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남양주 다산신도시 건설현장 감독관

5만 가구 새 삶의 터전… 튼튼한 기초공사 ‘생명’

처음 신문사에 입사해 막내 기자 시절 광교신도시가 들어선 수원시 이의동 일대는 원천저수지를 끼고 유원지가 있었고 음식점들이 곳곳에 산재한 한적한 시골 모습이었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난 지금 광교신도시는 곳곳에 마천루들이 들어서고 현대식 건물들로 빼곡한 도심지로 변모했다.

남양주시 진건읍 일대도 광교신도시처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경기도 차원에서 추진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인 남양주 다산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다.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리, 도농동, 지금동 일대 271만3천여㎡에 추진되는 다산신도시는 오는 2018년 조성을 목표로 현재 보상이 마무리되고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이다. 4만9천여세대가 입주하게 되는 다산신도시는 내년 3월부터 공동주택용지로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도시공사를 수년째 출입하면서도 자료나 말로는 들었지만 도시공사의 현장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현장 체험 주제로 다산신도시를 선택했다. 공사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공사 감독관으로 한번 근무해보기로 했다.

25일 아침 일찍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수원에서 한시간여 달려가 와부IC에서 나와 상가밀집지역을 통과하자 탁 트인 벌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조성사업의 한축인 진건지구 기반조성공사 현장이었다.

우선 방문한 곳은 경기도시공사 다산신도시 부지조성공사 1공구 개발사업소 현장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서니 1공구 현장을 총 책임지고 있는 임상훈 소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양주 흥죽산업단지, 연천백학산단, 화성 전곡해양산단 등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책임자로 도시공사 내에서 정평이 나 있는 전문가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하루 일과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시작한 업무는 주간회의. 매주 한차례씩 경기도시공사 현장 관계자들과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회의를 갖고 한 주 단위의 공사 추진 실적 등을 확인한 뒤 앞으로의 계획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감독관으로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만큼 회의에 참석하니 지금 진행 중인 공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1공구에서 진행되는 공사는 지장물 철거, 토사 굴착이나 발파, 성토 등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지장물에 대한 논의도 회의 주제였다. 시공업체를 대표해 최병인 태창기업 현장소장이 공사실적과 지난 회의 결과에 대한 조치사항 등을 보고한 뒤 도시공사 관계자들의 점검이 이뤄졌다.

한시간여 동안 이뤄진 회의에 참석해보니 진건지구 1공구 현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 발주처인 도시공사 직원들은 겨울철이 시작된 만큼 공정 속도를 더 높일 것을 요구했고 시공사 관계자들도 공사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기탄없이 얘기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곳의 가장 큰 문제는 지장물 철거. 공사가 본격화될 시점에서 아직까지 보상을 받았거나 불법으로 세워진 비닐하우스나 가건물들이 철거되지 않고 공사 현장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현재 공정에는 차질이 없는 수준이지만 내년 3월과 4월 B2와 B4 블록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 상태였다. 참석자들은 보상팀과 협의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속한 조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임 소장은 “예전과 달리 대집행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면서 “어떻게든 내년 분양일정을 맞추려면 지장물 철거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회의가 끝난 뒤 현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현장 사무실에서 5분여 거리에 있는 조성공사 현장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 칼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조성공사의 핵심인 도로를 개통하기 위해 성토작업이 한창인 곳이었다. 공사감독관으로 현장을 방문한 만큼 도시공사 직원인 김현수 과장에게 설명을 들은 뒤 노체 검측 및 다짐도를 검사하는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노체는 도로 건설 시 흙쌓기 단면을 구분하는 노상의 아래부분을 말한다. 건설기술관리법상 품질관리를 위해 노체의 경우 30㎝마다 검측을 해야 한다. 도로 표면의 평탄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울기를 측정한다고 보면 된다.

1공구 대(주)1-1 지점에 도착, 곳곳에 표시된 장소에서 GPS를 대고 실제 측정을 했다. 규정상 기울기가 5㎜ 이내를 충족해야 했는데 3곳을 검측한 결과, 모두 기준을 충족해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 김동식 기자가 경기도시공사 남양주 다산신도시 부지조성공사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다음번 감독 대상은 흙 다짐도를 측정하는 검사였다. 유압기계를 이용해 서서히 하중을 주고 땅의 눌림 여부를 측정하는 항목이었다.

동행했던 김현수 과장은 “쉽게 애기해서 2.5t의 하중을 주었을 때 지반이 2.5㎜ 이내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지지력 계수라고도 불리우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땅이 견고하게 다져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검측은 공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수시로 진행되고 일일히 검사확인서에 공사감독관의 사인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향후에 발생할지 모를 부실 공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매서운 바람 속에 다음번 작업 대상인 발파 현장으로 출동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발파 현장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공사 부지에 솟아있는 높이 수십여m의 연암을 부수기 위해 매일 발파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늘의 작업량은 총 25곳에 깊이 6.2m 정도의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일일히 집어넣어 발파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단순하게 폭약을 넣고 뇌관을 연결하는 줄 알았지만 다이너마이트뿐 아니라 암포라고 불리는 가루 화약, 자갈도 집어넣었다.

발파를 담당하는 김년홍 차장은 “다이너마이트는 폭발을 일으켜 암반을 부수고 암포를 통해 엄청난 압력의 가스를 발생시켜 깨진 바위를 밀어내게 된다”면서 “자갈은 발생한 가스들이 통하게 하기 위해서 넣는 기법으로 이곳에서 사용되는 발파 기법은 특허를 받은 공법”이라고 말했다.

25개의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뒤 안전을 위해 안전지대로 서둘러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작업이 중지됐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발파 현장 인근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무전기를 통해 발파 담당 업체 직원들과 안전요원들이 차량 대피를 신속하게 지시했다. 차량들은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 기사들이 사용하는 차량들로 확인됐고 이후 공사현장 진출입로에 배치된 3명의 안전요원으로부터 사인이 들어오자 발파가 시작됐다.

최병인 소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발파는 항상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뤄진다”면서 “발파 작업은 모두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가 이뤄지고 안전요원들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지 발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파 30초 전, 10초 전 하는 무전기 너머 소리와 함께 발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발파가 이뤄지며 암벽 한구석이 터져나오면서 무너져 내렸다.

영화에서 보는 엄청난 소음이나 먼지를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보는 발파 현장인 탓이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발파로 무너진 연암들을 이제 중장비를 동원, 제거하고 내일 또다시 발파가 이뤄진다고 했다.

5시간에 걸친 체험의 시간이 다될 무렵 콧물이 계속 나왔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공사 현장을 누비다보니 감기가 심해진 것 같았다. 초겨울이지만 바람이 매서웠다. 이곳에서 공사 감독관들은 쉼없이 검측 업무를 수행하고 발파 현장을 감독하고 있다. 거대한 댐도 조그만 구멍에 무너지듯이 각종 감독 업무에 빈틈이 발생하면 나중에 어떠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도시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라 항상 긴장하고 신경쓸 일이 많지만 후에 입주민들이 편안히 생활해야 할 공간이어서 항상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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