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에서 감시까지… ‘공명정대한 선거’ 지키는 파수꾼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 단체장의 장을 뽑는 6ㆍ4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올해는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존폐 유무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기존 선거 때보다 대중의 관심이 더욱 몰리고 있다.

기자일을 하기 전엔 선거라고 해봐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정도만 알고 심지어 투표도 거르기 일쑤였던 본 기자에 이번 일일 체험은 뜻 깊은 의미가 될 것 같은 생각과 실질적으로 선거 전반에 걸친 모든 활동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잠시나마 발을 담그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도지사ㆍ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 레이스에 돌입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5일 오전 10시50분께.

평소 친분이 있는 홍보과 임재열 공보계장(54)을 약속시간 보다 10분 빨리 찾아갔다.

본격적인 체험활동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체험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듣고 숙지해 다른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주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을 통해 임 계장이 벌써 선거준비활동을 위해 자리를 옮겼단 소식을 듣고 괜한 미안함이 들어 부리나케 홍보과 맞은편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문을 열자 수십여개의 박스와 수천장에 이르는 홍보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바로 오는 18일부터 실시되는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아카데미’ 홍보물이었다.

3천매에 달하는 이 홍보물을 각 시ㆍ군 위원회에 배포하는 일이 오늘 체험활동의 시작인 셈이다.

뒤늦게 본 기자를 알아본 임 계장은 “일손이 모자라는데 잘 오셨다”며 “자세한 얘기는 식사를 하며 하자”고 말을 맺은 뒤 곧바로 일에 착수하는 모습에서 평소 온화한 미소를 보였던 임 계장과 사뭇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은 생각보다 간단해 보였다.

44개 시ㆍ군위원회에 홍보물 50매씩을 배분해 박스에 쌓아 포장하는 일은 초등학생 정도만 되도 충분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평소 급한 성격에 포스터를 거칠게 다루자 금새 구겨지고 심지어 찢어지는 위기(?)까지 발생했다.

더군다나 갯수를 맞춰 박스에 담아논 포스터 수도 오차가 발생해 일을 2번하는 어리석은 모습도 보여 도움을 주러 왔다기 보단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낯이 뜨거웠다.

임 계장이 웃으며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시다”며 “굼뜬 사람보다 서두르는 사람이 훨씬 낫다”고 기자를 격려했다.

박스 포장까지 마무리해 우체국 택배로 배송준비가 마무리된 후 그때서야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으니 오전에 잠깐 몸을 움직인 것도 일이라고 잠이 쏟아졌다.

잠시 자리에 앉아 눈을 붙이려고 했지만 곧바로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에 투입돼 다음 체험활동을 이어갔다.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이란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선거범죄 관련된 활동을 체크하는 일로 비방, 흑색선전 등을 감시하는 활동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이 야당과 야당지지자 모두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한 사건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대선개입에 투입됐다는 의혹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는 사이버상의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차라리 좀 전 몸으로 체험했던 활동이 내심 편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투입된 5명의 직원 사이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카페나 블로그, SNS 등을 체크하며 지도과 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불법선거운동이 벌어지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1시간 정도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평소 시간을 때우며 인터넷을 검색하며 재미난 기사를 확인하는 일과 불법선거운동을 포착하기 위해 하나하나 인터넷 댓글까지 꼼꼼히 챙기는 일은 정말 확연히 달랐다.

눈이 침침해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직원들은 카페와 특정 후보자 팬클럽 등을 옮겨다니며 인터넷 상에서 만연하게 펼쳐질 수 있는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느라 분주했다.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한 직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이버 감시 활동을 해야 한다”며 “최근 사이버 관련 선거범죄가 이슈로 부각돼 힘들어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가량의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체험활동을 정리하고 외부에 나가 바깥공기를 마시며 지친 눈과 머리를 식혔다.

20분의 긴 휴식을 즐기고 지도과를 방문했다.

이번 활동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와 관련된 질의내용에 대한 응답을 하는 체험이었다.

최근 들어 하루 평균 70여통에 달하는 선거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이라 지도과는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이다.

지도과 조성욱 주임(37)의 옆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고 답변하는 조 주임의 모습을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답변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선거 관련 책을 옆에다 펼치고 조 주임의 도움을 받아가며 수화기를 들었다.

모 의원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입후보 관련 등록자격’과 ‘선거운동 방법’에 대해 질의했다.

잘못된 답변을 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옆에 위치해 있는 조 주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조 주임이 설명해주는 데로 앵무새가 된 기분으로 질의내용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해나갔다.

이후에도 몇차례의 전화를 추가로 받아가며 직원들의 도움을 받은 채 간신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뭐냐’라는 질문에 조 주임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축사나 행사참여 등 선거운동개념의 경계선 상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장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의사항과 그 질문을 하는 신분 등 제반사항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해당 질문이 사전선거운동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이 쉽지 많은 않다”고 덧붙였다.

지도과에서 활동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남은 불법선거단속예방활동 교육에 투입됐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기부행위 및 사전 선거운동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 발생을 적발하는 활동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한 필수적인 감시활동이다.

캠코더를 위한 교육활동은 외부에서 이뤄졌다.

간단히 캠코더 작동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캠코더 고정을 위해 삼각대를 설치한 후 촬영에 돌입했다.

각도가 문제였는지 삼각대를 설치하고 캠코더를 이용한 촬영 영상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곧 이어 두번째 교육이 진행됐다.

이번 교육은 불법기부행위가 이뤄졌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비밀리에 영상을 캠코더에 담아내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된는 촬영이었다.

음식점 등 밀폐된 공간 속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상황을 영상에 담기 위해서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했다.

설명을 하나하나 듣고 옷춤속에 캠코더를 집어 넣은 채 비밀촬영을 가장한 교육에 들어갔지만 해상도부터 촬영대상 등 모든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실수를 해 애꿎은 캠코더를 떨어뜨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오후 6시가 돼서야 길고 긴 체험활동이 끝이 났다.

볼일을 보던 임 계장이 체험활동을 끝낸 기자를 찾아와 ‘수고했다’라는 고마움의 표시를 하니 체험활동을 한다는 핑계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채 짐만 된거 같아 괜시리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동안 무관심했던 선거에 대해 이번 체험활동이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좋은 동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에게 큰 빚을 진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