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무책임한 태도 ‘비난’ 실종자 친구 항의에 112 신고·언론 브리핑 일방 취소
1인당 연수비용 4천100원 선원 안전교육도 ‘남의 일’
경험이 부족한 신참 항해사가 고위험 항로에서 첫 운항지휘를 한 사실을 비롯해 대타 선장, 선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침몰 여객선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선사측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20일 오전 11시25분께 경기도 안산 단원고 실종자들의 중학교 친구라고 밝힌 A군(18)이 인천시 중구 항동에 있는 청해진해운 사무실을 찾아 항의하자 회사측이 112에 신고했다.
A군은 잠금장치로 잠긴 청해진해운 사무실의 출입문을 두드리며 직원들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선사 측은 ‘설명할 게 없다’는 이유로 30분 넘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사이 회사측은 112에 신고했고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연안파출소 직원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선사 사무실 내에는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정보과 경찰들이 있어 굳이 112에 신고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선사 측이 과잉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사측은 이날 오전 예정된 언론 브리핑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앞서 청해진해운은 사고 당일 꾸린 대책본부를 하루 만에 폐쇄하고 외부 접근을 막았다.
비판이 일자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 하루 2차례 정례 브리핑을 취재진에 약속했다가 이틀만에 다시 말을 바꿨다.
선사 측은 앞으로 공식 브리핑을 더이상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선사측 관계자는 “여객선 탑승객과 국민께 죄인의 심정으로 사죄드린다”며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습하겠다”고만 말했다.
한편 선사측의 총체적 운영 부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 결과 사고 당시 500명 가까운 승객과 선원이 탄 대형 여객선의 운항을 책임진 이는 베테랑 선장도, 2등 항해사도 아닌 막내 3등 항해사. 그것도 입사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 물살이 빠른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운항 지휘를 한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선장을 비롯한 대다수 승무원들의 ‘나 먼저 탈출’의혹도 사실로 밝혀지면서 윤리의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차 구조자들을 태우고 팽목항에 도착한 선박은 조도면 급수선 707호. 구조자 47인 가운데 선원이 10명, 승객이 37명이었다. 이후 2, 3차 구조에서 선원의 모습은 없었다. ‘승객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기고 나 먼저 탈출한 것이다.
1등 항해사는 배의 우측, 2등 항해사는 좌측을 맡아 탈출 지휘를 하고 조타수와 기관사는 배 양쪽의 구명정을 투하하도록 매뉴얼에 명시돼 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선원 안전교육도 ‘남의 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은 10일마다 소화훈련과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 인명 안전훈련을, 3개월마다 비상 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충돌, 좌초, 추진기관 고장, 악천후 대비 등선체손상 대처훈련과 함께 해상추락 훈련을 하도록 돼 있지만 말 뿐이었다.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에 쓴 비용은 1인당 4천100원으로 총액으로 따지면 1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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