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수원선수촌 물리치료사

허리 마사지 5분만에 얼굴은 후끈ㆍ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몸 자체가 최고의 자산인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상 없이 얼마나 훈련을 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선수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는 운동 선수가 갖춰야 할 최고의 요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매순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철저하게 자기 몸을 관리하는 일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훈련을 쌓다가도 순간에 발생하는 부상으로 평생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를 날려버리거나 운동 자체를 아예 접게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부상은 예상치 못하는 사이 찾아와 선수들의 발목을 잡아채곤 한다.

이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부상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있다. 선수들이 최고의 자산인 몸을 책임지는 물리치료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수원시 직장운동부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건강 돌보미’ 물리치료사의 하루를 체험해 봤다.

■수원시 직장운동부 선수 150명의 건강돌보미

지난 12일 오전 9시께 물리치료사 1일 체험을 위해 수원시 우만동에 자리한 수원선수촌을 찾았다. 선수촌 관계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박금직 선수촌장에게 수원시 직장운동부에 몇명의 물리치료사가 근무하고 있는지부터 물어봤다.

“한분 계세요. 150명에 달하는 선수들의 몸을 전담해 관리하고 있으니 고생이 많으시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국 최대규모의 직장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는 수원시인만큼 최소한 2~3명은 되겠지’하는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답변에 흠? 놀라며 물리치료사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현재 150명의 선수를 관리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최기철 의무실장은 대학에서 물리치료 관련 학과를 나와 면허를 취득한 뒤 20여년 간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한방병원 등에서 일반 환자들을 치료했던 짱짱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 물리치료사였다. 박 촌장은 “왠만한 경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조그만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수들의 몸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온 10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따라하면 될거야’하는 기자의 자신감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물리치료실로 들어섰다. 150명에 달하는 수원시 소속 선수들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라 하기에는 다소 비좁은 느낌이 드는 33㎡ 가량의 물리치료실에는 파스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물리치료 기계가 딸린 의료용 침대 4개와 재활운동 기구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물리치료실에 들어서자 선수들을 돌보고 있던 최기철 실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일일체험을 하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체험을 할만한게 있는지 모르겠네요”라며 겸손한 인사를 건네는 최 실장과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체험에 들어갔다.

■시작한지 5분만에 땀이 송골송골

흰색 커튼이 드리워진 4개의 의료용 침대에는 딱 봐도 운동 선수임을 바로 알아 차릴 수 있을 만큼 건장한 체격의 선수 4명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아킬레스 건 부위를 다쳐 걱정이라는 레슬링 선수에서부터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검도 선수와 어깨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배구 선수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다양한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최실장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마사지부터 한번 해보실까요.” 흰색 가운을 갈아입고 최 실장의 간단한 시범을 본 뒤 지난해 허리 부상을 당한 이후 고질적인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검도 선수의 허리 마사지 실습에 돌입했다.

손에 시원함이 느껴지는 마시지용 오일을 바른 뒤 검붉은 부항자국으로 얼룩진 선수의 허리를 천천히 누르기 시작했다. “혈액순환이 원활해 질 수 있도록 혈액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쭉 끌어올려주세요. 그리고 척추 기립근을 따라 손을 움직이다보면 뭉친 근육이 만져질거에요. 그 뭉친 부위를 부드럽게 풀어주시면 됩니다” 최 실장의 지시에 따라 손가락과 손바닥, 주먹을 골고루 바꿔 써가며 최 실장 흉내내기에 돌입한 지 불과 5분여, 걸친 흰색 가운이 거추장스러워질 만큼 더위가 느껴지더니 금새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반복되는 물리치료에 몸이 녹초

마사지를 마치고 다시 물리치료기를 부착한 뒤 물리치료실 구석에 위치한 사무실 의자에 몸을 맡겼다. ‘안마를 하다보면 기가 빠진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며 한숨 돌리는 사이 최 실장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생각보다는 쉽지 않으시죠. 선수들이 물리치료기를 이용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휴식시간이죠. 선수들의 몸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예요. 그래서 항상 틈날때마다 운동도 하고 악력기 같은 것도 하면서 손에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최 실장의 만만치 않은 프로의식을 실감하는 사이, 허리가 아프다는 여자 배구 선수가 물리치료실을 찾았다.

“자, 이번엔 재활운동 실습을 해보시죠” 짧은 휴식 시간 뒤 곧바로 치료가 이어졌다. 재활운동은 줄에 몸을 매달고 잘 쓰지 않았던 부위의 근육을 다시 쓰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 부상을 입은 선수들인 만큼 몸상태가 악화되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자세를 잡아주고 보조하는 일이었다. 천천히 구령을 넣어주며 건장한 체격을 가진 선수를 잡아주는 일 또한 마사지 못지않게 고됐다. 행여나 선수의 부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조심을 유지해야 했고, 제대로 근육을 쓰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했다.

재활운동 보조에 돌입한지 불과 10분 여가 흐르자 허리와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역도선수 2명이 들이닥쳤고,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던 레슬링 선수는 물리치료가 끝났다며 최 실장을 불렀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간 줄도 모르게 오전 실습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실습에 돌입했다. 오후 시간 역시 오전과 같은 반복 업무의 연속이었다. 마사지는 온몸에 기가 빠져나갈 것 같이 힘들었고, 가끔씩 진행되는 재활치료 역시 고단했다.

■화려한 스포츠 스타 뒤의 숨은 공로자

오후에도 2시간 가량의 추가 실습을 마친 뒤 최 실장에게 물리치료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와 가장 힘든 점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최 실장은 “내가 돌보고 있는 선수들이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가 가장 신나죠. 그 때만큼 보람이 느껴질 때가 있을까요. 그리고 아쉬운 점은 치료가 필요한 여자 선수들이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마사지 등을 받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어요. 또 대회에 나가는 선수단의 출장 요청에 일일이 수락하지 못할 때가 많죠. 혼자 근무하다보니 제가 출장을 가면 물리치료실을 비워야하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아픈 선수들을 더욱 세심하게 돌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최 실장의 모습에서 단순히 물리치료사를 ‘선수들을 전문적으로 안마해주는 사람’이라고 오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선수들을 돌보는 물리치료사들이 있기에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들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