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용인 양지파인리조트 ‘스키 패트롤(안전요원)’

부상자 응급처치에 안전시설 점검까지… 바쁘다 바빠!

스키 족들의 시즌이 돌아왔다.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스키는 새하얀 설원(雪原) 위를 시원하게 가르는 통쾌함과 짜릿함 자체다.

하지만, 스키를 즐기는 마니아들 뒤에는 그들만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밤·낮 없이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안전요원들이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119구조대로 불리는 스키 패트롤(ski patrol·안전요원) 체험은 그래서 더욱 의미깊고 이색적이었다. 기자도 20년이 넘는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언제나 중급 실력에서 빠져나오질 못한 터라 설렘보단 다소 걱정이 앞섰던 것이 솔직한 심정.

다행히 큰 추위가 없었던 지난 18일 오전 용인시 양지면 남곡리에 자리 잡은 양지파인리조트에 다다르자 차창 너머로 눈 덮인 슬로프들이 속속 모습을 내밀기 시작하면서 기자의 심장은 왠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으로 쿵쾅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

◇초보 패트롤, 선배와 어색한 상견례

‘스키장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사전에 패트롤 체험을 미리 하기로 스키장 측과 약속을 잡고 양지파인리조트 스키장에 도착하자 새하얀 설원이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졌고, 스키어들이 바람을 가르며 씽씽 활강을 하고 있었다.

이곳의 패트롤 대장인 유문상 대장(34)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고 초보 스키어의 실력을 의심한 듯 재차 물은 뒤 먼저 패트롤의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

유 대장은 “패트롤이란 슬로프 위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응급조치를 취한 후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후송하고,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주 업무”라며 ‘안전’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는 이곳에서 패트롤 업무를 시작해 12년 경력을 자랑하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이날 기자는 유 대장의 소개로 경력 6년차의 박관기(27) 대원을 비롯해 3년차·2년차 경력의 김정하(24)·양재성 대원(21)과 한 조를 이루게 됐다.

◇사고 발생, 초보 패트롤 능력을 보여줘

실전에 투입되기 전 가벼운 준비 운동은 필수. 조원들과 함께 둥글게 서서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으로 얼었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때 유 대장의 무전기가 다급히 울리기 시작했다.

‘오렌지 슬로프 상단에서 사고 발생! 사고 발생!’.

이제 겨우 몸만 풀었을 뿐인데 초보 패트롤은 영문도 모른 채 유 대장 손에 이끌려 부랴부랴 스노 모빌에 몸을 실었다. 첫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우리가 탄 스노 모빌은 빠른 속도로 슬로프 정상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20대 여성이 슬로프 정상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얼어 있었다.

초급 실력임에도 친구들과 겁 없이 중급 슬로프에 도전했던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플레이트도 약간 파손돼 혼자의 힘으로는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원들과 함께 이 여성을 썰매에 태우고서 밧줄로 단단히 묶고 안전하게 슬로프 아래까지 옮겨다 줬다.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대원들과 기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다발적 사고 연속, 응급처치여 응답하라.

바로 그때 이번에는 스노보드를 탄 한 여성이 슬로프 하단에 다다르도록 제 속도를 줄이지 못해 안전망에 부딪히며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말 그대로 긴급 상황이었다. 이 여성은 빠른 속도로 부딪힌 탓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팔에 통증을 호소했다. 즉시 선배 대원들과 함께 여성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팔에 삼각포를 댔다. 얼마 전 민방위 훈련에서 응급처치를 배웠지만, 좀처럼 생각나지 않아 애만 태웠다.

코스별로 내걸린 ‘자신의 실력에 맞는 코스를 이용하라’는 안내 현수막이 진리처럼 다가온 순간이다.

유 대장은 “우리 스키장에서만 한 시즌에 400여 명이 다친다”며 “과욕을 부리거나 절대로 음주 스키를 타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 사고 예방에 몸을 던져라.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나서 유 대장과 대원들과 함께 슬로프 주변 안전지대 시설 점검에 나섰다.

패트롤은 매일 스키장 개장 전에 제일 먼저 슬로프를 올라 내려오면서 설질(雪質)은 물론 각종 펜스와 안전망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박관기, 김정하 대원과 초보자 슬로프에 안전망을 설치했다. 안전망 설치는 비교적 간단했다. 드릴로 눈에 깊숙이 구멍을 뚫은 뒤 폴대(바)를 박고 나서 망을 걸기만 하면 그걸로 끝.

박 대원은 “넘어진 스키어들의 충격을 막고자 안전망 점검은 수시로 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매의 눈처럼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들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외국인 스키어들을 위한 통역 가이드에 분쟁조정까지 진땀

최근 한류 열풍 탓인지 스키장에는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이었다. 외국인이 부상을 당해 말이 안 통한 적이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 대장은 “외국인 대부분이 가이드와 동행해 큰 문제는 없지만, 우리도 영어와 중국어 등 기본적인 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보다 패트롤의 애로 사항이라면 요즘 들어 서로 부딪힌 스키어들이 잘잘못을 따져가며 경찰을 부르네! 마네 하며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걱정하는 유 대장.

그는 “서로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하면 좀 더 즐겁게 지낼 수 있다”라며 “스키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리 패트롤들도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온종일 선배 패트롤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때로는 슬로프에 내동댕이친 기자는 일일 패트롤 체험이 끝나자마자 팔다리를 비롯해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었지만, 어느새 얼굴과 귀는 새빨개졌고, 콧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매일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패트롤들이 안쓰러웠다.

여느 체험과 마찬가지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땀 흘리는 그들은 진정한 프로였다.

권혁준기자 khj@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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