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대전’ 만큼 불타는 연말 판매 대작전
12월이다. 연말연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달이다.
전에는 ‘연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소리, 연말은 친구들과 함께 불태워야지”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아이들 선물은 뭘 하지?’로 이어졌고, 거리 곳곳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쌓여 있는 모형 선물 꾸러미들은 1일 체험의 소재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그 선물을 파는 완구점 점원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완구 전문 판매점 ‘한토이’를 찾았다.
‘한토이’는 35년간 한우물을 파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장난감 할인매장과 쇼핑몰을 결합한 차별화된 판매 전략을 구축, 새로운 쇼핑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몸소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크리스마스 앞두고 완구 쇼핑객 밀물
개점시간에 맞춰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매장은 이미 잘 정돈된 상태로 영업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른 시간임에도 매장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의 모습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회의실에서는 홍성환 대표와 직원들이 막 회의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며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파워레인저’ 수급 대책에 대한 논의로 진행됐다.
먼저 확보한 물량에 대한 보고와 함께 전국 4개 지점과 각 지역 거래처의 출고 계획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이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파워레인저 판매 방법에 대한 의견교환에 이어 홍 대표의 최종 지시가 내려졌다.
홍 대표는 “전년 대비 물량이 부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추가 물량 확보가 어려운 만큼 비구매로 실망한 고객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한꺼번에 손님들이 몰려 다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해당 제품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들에게는 번호표를 나눠 주고 새벽부터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인근 커피숍 등에 협조를 구해 고객들이 추위에 떠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회의를 마치고 홍 대표의 안내에 따라 1층(유아용품), 2층 토들러(작동, 교육완구), 3층(승용, 발육) 매장을 둘러본 후에 제품들이 보관돼 있는 창고에서 전반적인 제품 판매에 대한 흐름을 들었다.
매장에서 취급하는 완구의 가짓수가 1만여점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것도 잠시, 2층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 고대영(26) 주임으로부터 2층에 진열된 제품의 구성과 업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제품 진열 작업에 즉시 투입됐다.
선반에 진열된 제품이 빠지면 바로 채워 넣는 단순 작업이지만 그만큼 세심한 주의도 필요한 작업이다.
제품의 내용물이 보이도록 전면으로 진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만졌을 때 뒤에 있는 제품이 앞으로 쏠려 쓰러지지 않도록 세워서 진열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품 진열을 하면서도 손님들의 통행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 신속하게 진열하고 정돈을 마무리해야 한다.
고 주임은 “손님이 물건을 찾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며 “찾기 전에 항상 제품은 채워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제품 진열을 하는 사이 노부부가 다가와 ‘파워레인저’를 찾는다. 회의를 통해 내일 판매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상황을 설명했지만 노부부는 “손자에게 줄 선물이라 오늘 꼭 사야 한다”고 사정을 한다.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어물쩍 하는 사이 홍 대표가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하자 그들은 납득하는 듯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파워레인저’는 매장 개점과 동시에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동이 났고, 노부부 역시 손자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 계산은 아무나 하나? 바코드 찾느라 허둥지둥
다음으로 유아동 제품과 각종 A/S, 제품조립, 고객들이 고른 제품을 계산하는 1층 매장으로 이동했다.
우선 계산대로 이동해 설명을 들었다. 계산대 위 바닥에는 자동 스캐너가 설치돼 있고, 그 옆으로는 손으로 찍는 수동 스캐너와 돈 통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물건을 사는 것과 계산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우선 바코드를 찾는 것조차도 일이다.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바코드를 찾아야 하는데 물건마다 달라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바코드를 찾을 수 있었다. 숙련자들도 바쁠 때는 옆에 설치돼 있는 수동 스캐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 안 되는 손님을 상대하며 혼이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어 바로 옆 A/S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고객이 구매한 제품의 하자가 발생했을 시 수리를 하는 곳으로 부품 및 고객 부주의로 발생한 하자 이외의 모든 수리는 무상으로 처리한다.
마침 담당 직원이 유아용 미니쿠페 차량 손잡이 밸런스가 맞질 않는다며 A/S를 의뢰하는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담당 직원은 최대한 친절하게 “미니쿠페의 경우 가끔 밸런스 불량이 나오고 있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고 그 자리에서 교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고객은 뭔가 불만을 표시하려고 했던 모습이었으나, 담당 직원의 신속한 응대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이 매장에서 100여m 거리에 있는 물류 창고. 제품의 분류와 입ㆍ출고가 이뤄지는 곳이다.
25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이강신(44) 물류 총괄부장에게서 지게차 조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업에 들어갔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박스들 사이에서 많은 양이 필요한 제품은 지게차를 이용해 1t트럭으로 옮겨 싣는다. 양이 작은 것은 직접 손으로 옮긴다. 급할 때는 박스를 손으로 들고 매장까지 뛰어갈 때도 있다.
이날 낮 체감온도는 영하 7도였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매장에 제품이 없어 손님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상시 제품을 날라야 한다. 이 같은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 35년 외길 홍성환 대표 “국내 제조가뭄 안타까워”
이어서 이 부장을 따라 통신판매를 위한 작업실로 이동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된 물건들을 비닐로 포장하고 테이핑과 라벨지 부착 후 발송 준비를 마치면 택배차가 와서 물건들을 실어간다. 익일 배송이 원칙으로 담당 직원은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고 주문을 체크한다.
이 부장의 시범 뒤 바로 포장 작업에 들어갔다.
단순히 제품 박스를 비닐봉지에 넣으면 되는 일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요령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품 박스를 세워 위에서부터 아래로 봉지를 씌우고, 봉지 안에는 약간의 공기를 남겨놓고 밀봉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과정에서 봉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봉지안에 약간의 공기가 남아 있으면 타 제품과의 마찰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간혹 배송지연이나 하자로 인한 고객불만을 접하곤 하는데 그럴 때는 퀵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참 동안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입구는 발송할 제품들로 가득 찼다.
홍 대표는 “35년간 이 사업을 이어 오고 있지만 요즘처럼 어느 한 제품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면 비싼 가격에 되파는 행위들을 보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70~8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가발과 완구 제조산업이 무너지고, 결국 국내 제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바뀌며 제품의 금액 낮추기가 어려워진 현실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홍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완구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고객 최우선주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한 사회 환원사업 역시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매장을 나오면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에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받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한상훈기자
사진=추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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