/4이 경기ㆍ인천지역에 몰려있다. 전체 유권자의 20.7%를 갖고 있는 서울에서 문 후보가 박 당선인을 눌렀지만, 경기ㆍ인천에서는 박 당선이 문 후보를 앞서 청와대 입성을 견인했다.

박 당선인은 경기도에서 50.4%를 득표, 문 후보(49.2%)를 근소하게 제쳤으며, 인천에선 박 당선인 51.8%, 문 후보 47.9%로 최종 집계됐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수도권에서 공격이 아닌 방어적 전략으로 최대한 격차를 줄이는게 목표였던 만큼 전략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경기ㆍ인천지역에서 박 당선인의 승리를 이끈 요인들을 분석해 봤다.

■ 야권단일화 위기감에 50ㆍ60 보수층 결집

경기ㆍ인천의 승리는 박 당선인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그 어느 선거보다 결집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도내 선거인명부 연령별 현황을 보면 박 당선인의 주지지층인 50대는 172만5천여명으로 집계됐으며, 60대 이상은 160여만명에 달한다. 지난 17대 대선과 비교해 각각 59만9천여명, 36만9천여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주지지층인 20ㆍ30 세대는 5년 동안 오히려 감소했다. 20대는 1만8천명 감소했고 30대는 8만2천여명 줄었다. 문 후보 지지층이 더 많았던 40대는 23만1천여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 숫자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진보진영의 파상공세로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TV 토론에서 이정희 전 후보의 보수 후보 집중 공격도 오히려 중도층의 역풍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민주당이 선거 막바지에 제기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 등도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으면서 박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밖에 선거 캠프 안밖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회창ㆍ이인제 의원의 영입 등 보수층 결집을 위한 대통합 노력도 한 몫 했다는 관점도 나오고 있다.

■ 북미사일 발사… 파주·연천 등 접경지 안보선택

보수층의 결집에 경기도와 인천이 갖고 있는 안보적 지역 특성도 박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듯 하다. 여기에 선거기간 중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은 접경지역 유권자들의 보수적 성향을 고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표결과, 경기북부 지역과 인천 강화ㆍ옹진 등에서 박 당선인의 압도적 우위가 이를 방증한다.

가평, 연천, 김포를 비롯해 포천, 동두천, 파주 등에서 박 당선인이 문 후보를 앞섰으며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에서 박 당선인의 득표율이 각각 69.86%, 71.91%에 달했다. 군사시설이 밀집한 평택에서도 박 당선인은 56.86%의 득표율로 문 후보를 14% 넘게 앞섰다.

■ 부동산 침체 만성화… ‘새누리 심판론’ 미풍

수원, 성남, 용인, 안양, 부천, 안산 등 서울을 중심으로 한 벨트권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아파트값 폭락, 하우스푸어의 급증 등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곳이다. 이는 지난해 4ㆍ27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던 성남 분당을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견인차였다.

하지만 수년째 계속된 아파트값 하락이 만성화되면서 유권자들에게 선거 변수로 다가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지역에선 박 당선인은 문 후보에게 2~3%p차로 밀리긴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많은 격차를 아니라는게 선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도내에서 아파트 가격 폭락이 심각한 용인의 경우, 오히려 박 당선인이 51.71%로 문 후보(47.95%)를 앞섰다.

새누리당 도당 관계자는 “선거 초반 부동산 경기 침체가 박 당선인에게 악재로 분석됐던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시작은 원래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현 정부의 실책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 “이같은 배경을 알고 있는 중산층과 40대의 표심이 박 당선자 크게 돌아서지 않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동식기자 ds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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