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고희선 경기도당위원장 별세
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 입문 경기고법 유치 등 힘써
지난해 대선 진두지휘 朴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
폐암 수술후 상태 악화, 국회장 아닌 ‘회사장’으로 치러
불의의 지병으로 25일 유명을 달리한 새누리당 고희선 경기도당위원장(64화성갑재선)은 흙냄새를 물씬 풍기는 ‘토종 정치인’이었다. 최근 폐암 수술을 받고 외부 활동을 재개하는 등 불굴의 의지력을 보여줬지만 뜻하지 않은 합병증이 발생해 병원에 다시 입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회복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생을 마감한 그는 마지막까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박근혜 대통령의 경기지역 대선 공약 추진과 경기고등법원 유치 등을 위해 힘썼으며, 지역 현안 예산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여 동료 정치인들의 귀감이 됐다.
‘종자 지킴이’에서 세계적인 종자기업 CEO로 활동
고 의원은 IMF 외환위기 가운데 우리나라 종자회사 대부분이 외국에 팔릴 때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 1990년 농우종묘를 설립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며 토종 농업 종자 회사를 지켜냈다.
농우종묘는 북경과 인도네시아 법인 등을 설립하는 등 글로법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1999년 ‘농우바이오’로 탈바꿈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농우바이오는 국내 종묘산업 1위 업체일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세계적인 글로법 종자기업으로 발돋움해 있다.
한국종자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1988년 농림수산부 장관 표창에 이어 1993년에는 농정시책을 통한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 1999년에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소작농 집안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만 졸업한 채 소규모 종묘상에서 일을 시작해 농우바이오 회장으로 입신양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그는 올해 4월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 농우바이오 주식 평가액 증가로 718억3천300만원이 늘어난 1천984억원을 기록해 정몽준 의원에 이어 국회 ‘재력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 그는 농우바이오 명예회장으로 활동했다.
‘토종 정치인’으로 경기지역을 대표
화성 출신으로 경기도야구협회 회장과 경기도새마을회 회장, 새마을중앙회 이사 등을 맡으며 폭넓게 활동하던 그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지난 2007년 4월 화성 재보선에 출마해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다.
1년 후 치뤄진 18대 총선때는 공천을 양보한 뒤 잠시 수원 영통 지역에서 출마 기회를 노리다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고향인 화성갑 공천을 다시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도당위원장에 선출된 고 의원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12월 대선 때다.
10월 초만 해도 경기도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비해 10%p 이상 뒤졌었다.
그 누구도 경기도에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이길 것이라고 예상 못했지만 그는 1.24%p 뒤집는 기염을 토하며 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몸을 아끼지 않고 경기 지역 곳곳을 다니며 대선을 진두지휘하는 바람에 건강을 해쳤다. 고 의원측은 “대선 때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 조기에 암을 치료했다면 충분히 완치가 됐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오뚝이 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무산
올들어 몸이 안좋은 것을 감지한 고 의원은 건강검진 결과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준비를 했다. 힘든 사전 항암치료도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지난 5월 수술을 받은 후 기자가 병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부인과 딸들의 병간호를 받으며 병상에 앉아 기자를 맞았다. “수술은 잘 됐다. 의사도 놀라더라”며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며칠 후 퇴원해 대외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 욕심으로 완치가 안된 상태에서 서둘러 퇴원하는 바람에 불의의 합병증이 발생했다.
합의 추대를 기대했던 도당위원장 재선이, 경선이 치뤄질 지 모른다는 소식도 그를 무리하게 만들었다.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에 가족들과 동료 정치인들은 오뚝이 처럼 다시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족들의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고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새로 지어진 628호다. 그는 새로 지어진 사무실에 노모를 모시고 와 자랑스러워 할 정도로 효심이 지극했다. 그는 노모 보다 자신이 앞서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국회장’인 아닌 ‘회사장’ 선택
고 의원의 장례는 ‘국회장’이 아닌 ‘회사장’으로 치뤄진다. 평소 동료 의원을 배려하는 고 의원의 유지를 받들어 더운 날씨에 여야 의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간사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황영철 의원에게 간사직을 양보한 뒤에도 상임위를 옮기지 않고 안행위를 지키며 황 의원을 돕는 ‘큰 정치’를 펼쳤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고 의원 별세 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고 의원은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해왔다”면서 “우리나라 종묘 산업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꾸준한 신기술 개발과 개발한 기술의 성공적인 현실화를 통해 농촌과 농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분”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민 대변인은 또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면서 “고 의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말하고, “고 의원이 못다 이룬 뜻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정치권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 장례는 25일 수원 아주대학교 장례식장 1·2호실에 이어 오는 26∼28일에는 장례식장 6·7·8호실에서 국회장이 아닌 회사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28일 오전 아주대학병원 대강당에서 영결식이 치뤄질 예정이다. 장지는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선영.
김재민기자 jmkim@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