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꽃피는 교정 “오늘도 하이파이브!” 행복 가르치고 배우는 ‘행복배움학교’… 미래형 인재육성 현장을 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인천의 교육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
특히 지난해 이청연 교육감 취임 이후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과 두발자유화 정책,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 등 새로운 교육정책이 도입되면서 인천의 교육은 단순 변화를 넘어 혁신의 단계로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로서 이들 새로운 교육 정책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심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학생들에게 실제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 끝에 행복배움학교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에 졸거나 엎드린 학생이 줄었을까?’, ‘누군가의 지적처럼 두발 자유화가 학생 탈선의 시작이 되지는 않을까?’, ‘행복배움학교에서 학생들은 정말 행복한 교육을 받는 것일까?’라는 세 가지 궁금증을 마음속에 품은 채 인천의 행복배움학교인 석남중학교에서 1일 교사 체험을 하게 됐다.
■ 교문지도? No! 아침맞이 교사·학생 ‘사랑의 인사’
스승의 날(5월 15일)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전 8시20분, 1일 교사 체험을 위해 인천시 서구의 석남중을 방문했다.
1~3학년생 710명이 재학 중인 석남중은 올해 처음 도입된 행복배움학교 10곳 중 1곳으로, 혁신학교의 기본 교육 철학인 ‘배움의 공동체’를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학교로 유명하다.
이날 석남중의 1일 교사로서 처음 체험해본 일은 바로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침 맞이’였다. 석남중에는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의 복장을 지적하고 지각하는 학생을 훈계하는 무서운 교사는 없다.
다만 등교하는 학생의 어깨를 두드리고, 손뼉을 마주치며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해주는 교사만이 있을 뿐이다.
솔직히 “안녕하세요”나 “안녕하십니까” 등의 인사말이 익숙한 상황에서 “사랑합니다”라는 석남중만의 인사말은 매우 어색했다. 그러나 밝은 표정의 학생들을 보면서 이 같은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석남중의 등교시간은 오전 8시50분으로 늦춰졌고, 30분에서 1시간 이상씩 더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 학생들의 어깨는 가벼워 보였다.
아침 맞이에 나선 교사들 옆으로는 학교 축구부가 학생의 생활 교육을 위한 ‘슬리퍼 NO’, ‘흡연 NO’ 등의 캠페인을 벌였다. 재치가 넘치는 한 축구부 학생은 “담배 피우면 나처럼 된다”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학생들의 즐거운 등굣길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1일 교사로서 낯선 학교의 어색함도 잠시, 등교하는 학생들의 밝은 모습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젖어들며 마치 교생 실습을 나온 예비 교사 마냥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김찬 석남중 교사는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 이후,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며 “아침맞이로 교사와 학생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고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에 졸거나 엎드린 학생도 사라져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 저마다 문제해결 몰두…시끌벅적 토론 수업
2학년 5반에서 진행된 10분간의 아침조회 이후 오전 9시10분부터 1교시가 시작됐다. 이날 1일 교사로 처음 경험해본 수업은 ‘기술·가정’으로 자격루의 원리를 실제 체험해보는 수행평가로 진행됐다.
자격루는 조선시대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로, 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그릇 4개와 물받이 그릇 2개, 12개의 잣대, 그리고 톱니바퀴, 자동 시보 장치로 이뤄진 시계다.
학생들은 조별로 수수깡 재질의 구슬 통로를 만들고 통과시키며 자격루의 원리와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STEAM(융합인재교육)’ 교육을 받았다.
시끌벅적한 수업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학생들 사이에 잡담은 전혀 없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을 벌였고, 교사는 정답으로 가는 길만 안내해 줄 뿐이었고 학년 공개수업으로 진행돼 이채로웠다.
석남중의 교사들은 매월 1회의 학년 공개수업을 통해 ‘수업디자인’을 하고 있다. 수업디자인은 교사들이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수업 방식을 연구해 진행하고, 동료 교사들이 이를 참관해 피드백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배움의 소리로 가득했던 45분간의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자격루의 원리를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1일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교사의 본분이 무엇인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권민수 석남중 교사는 “체험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어떻게 가르칠지와 무엇을 가르칠지를 연구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지만, 지금처럼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 직업으로서 ‘기자’ 소개…역시 연예기사 ‘폭풍 관심’
이날 1일 교사로서 아이들의 수업을 도맡아 체험에 나선 것은 4교시 ‘진로와 직업’ 수업 때였다. 학생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교사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며칠 동안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털어놓고도 수업 시간이 무려 20분이나 남아 난감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발표수업에서 1시간도 거뜬히 소화했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달랐다.
표현 하나하나에 ‘비속어는 없을까’, ‘학생들이 재미있어할지’,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것은 아닐지’ 등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러나 다행히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는 매우 높았다.
설명하는 것마다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만으로도 남은 수업 시간을 전부 채울 수 있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운동선수나 연예인 기사 이야기는 잠시나마 아이들의 폭풍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 학생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며 “곧 학교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이 학교를 방문해 해당 직업을 소개해주는 수업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도 관심을 두고 수업에 참여해야겠다”고 말했다.
■ 새 시대 맞는 ‘인천교육’ 현장 체험 값진 시간
점심시간과 오후 일정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후에는 침이 말라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학생들의 밝은 표정 속에 1일 교사가 아닌 정식 교사가 된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석남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졌던 세 가지 궁금증은 1일 체험을 통해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에 따라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 엎드려 졸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또 두발자유화라고 해서 탈선이 우려될 만큼 심각하게 머리색을 염색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머리스타일을 한 학생도 없었고, 자율적이고 개방된 행복배움학교만의 수업 분위기 속에 학생들의 표정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1일 교사 체험을 통해 석남중의 모습을 보며 인천교육이 이제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맞이했음을 다시금 느껴보는 계기가 됐다.
김형백 석남중 교장은 “행복배움학교도, 배움의 공동체도 모두 교육에 있어 정답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가 변화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 학력을 단순히 시험 성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창의력과 소통 능력 등 미래형 인재 능력을 포함한 학력 향상에 인천교육이 힘써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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