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역사의 숨결 고스란히 귀에 쏙쏙~ 해설 ‘고군분투’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 드라마나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는 편이다.
때론 아이들과 박물관이나 역사 현장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역사에 자신있다고 자부했지만 유물 같은 세세한 것들은 잘 몰라 아이들이 물어보면 머리 속 지식을 총동원 해보지만 나 자신이 초라한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 국가유물을 소장한 조선조 최대 왕실사찰이었던 회암사지 박물관을 찾아 도슨트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 100여명 단체관람객 입장에 초보 도슨트 ‘초긴장’
도슨트 1일 체험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양주시 회정동에 자리잡은 회암사지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윤의현 박물관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윤 팀장은 도슨트 체험에 앞서 회암사지박물관 설립 과정부터 도슨트의 임무 등에 이르기까지 회암사지박물관의 모든 것을 기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했다.
회암사지박물관 건립 추진 당시부터 박물관이 완공되기까지 모든 것을 지켜봤던 기자는 개관 후에도 자주 찾던 곳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모르던 것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윤 팀장으로부터 박물관 도슨트임을 알리는 조끼를 지급받고 박물관 로비에서 이날 단체관람을 신청한 군부대 장병을 기다렸다.
오늘 단체관람 하는 장병들은 인근 덕정동의 육군 8802부대 장병들. 부대에서 실시하는 정신교육의 일환으로 장병들의 국가관과 역사의식 고취는 물론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의 역사를 알자는 취지에서 회암사지박물관 견학을 실시한 것으로 4월 28일 1차 115명이 방문한데 이어 이날 2차로 115명이 단체관람 하게 됐다.
오늘 해설을 담당한 도슨트는 김미란(51), 김효경(57) 선생님이었다. 두 분은 경력 3년차로 여유가 느껴졌지만 도슨트 경험이 처음인 기자로선 100명이 넘는 단체관람객을 맞이하려니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 이날 군부대에서 단체관람 한다는 소식을 들은 임영빈 단장(62)이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도슨트 일손을 도와주겠다며 지원을 나와 한 시름 놨다.
기자는 회암사지박물관과 소장 유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정식으로 도슨트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우선 임영빈 단장을 보조하면서 장병들의 관람 동선을 유도하며 질서유지를 맡기로 했다.
■ 관람객 인솔 1층 회암사의 역사부터 해설 시작
도슨트들이 해설하는 동선은 1층 회암사의 역사에서 시작해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모아놓은 ‘사라진 역사의 조각을 찾아서’를 거쳐 조선왕실 문화와 함께 회암사를 복원했을 때의 웅장한 모습과 회암사 건물들 하나하나를 아나운서들이 화상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는 입체 대가람을 관람하게 된다. 이어 2층에서는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기와, 도자기, 조선조 왕후들이 하사한 불교미술 순으로 둘러보게 구성돼 있다.
임영빈 단장은 자신이 맡은 1조 30여명의 장병들을 박물관 로비에 설치돼 있는 회암사지 복원도 앞으로 모았다. 기자가 옆에 다가서자 임 단장은 “기자가 1일 도슨트로 함께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임 단장은 회암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기 오신 장병들은 회암사가 왕실사찰이라는 사실만 알고 가셔도 충분하다”며 “회암사 대웅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한양 경복궁을 닮은게 아니고 시기적으로 봤을 때 고려 개성의 황궁을 닮은 것이 맞고 경복궁이 회암사를 닮았다 해야 맞는다”고 지적했다. 기자도 몰랐던 사실인데 병사들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박물관 내부 첫 번째 관문에 들어섰다. 회암사의 역사와 함께 하는 지공, 나옹, 무학대사 등 3대 화상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모아놓은 큰 회랑에 들어서자 장병들은 궁궐에서만 설치할 수 있었던 토수와 용수를 비롯해 봉황문 기와, 청동금탁을 보자 신기해 했다.
유물 전시실을 지나 회암사 복원 모형 앞에 들어서자 임 단장은 회암사의 당시 웅장했던 모습을 설명하면서 “아나운서들이 당시 회암사의 모습과 용도 등을 자세히 설명할텐데 나보다 더 나을 것”이라며 “한 20분쯤 걸리는데 보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감탄한다”며 웃었다.
기자도 장병들이 자리에 앉아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화상을 지켜봤다. 화상 설명이 시작되면서 회암사 건물을 복원한 모형판이 하나씩 움직였다. 대웅전 등 회암사 건물들이 하나하나씩 조명을 받으며 움직이고 화상의 아나운서들이 알기쉽게 설명을 하자 장병들은 당시 웅장했던 회암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장병들이 대가람을 지켜보는 동안 잠시 임 단장과 도슨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임 이정희 단장에 이어 도슨트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는 임 단장은 “회암사지박물관에 소장된 많은 유물들은 간단한 안내 표지판이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지만 수 백, 수 천년 세월이 지난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있는 유물들이 간직한 역사를 올곧이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 깨진 기와편에 숨어있는 회암사의 국제교류 증거를 찾아서
대가람 관람이 끝나자 장병들을 2층으로 인도했다. 오랜만의 바깥 외출이었는지 약간은 산만하기도 했지만 기자가 “이제 20분 정도면 관람이 다 끝나니 좋은 경험을 하고 가자”고 질서유지를 당부하자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임 단장은 전시장에 전시된 기와들을 가리키며 “여기에 전시된 깨진 기와편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기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도문자가 새겨져 있어요. 회암사가 지어질 때부터 벌써 국제적인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라며 또다시 열정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 3대 화상의 그림이 전시된 전시실로 이동했다. 장병들을 모두 수용하기 힘든 좁은 공간이어서 조금은 소란스럽기도 했지만 1층 입구에서 3대 화상에 대해 설명을 들어서인지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기자도 “3대 화상이 모두 그려진 목판화는 이것이 유일하다”고 설명하면서 “옆에 전시된 조선왕조 왕후들이 하사했던 금불화 등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 들”이라며 자세히 살펴볼 것을 유도했다. 2층에 전시된 유물을 모두 둘러본 장병들은 다시 1층에 모여 기자와 임 단장에게 인사하면서 오늘의 단체관람을 모두 마쳤다.
임 단장은 “군복무기간동안 몸 건강하고 나중에라도 전역하면 양주에 회암사지 박물관이 있다고 소개해 주고 다시 한번 더 찾아주시기 바란다”며 깨알같은 홍보를 잊지 않았다.
■ 길게 느껴졌던 도슨트 체험 3시간 만에 ‘성공’
3시간의 짧았던 도슨트 체험을 마치고 김미란ㆍ김효경 도슨트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도슨트들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요일별로 근무조를 편성해 주 1회 일반인과 단체관람객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해설은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등 하루 3회 하는데 단체예약이나 해설 요청이 있을 때에는 수시로 하기도 한다. 박물관을 전체를 돌며 해설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김미란씨는 “단체관람객이 몰리다 보면 1시간30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단체관람객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네 다섯번씩 해설을 반복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목도 뻣뻣해져 힘들기도 하지만 열정적인 해설에 많은 관람객들이 ‘설명 잘 들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면 어느덧 고단함은 눈녹듯 사라진다”며 “우리 지역 최고의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해설을 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김효경씨도 “2인1조로 주1회 도슨트로 활동하는 것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도슨트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길고도 짧았던 도슨트 체험은 전시실 입구에서 윤의현 박물관팀장과 임영빈 단장, 김미란ㆍ김효경 도슨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됐다.
양주=이종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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