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수원 못골종합시장 ‘동성분식’ 호떡의 달인 도전

찍고 뒤집고 착착…  인생도 호떡도 타이밍

찌는 듯한 무더위가 다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다듬는 시기가 왔다. 계절이 바뀌며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는 음식 또한 변하기 마련.

이를 입증하듯 거리와 골목 곳곳에는 추위를 녹이는 음식들이 이 곳을 지나치는 이들을 유혹하며 발길을 당기고 있다.

이 중 추운 겨울날 그 맛이 더 달콤하고 쫄깃하게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호떡이다. ‘호떡 집에 불난 듯하다’, ‘호떡 뒤집 듯하다’ 등 호떡과 관련된 속담이 말해주듯 호떡의 역사는 유서가 깊다.

‘호호 불어 먹어 호떡’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호떡의 호는 ‘오랑캐 호(胡)’자에서 따온 떡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호떡의 유래가 무엇이든 정작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다.

추운 겨울철 호떡 한 입 베어먹고 꽁꽁 얼어버린 몸과 마음을 녹이고 동시에 꿀맛까지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체험 시작 일주일 전부터 수원 일대 유명한 호떡 집 섭외에 나섰다.

기왕 체험을 할 바엔 사람들이 북적대는 소위 ‘잘 나가는 집’을 찾기 위해서였다. 회사 동료를 통해 소개받은 곳은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에 위치한 ‘동성분식’. 분식이라는 말을 듣고 ‘호떡 전문점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동료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담보로 무작정 동성분식을 찾아갔다.

오후 1시께 찾은 동성분식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으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호떡을 먹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분주한 상황 속에서 주방에 계신 유선희 사장(47)을 뵙고 방문취지를 설명했지만 워낙 바쁜 탓에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옷부터 갈아 입으세요’라는 말에 주섬주섬 앞치마를 두르고 체험에 나섰다.

처음 한 일은 반죽을 빚는 일이었다. 주방에 들어서 사장님의 코치대로 반죽을 이리저리 빚어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말없이 지켜보던 유 사장이 “처음 종업원이 들어왔을때 감각을 익히기 위해 반죽 빚기만 몇주 동안 연습한다”며 “반죽이 잘 되지 않으면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를 할 수 없다는 말에 조금은 위축이 돼 더욱 집중하며 유 사장의 코치 하에 반죽 빚기를 끝마쳤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줄을 지어 있는 호떡 철판 앞으로 이동, 다음 단계 실습에 나섰다. 동성분식 호떡의 반죽과 속에는 다른 호떡 집과는 차별화된 재료 몇가지가 들어간다. 우선 반죽에는 필수재료인 밀가루와 찹쌀 등을 넣는다.

속에는 설탕 외에 미숫가루와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를 넣어 영양을 보충하고 약재나 식용으로 사용되는 ‘울금’까지 첨가해 여타 호떡과는 차별화된 맛을 선보인다. 때문에 동성분식의 호떡은 ‘울금 호떡’으로 통한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이 집 호떡 철판 위에는 남들과는 달리 기름을 두르지 않는다. 기름 없는 호떡을 상상해 본 적도 없지만 이 때문에 바삭바삭 노릇노릇한 호떡으로 차별화를 둘 수 있었다고 유 사장은 자신있게 답했다.

몰려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완성된 밀가루 반죽에 속 재료를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밀가루 반죽에 적당한 양의 속을 집어넣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한 움큼 속재료를 집어 들때마다 종업원은 조용히 적당한 양을 맞춰주기를 수십차례 반복했다.

너무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주변을 힐끗 둘러보니 유 사장의 현란한 호떡 뒤집기 퍼포먼스가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철판 위의 호떡을 손목 스냅을 이용, 현란하게 뒤집는 것은 물론 중간중간 밀가루가 벗겨진 호떡을 찾아 밀가루 반죽을 덮히는 성형도 척척 해냈다. 또한 유 사장이 찍어낸 호떡들은 대부분 크기 부분에서 통일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1~2분 동안 철판 위에서 유 사장의 손길을 거친 노릇노릇한 호떡들은 눈으로만 봐도 군침을 돌게 했다.

호떡 용구를 들고 줄 서 있는 손님들 앞에서 호떡을 뒤집고 찍어누르며 나름 열심히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역시나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찍어누른 호떡은 옆구리가 터지고 뒤집기 타이밍을 놓친 호떡들은 철판 위에서 검게 타고 있었다.

 

줄을 길게 선 손님들은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원망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유 사장은 망가진 호떡을 성형하고 처리하기 바빴다. 그러던 중 한 40대 여성 손님이 “시간 없어요, 빨리 좀 주세요”, “그냥 아까 하시던 분이 하면 안돼요” 등의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인내심을 갖고 있던 다른 손님들도 하나 둘씩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결국 호떡 만들기를 포기하고 옆에 놓여진 오뎅과 떡볶이 앞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계산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참을 지나 손님의 발길이 잠시 뜸해진 시간, 유 사장의 호출에 다시 한번 철판 위에 섰다. 유 사장은 “수개월을 연습해야 손에 익는다”며 “잠시 손님 발길이 끊겼으니 다시 한번 연습해 보자”며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손님이 몰리면 계산대로, 잠시 발길이 끊기면 다시 철판 위에서 연습을,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 채 분주히 뛰어다녔다.

오후 7시, 막바지 손님을 맞으며 슬슬 가게를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유 사장이 미리 챙겨놓은 호떡 봉지를 건네며 “우리 가게 호떡이 2개에 1천원이야. 수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어. 이거 맛보고 생각나면 들려. 총각은 공짜로 줄게”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게를 나선 후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온 몸에 베인 기름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손에 들린 검은 색 봉지에서 호떡 하나를 꺼내 한 입 베어 먹으니 오늘 고생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보상으로 조금의 모자람도 없을 정도의 깊은 맛이 온 입안에 퍼졌다.

양휘모기자

사진=추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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