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 2013년 중순께 재정난의 1단계 수준인 현금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체적인 평가를 내놨다.
송도 68공구와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등 자산매각으로 1조 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했고, 분식회계 등으로 구멍 났던 재정을 모두 해결했다고 분석했다.
재정난 때문에 꿈조차 꾸지 못했던 신규사업도 일부 시작했다. 인천시는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대신할 원도심 저층주거지사업에 4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며 원도심 활성화에도 나섰다.
그러나 그것은 인천시의 섣부른 판단이자 축배였다. 인천시는 올해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여전히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예산에는 법적으로 꼭 세워야 하는 필수경비조차 다 세우지 못했다.
부채비율도 마지노선인 40%에 육박해 추가로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인천시의 재정난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인천시 ‘보릿고개’ 악순환
인천시가 힘겹게 올해 예산을 세웠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인천시의 올해 예산은 7조 7천644억 8천284만 원이다. 예산 규모는 지난해 본예산(7조 8천373억)과 비교해 숫자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차환채(7천83억 원) 등 지방채 발행규모(8천745억 원)를 감안하면 쓸 수 있는 재원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시가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추진하면서 각종 예산을 삭감한 탓에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예산은 복지분야다. 인천시가 세운 올해 예산 중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모두 2조 637억 원이다. 수치로만 보면 지난해 예산 1조 8천573억 원보다 11.1% 늘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예산 등 경직성 예산에 물가상승분이 반영돼 외형상 복지사업비 규모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다. 인천시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복지사업 중 상당 부분은 예산이 줄거나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출산장려금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보호자가 직접 자녀를 출산·입양할 경우 첫째 자녀 100만 원, 둘째 자녀 200만 원, 셋째 이후 자녀 300만 원 등 출산장려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15일께부터 출산장려금 지급을 중단하더니 올해는 아예 첫째·둘째 자녀 출산장려금 예산을 반영하지 못했다.
복지기관 운영 예산도 일부분 줄었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노인, 장애인, 아동관련 복지기관 종사자들은 ‘민생복지예산 삭감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인천시청 앞에서 예산삭감 반대투쟁과 1인 시위 등을 이어갔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입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AG) 경기장 운영수입 등 50억 원을 추가 반영해 복지예산 일부를 증액하려 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밖에도 재정 불안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인천시의 법정·의무경비 부족분은 7천억 원이 넘어서고 있다. 재난관리기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돈이 1천186억 원가량 되고 인천시교육청에 줘야 하는 취득세감면보전분 190억 원, 버스준공영제 예산 240억 원 등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다.
자산매각으로 채웠던 재원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각한 송도 6·8공구(9천222억 원),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각으로 인천교통공사에 매년 250억 원을 출연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시는 추가로 북항 배후단지 등 공유재산을 매각해 3천830억 원 상당의 세입을 늘릴 예정이지만, 매각 성사는 불투명하다.
■ 재정개혁 없이 재정난 해결 없다
재정난이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지만, 인천시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현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재정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매년 5천억 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게 시의 분석이다. 인천시 세입구조를 보면 지방세가 2조 6천억~2조 7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외수입은 1조 2천7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천700억 원가량 준다.
국고보조금은 2조 850억 원 가량 확보했다. 보통교부세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2천650억 원)보다 최소 1천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보통교부세를 더 받을 수 있다면 인천시 재정에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다.
문제는 인천시가 긴축재정을 하면서 예산을 짜고 있지만, 올해 예산에 법정경비를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는 군·구조정교부금 1천315억 원(3개월분), 인천대학교 전출금 150억 원(50%), 분권교부세 분 복지사업 121억 원(50%) 등 2천512억 원을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향후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입예산 규모는 5조 원 안팎, 법정·의무적 경비지출 등 경직성 세출 예산 규모는 5조 5천억 원 상당이기 때문에 매년 5천억 원가량 재원이 부족하다. 재정규모를 정상 세입규모로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지 않는다면 인천시는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박준하 시 기획관리실장은 “올해 예산에는 세입을 부풀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예산은 추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세입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며 “보통교부세는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중이어서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타 시도와의 관계를 고려해 연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재정위기 해법은 ‘재정분권’
인천시의 재정난을 옥죄는 것은 부채와 채무비율이다. 인천시의 지난해 말 기준 채무비율은 37.2%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37.4%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채무 비율이 40%를 넘는 지방정부를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해 예산 편성권과 지방채 발행 등 재정 자치권을 제한하는 ‘긴급재정관리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가 올해 예산에 차환채를 7천억 원 이상 편성한 것은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 부채로 전환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예산 규모가 줄면 채무비율이 40%를 넘을 가능성이 커 이를 낮추려는 방어 목적도 있다.
특히 올해는 인천AG 경기장 건설에 쓴 지방채의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인천시는 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 등 17개 경기장을 신설하는 데 모두 1조 7천224억 원을 썼다. 이 중 4천677억 원(27%)만 국비이고, 나머지 1조 2천523억 원(73%)은 지방채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비 등 기존 채무까지 더하면 2019년까지 매년 5천억 원이 넘는 빚을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시가 안정적인 재정환경을 만들려면 세원 발굴과 재정분권에 주력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박준복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지방재정의 해법은 재정분권”이라며 “현재 지방정부의 재원은 전체 국가 예산의 20%에 불과하다. 비중을 40%까지 늘여야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등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정부의 세입·세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세와 지방 세입 비율은 8대 2지만, 세출비율은 4대 6으로 세입과 세출구조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현재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방세의 비과세·감면비율을 국세 수준까지 낮출 것,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19.24%에서 21%까지 올려 지방세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천시는 리스·렌트 차량 등록지 인천 유치 확대,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카지노·체육진흥복권, 화력발전 세율 현실화 등 세원발굴과 세제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투자유치단을 신설해 투자유치 활성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인천시는 채무 비율을 올해 37.4%에서 2019년까지 29.1%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국환 시 정무부시장은 “현재로서는 긴축재정과 부채감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보통교부세 확보, 채무비율 기준 요건 조정 등 재정건전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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