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중기ㆍ소상공인들 성공 돕는 ‘벤처기업’
경기불황 속에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통해 현장을 경험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경기신보의 여러 지점 중 선택한 곳은 성남지점. 이민우 지점장과의 개인적 친분도 있었지만 경기신보 19개 지점 중 가장 일이 많은 곳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김영환 경기도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성남지점의 시간외근무 시간은 4천844시간에 잘했다. 직원 1인당 평균으로 치면 403시간이다. 또 지난 4월 한달간 성남지점의 1인당 처리업체수는 54.2건. 규모가 작은 지점들보다 2배 가까운 수준이었고 비슷한 규모보다도 10~20건이 많은 수치였다.
지난 18일 오전 9시. 경기신용보증재단 성남지점을 찾았다. 성남시 분당구 농협 건물에 자리잡은 지점에 들어서니 은행에서 볼 수 있었던 낯익은 번호표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른 시간인데도 상담 창구에는 보증을 문의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사전에 연락을 하고 찾은 지점에서 이민우 지점장과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해주면서 경기신보의 역할과 성남지점에 대한 현황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상담창구로 향했다.
이날 배정받은 자리는 김재명 부지점장의 자리. 김 부지점장이 오늘의 멘토였다.
김 부지점장으로부터 보증과 관련한 고객을 맞이하는 방법부터 경기신보 보증제도의 전반적인 설명 등을 들은 뒤 업무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긴장되는 순간이 시작된 셈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번호표를 들고 첫번째 고객이 나에게 다가왔다.
분당구에서 순대집을 운영한다는 Y씨였다. 10년간 음식점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몇년간 모은 돈으로 순대와 오리 전문점을 개업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많이 소요되어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아직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금방 끝날 듯한 상담이었지만 Y씨의 그동안의 인생담과 창업에 따른 어려움 등 사소한 부분까지 듣다보니 30분이 넘는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이어 찾아온 고객은 가구제조업에 종사한다는 S씨. 35살인 S씨는 국내 굴지의 가구인테리어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난 1월 J팩토리라는 원목가구 제조업체를 창업했다. 그러나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보니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주문이 많지 않다고 경영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최근 큰 주문이 들어왔지만 필요한 기계와 원재료를 구매할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 구청에 사업관련 서류 발급을 위해 방문하였다가 경기신보의 자금지원 관련포스터를 보고 전화로 문의한 후, 직접 재단에 찾아오게 되었다며 자금 지원이 가능하겠냐고 문의했다.
S씨는 “은행을 찾아갔더니 사업 초기라 신용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경기신보의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하면서 “빨리 보증서를 발급 받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증 심사기준상 개인신용도가 좋아 보증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하며 추후 사업장을 방문하고 별 문제가 없으며 보증될 것이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S씨가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밝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경기신보 직원들의 보람이 ‘이런 맛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2명의 보증신청자들을 상대로 상담을 마무리하자 김 부지점장이 “이제 현장에 나가보실까요?”하며 손을 잡아 끌었다.
창밖을 보니 장마로 인해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현장에 나가는지 김 부지점장에게 물어보니 보증지원에 있어 현장방문은 꼭 필요한 절차이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직원들의 어려움이 느껴지면서 또한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들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오늘의 현장 방문 일정은 개성공단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본 신발제조기업과 작은 인테리어 업체였다. 김 부지점장의 차로 이동하면서 참아왔던 궁금함이 터져나왔다. 기자의 호기심이랄까? 성남지점을 속속들이 알고 싶었다.
우선 직원들의 출근 시간이 예상외였다. 보통 7시 전후로 출근하고 퇴근은 10시 전후였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이 부분은 나중에 직접 출퇴근 기록을 확인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경기신용보증재단을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한단다. 꺼지지 않는 사무실의 불, 직원들의 열정과 치열한 현장이 꼭 벤처기업과 닮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한가지는 자신의 성공이 아닌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이렇게 열심인 이유는 간단했다. 경제 사정이 그만큼 어렵고 소액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경기신보가 유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을 가려니 담보가 필요하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신청할 수 있는 규모의 보증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신보는 소상공인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5천만원까지 지원되는 탓에 당장 돈이 급한 소상공인들이 신용 평가나 영업장 개설 여부 등 간단할 절차를 통해 바로 보증서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정에서 사업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기신보로 몰리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소상공인에게 희망을 주는 선진종합금융기관’의 비전을 두고 ‘찾아가는 보증’을 실천중인 경기신보는 대부분의 서류까지 직접 마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현장실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직원들은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소상공인 현장실사도 병행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내부 결재서류나 보증 관련 서류 정리를 일과시간이 끝난 후나 주말을 이용, 작성하고 있었다.
경기신보 직원으로서의 이런저런 대화 중에 첫번째 현장 실사 대상인 ㈜A사를 찾았다. 경기신보에서 나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주는 신주용 이사를 따라 회사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증과 필요한 질문에 들어갔다.
등산화나 안전화를 OEM 방식으로 제작, 유명 브랜드에 납품한다는 이 회사는 개성공단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사례였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갖고 있던 이 회사는 오는 10월까지 40억원대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였고 올해 매출액이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공장이 사라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도 주문 물량은 만들어내기 위해 부산에서 공장을 임대하고 중국으로 원자재를 보내 일부 가공하게 되면서 갑작스런 자금 압박을 받게 됐다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김 부지점장과 함께 회사가 제출한 보증 신청 서류를 점검하고 개성공단과 관련한 보험 신청 여부, 회사의 자산 및 재무제표상의 기록을 확인했다. 이미 경기신보로부터 지난 2006년12월과 2010년 04월에 각 2억원을 보증받은 뒤 모든 대출금은 갚은 상태였기 때문에 신용도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다음 사업장 방문약속시간이 빠듯하여 점심은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이어 방문한 곳은 Y인테리어. 지난해 4월 개업한 뒤 6천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이 업체는 회사 특성상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보니 긴급하게 소상공인 지원자금 2천만원을 신청한 사례였다.
영업장을 방문, 영업 여부와 자재 창고 등을 확인했고 신용등급과 관련한 몇가지 질문을 거쳤다.
Y인테리어의 P대표는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급하게 현금서비스를 받고 개업하면서 대출을 받아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 같다”면서 “일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자금 문제만 해소되면 신용등급 상향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5등급에 해당, 2천만원의 보증이 가능하고 일정 수준의 보증료 납부를 안내했다. 보증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답변에 “보증료는 연간 1%이고 1년거치 4년분할상환인 만큼 보증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자금 사정이 좋아져 일시에 대출금을 갚으면 남은 기간의 보증료를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마치자 P대표은 보증을 통해 한숨 돌리게 됐다”면서 “담보가 없어 은행 대출이 어려워서 고금리의 사채를 이용하는 나같은 개인 사업자들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경기신보같은 곳이 있다는 사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대표의 배웅을 뒤로 하고 경기신보 성남지점으로 돌아왔다.
지점은 상담하려는 고객으로 가득했다. 김 부지점장은 출장 후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기다리는 고객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상담을 시작하였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하루하루 상담고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오후 3시. 체험인 만큼 직원들과 부대끼며 야간 근무까지 해야 했지만 빠른 시간이 아쉬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자리에서 이민우 지점장은 “현장 체험을 왔으니 직원들처럼 밤 늦게까지 일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저도 아쉬운데 회사에 들어가봐야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 뒤로 경기신보의 도움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인해 성남지점의 문이 열고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날 하루동안 경기신보 성남지점을 찾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모두 90여명. 올해 상반기 보증실적으로 전체 지점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성남지점이 경제불황 속에서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희망의 불씨를 전달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이 명실상부 경기도 최고의 산하기관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희생하여 봉사하는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임을 알게 한 하루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지면을 빌어 김 부지점장님께 죄송한 말씀 하나. 상담 고객이 한적한 틈을 타 컴퓨터를 뒤적였습니다. 혹시 경기신보 홈페이지의 ‘고객의 소리’에 불편 신고 같은 것이 없을까 해서요.
그런데 별 다른 것은 없었고 다른 코너에 낯익은 이름들이 나오더군요. ‘칭찬합시다’에 김 부지점장님, 배경현 차장님, 장선식 계장님, 그리고 이민우 지점장님 등등이요. 고맙다는 말들이 줄을 잇더군요. 앞으로 경기신보가 내건 찾아가는 보증서비스를 통해 도내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김동식기자 dsk@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