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匠人 손에서 손으로 나를 위한 의자, 너를 위한 책상 세상 단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마술
생일과 기념일에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 받는다. 선물이 특별하다면 더 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 감동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틀이 없고 형식도 없다. 그저 의뢰인이 요구한 대로 만들어줄 뿐이다. 또 그들 손을 거치면 감정과 감동이 덧입혀진다.
그 특별함을 몸으로 체득하고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만든다는 김포의 ㈜RTF를 찾았다.
지난 29일 아침 일찍 찾은 가구공장은 투박하게 보이는 건물 한 채와 작은 컨테이너 2동으로 논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해가 새벽을 뚫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즈음 사무실이라고 적힌 컨테이너로 들어가자 유경석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유 대표는 “오늘 아침조회 때 직원들에게 다 이야기 해놨으니까 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내 뒤에 있는 관리부장 따라가”라고 말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만난 관리부장은 “우리 회사는 일반 가구 공장이랑은 달라”라며 “만들고 나면 정말 특이한 물건들이 나와”라며 말했다. 자신들이 만드는 가구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관리부장은 공장에 들어가기 전에 신고식(?)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쓰는 자재는 일반적으로 쓰는 자재가 아냐. 만져보고 한번 봐”라고 한 뒤 공장 한 쪽에 엉망으로 쌓여있는 자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관리부장은 장도리를 기자 손에 쥐어주고는 “자재가 너무 크면 이걸로 부수고 쌓아”라고 말한 뒤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에 불어오는 바람은 매섭고 차가웠다. 또 손에 쥐여진 장도리도 차가웠다. 하지만 ‘이왕 온 김에 제대로 해봐야지’라고 다짐하고 가구를 해체(?)하면서 자재들을 쌓기 시작했다. 작업을 하면서 관리부장의 말이 떠올렸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반 자재와 다르게 문양도 있었고 곡선의 형태를 가진 것도 있었다. 생소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더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관리부장이 “일 안하고 뭐해! 일을 하면서 봐야지”라고 핀잔했다.
이어 그는 “됐고 이제 우리 공장 보여줄게. 신기한 게 많을 거다”라고 말했다.
차가워진 몸을 이끌고 공장으로 들어섰다. 공장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마치 포탄이 떨어져 먼지가 일어나 시야가 안 보일 정도로 심하게 톱밥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또 공장내부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공장 한 가운데에는 특이한 모양으로 조립된 가구들이 진열 돼 있었다. 관리부장은 “저 가구들 우리가 만들었어.
뭔가 다르지 않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들이야. 오늘 1일 체험하지만 특별한 가구를 만드니까 너의 하루도 특별함 자체가 될꺼야”라고 말했다. 관리부장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이어 조립실로 들어섰다. 직원들 각자 특이한 모양의 가구들을 만들고 있었다. 조립실 팀장은 “여기서 다 만들어져. 다 처음 보는 디자인이지?”라며 “이곳에는 똑같은 게 없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넋 그만 놓고 보조를 하면서 전부 들여다 봐’라고 말한 뒤 공장 한 켠에 자재가 쌓인 곳으로 안내 했다.
10분가량 설명을 듣고 자재를 도면에 맞게 옮기기 시작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데 익숙치 않아서 종종 떨어뜨리고 꾸중도 들었다. 그렇게 서투른 작업을 하면서 다른 직원들이 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신기했다. 그들의 손에서 가구가 완성되는 과정에 넋을 잃기도 했다.
모 업체에서 주문한 고급 책상을 만들고 있던 한 직원과 대화를 하게 됐다. 그는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는 바로 앞에서 뚝딱 하나의 가구를 만들어 냈다. 과연 장인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장인인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땀과 톱밥가루로 얼굴이 누렇게 떴지만 손 기술은 섬세했고 정확했다. 이후 한 직원이 다가와 마스크를 건네며 “접착작업하러가요”라는 말과 함께 그가 작업하는 곳으로 이끌었다.
접착 작업은 보기에는 쉬웠다. 설계도면대로 잘려진 나무 자재
를 도면에 따라 접착하는 작업이다. 한손에 접착제를 들고
자재들을 이어서 붙였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옆에서 보던 직원이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A나무판과 B나무판을 이어붙일 때 틈이 없게 잘 눌러야지 접착이 잘 되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설명이 1분도 채 안돼서 실수를 저질렀다. 잘 누르지 못한 탓에 접착제가 잘 붙지 않아 굳어버린 것이다. 옆에 있던 직원은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얼굴에는 ‘다시 해야하네’라고 써있었다.
그렇게 1시간의 시간은 물 흐르듯 빠르게 흘러갔다. 처음보다는 제법 공장 안이 편해졌다. 하지만 공장 안에 날리는 톱밥가루 등은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었다.
조립실 팀장은 “이곳 작업 말고 이제 도장하는 곳 가봐. 그곳 팀장이 너 기다려”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간 얼마나 더 힘들지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바로 도장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장실에 들어서자 콧수염과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도장실 팀장과 조우했다. 팀장은 “가구 어때 ? 좀 특이하지 않아?”라며 “우리 회사 사람들 자부심이 정말 남달라.
나도 일하면서 어떨 때는 내가 갖고 싶더라고…”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시작된 작업 또한 처음 해보기는 마찬가지. 팀장은 몰딩작업의 장인이었다. 몰딩작업은 가구 표면에 틈을 없애는 작업으로 가구의 멋을 정점으로 끌어올려준다.
이음새를 마감하는 마감재의 냄새도 많이 나서 오랜 시간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몰딩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이어서 냄새가 나도 참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했다. 잘되지 않았다.
틈을 잘 메우려고 노력해봤지만 손이 따라주지 않았다. 솔직히 당시 배가 고파서 그랬다. 팀장은 손을 떨고 작업 속도가 늦어지자 “기술 익히려면 시간 좀 필요하겠네. 밥 먹고 하자”라고 말했다. 밥이 잔소리를 피하게 해주었다.
오후 1시부터 작업은 재개됐다. 몰딩 작업을 하려고 발을 옮기던 중 유 대표가 나를 불러 세웠다. 유 대표는 “우리 회사를 잠깐 보니까 어때?”라고 물었다. 유 대표에게 오전에 느꼈던 직원들의 자부심과 넋 놓고 본 상황을 말했다.
유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가구는 대부분 정말 특별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라며 “나는 우리 가구를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 기쁘기도 하고 도전정신이 생겨”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특별함을 설명했다. 그리고 일장 연설(?)이 끝난 후 유 대표는 “가구가 만들어 지는 과정은 대략 봤을 테니 이제 실제로 현장에 배달하고 와”라고 말했다.
지시에 따라 김포 H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향하게 됐다.
잘 포장된 가구들이 옮겨지면서 포장지 사이사이로 가구의 일부가 보였다.
특이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아웃렛 의류매장으로 옮겨진 이 가구들은 대략 50평이 넘는 규모의 매장에 전시된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최종 조립을 위해 이음새를 볼트로 조이며 2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다시 돌아온 공장에서 만난 유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더 멋진 디자인의 가구들을 보여주고 싶고 같이 만들었으면 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특이한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고 팔지만 나는 우리를 가구를 파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함을 전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은 가구를 건넨 그는 “오늘 일당이야.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니 용도는 곰곰이 가면서 생각해봐 그게 특별함이거든”이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몸을 실었다. 온 몸에 베인 나무자재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일당으로 받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당으로 받은 작은 가구의 정확한 용도(?)는 풀리지 않은 채 숙제로 남아있다. 새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무엇이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정민훈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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