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광주시 대농바이오영농조합 막걸리 제조공장

경기米·산삼 가득 名品 막걸리 승부
“물 건너온 맥주·와인에 우리 자식 기죽으면 되겠어?”

50대 이상은 물론이거니와 30~40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어린 시절 술에 대한 추억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양은 주전자에 술을 받아오라는 어르신들의 심부름 도중 달짝 지근하게 맛있는 맛에 자기도 모르게 홀짝 홀짝 마시다 횡설수설과 더불어 빈 주전자를 건네다 혼난 기억.

술 찌꺼기를 맛나게 먹다 결국 취기가 올라 고생했던 일 등등. 그같은 추억을 선사한 술은 다름아닌 막걸리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서 한잔, 회사 생활이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서 한잔, 그만큼 막걸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 술이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는 수입 맥주와 값싼 와인 등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자는 막걸리의 제조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고유의 전통 술 막걸리의 소비를 조금이나마 늘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막걸리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출입처인 경기도농업기술원에 전화를 걸었다. 도농기원에서 기술을 개발해 이전한 막걸리 제조업체를 소개받고 이튿날 아침 일찍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에 있는 대농바이오영농조합을 찾았다.

 

▲ 막걸리 제조 체험 전 고건주 공장장으로부터 제조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있다.

최미용 도농기원 지원기획과장과 이영수 대변인, 대농바이오에서 생산하는 ‘산삼가득 막걸리’를 개발한 이대형 박사도 함께 체험을 하자며 이곳에서 반갑게 기자를 맞이해 줬다. 체험에 앞서 황성헌 대농바이오 대표, 김태훈 이사와 함께 사전 미팅을 했다.

물맑은 광주지역에서 재배하는 6년근 산양산삼에 100% 경기미를 사용하는 막걸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대농바이오는 원래 새싹채소를 전문으로 하는 유기농 영농조합이었지만 2009년 끈질긴 구애 끝에 도농기원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산삼가득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사업에 발을 내딛게 됐다.

황 대표는 “수입쌀은 kg당 700원 가량 하지만 경기미는 2천원이 넘어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전통주 사업에 사실상 막차를 탄 상황에서 기존 제품들과 똑같은 막걸리로는 승부를 볼 수 없는 만큼 제대로된 막걸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양조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발효 중인 막걸리를 섞어주고 있다.

옆에 있던 이대형 박사도 한몫 거든다. 이 박사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산삼가득 막걸리는 마이크로웨이브(고주파)를 이용한 사포닌 함량이 증강된 산양산삼주의 제조방법을 이용한다”며 “그래서 향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 더 강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팅을 끝내고 김태훈 이사의 안내를 받아 제조공장으로 가 위생모와 위생복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체험에 나섰다. 공장에서 술 제조를 총괄하는 고건주 공장장을 만났다.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단다. 덧밥 만들기-담금(발효)과정-여과 제성-병입.

먼저 덧밥 만드는 과정에 들어갔다. 깨끗하게 씻어 불린 경기미 350kg을 들통에서 1시간 가량 져내 고두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냉각다이로 걷어낸 뒤 열기를 식혀낸다.

▲ 완제품으로 포장된 막걸리를 옮기고 있다.

그리고 발효실로 보내진 고두밥은 12~15일간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수시로 발효통을 저어주지 않으면 발효통 아래까지 잘 섞이지 않아 제대로된 맛이 나지 않는다고 고 공장장은 설명했다. 그래서 열심히 젓고 또 저었다.

한참을 젓고 있는데 퇴촌 토마토 생 막걸리의 맛을 보라며 한 사발 내어 준다. 토마토 향이 강하고 달짝 지근한 게 어린 시절에 맛보던 그 맛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한 사발 들이킨 후 술을 맑게 해 주는 제성기를 작동하고, 각 발효통의 온도를 맞추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온도 맞추기에도 도전해 봤다. 행여나 잘못되면 아까운 경기미와 산양삼이 한 순간에 못쓰는 재료가 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고 공장장은 “100% 경기미와 6년근 산양삼을 원재료로 쓰기 때문에 제대로된 술이 나올때까지 자식 돌보는 심정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며 “후발 주자인 만큼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그리고 1층 병입실로 자리를 옮겼다. 제대로 발효돼 여과 제성 과정을 거친 막걸리가 플라스틱 병에 담겨 지는 곳이다. 플라스틱 병을 기계에 넣으면 분당 120병의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기자는 찌그러진 병은 없는 지, 찌거기가 섞어 있지는 않은 지 꼼꼼하게 살피고 또 살폈다. 그리고 박스에 채워진 막걸리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마지막 남은 박스까지 옮겨 놓자 그제서야 오늘 체험은 끝이 났다.

 

▲ 경기米+산양삼이 가득한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다.

체험을 마치자 김태훈 이사가 시음실로 우리를 데려갔다. 지난해 우리술 품평회에서 1등을 차지한 전통주 별과 산양산삼 가득 막걸리, 토마토 생 막걸리 등을 조금씩 마시다 보니 취기가 올라왔다. 발효 과정상 내가 만든 술을 맛보는 영광은 얻지 못했지만 뭔가 일을 하나 제대로 끝냈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황 대표는 체험을 마친 기자에게 올해 목표를 전했다.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낸 양조 사업을 올해에는 25억원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모두 산양산삼과 경기미로 만든 술을 손쉽게 맛볼 수 있도록 유통망 관계 사업에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들어 수입산 맥주와 와인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에 비해 전통주는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전통주는 우리 농업과 문화가 결합된 복합 주류인 만큼 젊은 사람들이 외국산 주류만 고집하지 말고 전통주 소비에도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고, 우리도 젊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제대로된 전통주 만들기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맛보던 막걸리 맛을 기억에서 꺼내보려 시작한 체험. 늘상 술자리에 나서며 생각 없이 마시던 술의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술 역시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 제대로된 술로 재탄생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보름 뒤에는 내가 만든 막걸리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오늘 저녁에는 좋은 사람들과 막걸리를 한잔 기울이며 즐거운 추억 하나를 쌓아야 겠다.

김규태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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