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물놀이 천국~ 호루라기 목에 건 순간 방심은 금물!
여름 휴가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 가족ㆍ연인ㆍ친구들의 여름 최고의 피서지.
한번 입장하면 해가 질 때까지 나오기 싫은 곳. 놀이와 먹거리가 한 곳에서 해결되는 장소.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 바로 워터파크다.
일반인이 워터파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장면은 아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슬라이드. 물 폭탄, 튜브, 파도풀 등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고객들의 생명을 구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 있다. ‘라이프가드(lifeguard-인명 구조원)’이다.
고객들이 신나게 놀 때, 묵묵히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근무하는 라이프가드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아무리 직업이라도 인지상정이란 게 있는데, 혹시 자신도 놀고 싶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26일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공원 옆 원마운트 워터파크를 찾아 일일 라이프가드가 되어보았다. 결론은 ‘고객은 고객, 라이프가드는 라이프가드’였다.
■ 고객 몰려오기 전 청소·정리 바쁘다 바빠!
워터파크 고객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다. 하지만 오픈 출근조 라이프가드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한다. 전날 퇴근하면서 미리 세팅해 놓은 워터파크 내 풀 청소를 위해서다. 허겁지겁 출근 시간에 맞춰 도착한 나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워터파크로 향했다.
초등학교 이하 아이들을 위한 시설인 ‘판타스틱 플래스’에 들어가 청소 도구로 바닥 이곳, 저곳을 밀었다.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매일 라이프가드들이 청소를 한다.
10여분 지나자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청소도 청소지만 실내 워터파크라 평균 30도를 유지하는 기온이 덥게 만들었다. 또한 물이 있는 공간이라 습도 또한 심해 피부로 느끼는 더위는 30도가 넘는 것 같았다.
이곳 청소를 끝내고 바로 옆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했다. 호스를 이용해 물을 채웠는데 호스에서 나오는 수압이 생각보다 컸다. 손에 힘을 주지 않으면 수압 때문에 호스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후 선베드, 텐트 정리 및 주변을 돌며 혹시 떨어져 있을지 모르는 쓰레기 탐색에 나선 지 몇 분 후, 오픈 출근조가 아닌 이날 근무할 라이프가드들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 눈 코 뜰새 없는 ‘라이프가드’
원마운트 라이프가드는 ‘30분-30분-30분-대기’ 식으로 근무한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30분씩 3번 근무를 하고, 30분 휴식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정태균(30) 라이프가드 캡틴의 지시로 근무 장소에 배치됐다. 첫 번째 근무지는 카니발 비치(파도풀)였다.
이곳은 수심이 2m가량 되고, 인공적으로 파도를 만들기 때문에 ‘수상인명구조 자격증’ 소지자 위주로 근무한다.
자격증이 없는 나는 다른 라이프가드와 함께 근무 위치를 지켰다. 라이프가드는 레스큐 튜브(일명 구명튜브-빨간색)는 들고, 호루라기는 입에 물고 30분간 집중해서 파도풀을 주시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10시 10분께 중국인 단체 관광객 25여 명이 입장했다.
이 가운데 2명이 구명조끼와 수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파도풀에 들어서자, 초보 라이프가드인 나는 힘주어 호루라기를 불었다. 손짓, 몸짓을 써가며 구명조끼와 수모 착용을 알렸고 관광객도 수긍하고 파도풀에서 나갔다. 5분 뒤 이들은 구명조끼와 수모를 착용하고 파도풀에 몸을 던졌다.
워터파크에서 일하는 라이프가드는 항상 호루라기를 메고 다닌다. 이들은 한 번 불면 고객, 두 번은 동료, 세 번은 응급상황 등으로 신호를 정해 놓았다. 수시로 호루라기가 울리기 때문에 항상 귀를 쫑긋해야 한다고 정 캡틴은 설명했다.
파도풀에서 30분 근무를 마치고 투겔라이트(2명이 타는 슬라이드) 상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슬라이드를 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 근무지에서 기억해야 할 점으로 ‘모니터 주시’를 정 캡틴이 강조했다.
슬라이드 도착지점이 나오는 모니터를 주시한 뒤, 먼저 내려간 고객이 빠져나간 다음에 출발시켜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하단에서 30분 근무하다 드디어 휴식시간인 대기 시간을 맞았다.
■ 항상 물에 대한 경각심… 체력보다 정신력!
라이프가드 대기실에 들어서자 벽에 붙은 ‘물은 사람을 죽인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휴식을 취하는 라이프가드들이 이 글을 보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자는 의미로 붙여 놨다고 정 캡틴은 말했다.
정 캡틴은 “놀이동산은 안전벨트란 안전장치가 있지만 워터파크는 구명조끼밖에 없어 고객들이 위험에 노출되기가 더 쉽다”며 “라이프가드 근무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고 설명했다.
이곳 뿐만 아니라 라이프가드는 물과 관련된 직업이라, 물과 관련된 병을 안고 산다고 한다. 성인 남성이 군대에서 걸리는 무좀보다도 아프고, 한번 걸리면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물무좀’이다. 살을 파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이 심한 데 경력이 쌓이면 물무좀 극복 방안도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 “고객이 있어야 행복하다”
라이프가드 체험을 위해 찾은 26일 원마운트 워터파크는 다소 한산했다. 평일 오전이고, 학기가 시작된 3월 탓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가족 단위 고객들이 드문드문 찾았지만, 오후가 돼서도 “아! 많구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했다. 고객이 많을 때가 좋은지, 적을 때가 좋은지. 라이프가드가 아닌 일반인인 나는 고객이 적으면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라이프가드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오션월드에서 근무하다 이곳으로 이적한 지 5일째인 신재승(26)씨는 “(라이프가드들은) 고객이 많든 적든 사고 예방을 위해 항상 긴장하고 근무한다”며 “고객이 많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시간이 빨리 가는데, 적으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늦게 간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생명을 지키는 직업이라는 자긍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마운트 워터파크에는 고객 생명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는, 직업정신으로 똘똘 뭉친 라이프가드들이 일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오셔서 즐겁게 놀다 가시면 된다“고 말했다.
라이프가드는 자신의 목숨 보다 고객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없는 직업처럼 보이기도 했다.
올여름 워터파크를 간다면 그곳에서 만난 라이프가드에게 고생한다는 인사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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