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양주시보건소 방문간호사

‘의료 사각’ 외로운 홀몸 어르신 찾아 따뜻한 돌봄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즈음, 가족의 냉담한 방치와 주위의 무관심 속에 독거노인이 버려지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경기도 노인인구는 160만1천518명. 이 중 20% 정도가 독거노인이라는 통계청의 발표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언어적 정의로 단순히 홀로 사는(獨居) 노인이 아닌, 복지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외로운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기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에 양주시 지역 내 독거노인의 문제를 살뜰하게 챙겨오는 양주시보건소를 노크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선다고 무턱대고 일을 저지를 수는 없는 법. 체험에 앞서 원정림 보건사업과장과 미팅을 잡고, 방문보건사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현재 양주시보건소에 등록돼 관리하고 있는 방문보건 서비스 대상자는 모두 4천522가구. 이 중 독거노인은 1천110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방문간호사는 광적과 은남면을 맡은 맏언니 도성혜씨(53·여)를 비롯해 이선아·김나영·마유남·김수진씨 등 5명. 은현과 장흥보건지소에서 담당하는 직원 2명을 포함하더라도 7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할 대상자가 700~800명에 이른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긴장감을 잔뜩 안고 최근 모처럼 풀린 햇살을 맞으며 일일 방문간호사로서 체험에 나섰다.

◇보건 사각지대의 든든한 지킴이로 출발

오후 1시30분 방문보건팀 사무실. 오후 일과를 준비하느라 방문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문 대상자들에게 전해줄 물품과 약제들, 치료장비들이 가방 한가득. 본격적인 1일 체험을 위해 하정아 방문보건팀장과 양주2동(행정동) 지역을 담당하는 마유남 간호사(39)와 동행해 첫 체험지인 고읍동으로 향했다.

마유남 간호사를 따라 20여 분을 달리다 시골길로 들어서 멈춘 곳은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낡은 기와집이었다.

의료 장비를 챙겨들고 홍금순 할머니(80) 댁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 계세요? 방문 간호사 왔어요.”

살갑게 인사하는 마 간호사의 익숙한 목소리에 안방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작은 몸집의 홍금순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줬다.

◇혈압체크 및 당뇨검사까지 전문 의료진 못잖아 으쓱

마 간호사가 가방에서 혈압검사기를 꺼내 혈압을 체크하고 당뇨검사도 했다. 연세가 높으신 분들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당뇨검사는 필수로 해야 한단다. 협압과 당뇨가 정상수치를 나타내자 곧 만성질환인 관절염 통증치료에 들어갔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은 홍 할머니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통증 부위에 초음파로 전기자극을 줘 신경기능을 자극해주는 경피전기신경자극기로 15분 정도 치료한 데 이어 통증 부위에 젤리로 된 소염제를 골고루 바르고 적외선치료기로 10분 정도 쬐는 치료를 병행했다.

마 간호사는 치료 중간 중간 “식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고기 반찬도 해 드셔야 해요”라며 건강사항을 체크했다.

준비해 온 어른용 기저귀 두 세트와 3개월치 영양제를 챙겨 드리자 홍 할머니는 “영양제도 줘! 영양제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보건소 덕분에 먹어보네” 하시며 마냥 즐거워하신다.

◇어르신 말벗까지 해드려야 진정한 치료의 완성

기자와 마 간호사가 일을 마치고 일어서려 하자 홍 할머니는 못내 아쉬운 듯 자신이 살아왔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조실부모한 15살 때 결혼해 살아온 이야기, 할아버지가 3일간 아프시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까지…. 그동안 기자와 마 간호사는 할머니의 말벗이 됐다. 할머니가 이야기하시는 동안 잠깐씩 어깨를 주물러 드렸는데 생각보다 살이 없으셔서 아프실까 봐 제대로 주물러 드리지도 못했다.

다음 대상자를 위해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됐다. 할머니는 아쉬운 듯 눈물까지 보이셨다. 기자도 차까지 걸어가는 30여m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두 번째 방문은 처음보다 익숙해

기자는 김나영(40)·이선아(50) 간호사의 뒤를 따라 두 번째 체험지인 백석읍 꿈나무로 김순복 할머니(66) 댁으로 향했다. 간호사들을 따라 김순복 할머니 댁 방에 들어서니 한겨울인데도 난방도 없이 전기장판에 의지한 채 방 안 공기가 차가웠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며 손수 커피까지 타 내주신다. 잠시 커피를 마시면서 할머니의 건강은 어떤지 챙겼다.

단칸방 전셋집에서 어렵게 사는 김 할머니는 기초수급자로 지난해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우울증을 앓기도 했지만 방문간호사들의 돌봄으로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남편과 37세에 사별한 뒤 공사장을 돌며 벽돌을 나르는 등 허드렛일을 하다 보니 요통과 퇴행성 관절염으로 다리가 휘어 바깥 외출은 엄두도 못 냈는데 지난해 연말 방문간호사의 도움으로 의정부 비전병원에서 관절치환 수술을 받아 지금은 걸어다닐 정도로 좋아졌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무료로 의치 수술까지 받아 한결 수월하시다고.

◇기본 건강체크에 치매테스트까지 만전

이 곳에서도 혈압체크와 당뇨검사가 먼저 이뤄졌다. 다행히 이번에도 혈압과 당뇨 수치가 정상이었다. 이어 김 할머니의 수술한 다리 무릎부위에 진통소염 젤을 바른 뒤 적외선치료기로 치료했다.

지속적인 통증치료를 위해 1개월간 적외선치료기를 대여해 드렸고, 한방파스도 충분히 챙겨 드렸다. 2개월치 영양제를 드린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 순서로 치매검사를 실시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도 또렷하게 쓰고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는 등 정상수치를 보였다. 김 할머니는 방문간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와 방문간호사들에게도 대문 밖까지 배웅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따뜻한 우리 지역의 파수꾼, 방문보건사업단 활약에 기대

지난해 방문간호사업단은 10명으로 활약했지만, 올해는 예산문제로 5명밖에 선발되지 못했다. 여기에 기간제 인력이다 보니 10년 이상의 베테랑 경력자들이 선뜻 지원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하정아 방문보건팀장은 “사회 약자인 독거노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고 확대돼야 하지만 정작 예산이 삭감되면서 10명이 하던 일을 5명이 하는 실정”이라며 “하반기에는 예산이 확대돼 예년 수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체험을 마치면서 그동안 몰랐던 방문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새롭게 알게 됐다. 묵묵히 고된 일을 감내하고 있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웃음을 잃지 않는가 싶어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들이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위해 더 밝게, 더 가볍게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함께 예산 지원이 더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보건소 문을 나섰다.

양주=이종현기자 major01@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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