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한끼’ 내게 맡겨라… 달리는 레스토랑 시동
지난 18일 경기도청에 푸른색 트럭 두대가 등장했다.
이날부터 2주 동안 도청에서 운영되기로 한 푸드트럭이 경기도청 3별관에 자리를 잡고 운영에 들어갔다.
푸드트럭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완화 1호’로 지목되면서 그동안 법적 테두리가 없던 음지에서 이제는 제도권으로 자리잡은 사업이 됐다.
경기도도 청년취업 활성화와 창업지원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푸드트럭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계획으로 도청 내에서 푸드트럭을 시범 운영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기자는 경기도청에서 처음 푸드트럭이 영업을 시작한 날 체험을 통해 푸드트럭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봤다.
■ 대한민국 최초의 합법 푸드트럭 청년 경영인과의 만남
도청 규제개혁추진단을 통해 소개받은 푸드트럭 경영자는 이미 서울시와 안양시 등에서 영업신고증을 받은 대한민국 최초의 합법 푸드트럭 경영인이었다.
이 경영인은 지난해 7월 ‘푸드트럭 팩토리’라는 회사를 설립해 각종 언론과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면서 화제의 인물이 된 하혁 대표였다.
특히 하 대표는 기자와 같은 안양 출신이기도 하고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금새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젊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새 질투심(?)까지 들게 됐다.
하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푸드트럭 합법화를 추진하자 기존에 운영하던 영어학원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 추진해 대한민국 푸드트럭 경영인의 롤모델격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날 도청 현장에서 하 대표를 만나자마자 즐거운 분위기 속에 푸드트럭 체험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기자는 사실 푸드트럭이라는 단어보다는 어린 시절 지하철 역인근 같은 곳에서 봤던 스넥카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다. 길거리 음식의 대표격인 떡볶이나 순대, 잔치국수 등을 대형 트럭 안에서 사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상점이 많지 않던 시절 스넥카는 야간이나 이른 아침시간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요기를 담당해왔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 역시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이날 도청에서 운영된 푸드카는 연두색 색상의 차량으로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돼있었고 하 대표를 비롯한 4명의 직원들이 모두 푸른빛 색상으로 유니폼을 착용하는 등 과거의 스넥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직원들 역시 20대 초중반의 젊은층이어서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메뉴 또한 스웨덴핫도그, 허니치즈또띠아 등으로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메뉴가 준비되고 있었다.
특히 최근 TV 프로그램인 ‘꽃보다할배’가 그리스편을 방송하면서 그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 그리스 음식인 ‘지로스’도 마련돼 있었다.
처음보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일단 먹어보고 시작했다. 기자가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스로 판매되는 음식의 맛을 알아야 제대로 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맛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평평한 빵 안에 토마토와 떡갈비, 그리스식 요거트 소스를 넣고 만든 지로스는 처음 먹는 음식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점심꺼리가 될 정도로 포만감도 들었다. 시식을 마치고 바로 영업에 참여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차량에 올라 준비에 들어갔다.
■ “핫도그·치즈 또띠아·지로스~ 맛 좋은 영양간식 왔어요”
이날 도청에서 처음 운영되는 푸드트럭이기에 오전까지는 많은 손님이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푸드트럭 주변을 이동하던 도청 공무원들은 신선한 느낌의 연두색 차량이 도청 잔디밭과 조화를 이루면서 서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날 두대의 차량 중 한대에서는 스웨덴핫도그와 허니치즈또띠아가 판매됐고 비교적 고가(?)인 지로스가 나머지 한대의 차량에서 판매됐다. 기자는 지로스를 판매하는 하 대표와 한팀이 돼지로스 판매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푸드트럭 창업 준비과정은 5일간의 교육이 실시되지만 시간상의 이유로 오전에 간단히 지로스 만들기를 교육을 받았다. 푸드트럭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은 트럭의 운영과 메뉴의 개발, 선정, 영업허가 취득 등 다양한 과정의 5일간의 일정을 통해 교육받아야 한다.
이전에 법의 테두리 밖에서 운영되던 노점상과는 달리 푸드트럭의 경우 매달 식품안전성 검사도 받아야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그에 대비해 충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자는 바로 지로스 만들기에 들어갔다. 빵을 굽는 방법부터 소스를 빵에 바르고 고기패티를 준비하고 잘라 놓은 토마토를 올리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조심스레 배웠다.
빵도 앞면과 뒷면이 있어 손님들이 보기에 좋은 면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준비를 해야하고 은박지로 지로스를 포장할 때도 손님들이 포장을 벗기기 쉽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 음식점 못지않게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로스에 양파를 넣는 것도 이전에 생것을 넣다가 손님들이 양파냄새에 거부감을 느껴 구운 양파를 쓰기도 하는 등의 시행 착오를 거쳐 이제는 양파가 포함된 떡갈비 패티를 사용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부단한 노력이 엿보기도 했다.
오전에는 15명가량의 손님이 지로스를 구매했다. 반면 비교적 친근한 핫도그와 또띠아를 팔고 있는 옆 트럭에서는 90개 가깝게 판매가 이뤄졌다는 애기를 듣고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대형 행사장 같은 경우에서 영업을 할 경우 하루에 2천~3천개까지 판매가 이뤄진다는 얘기를 듣고는 놀라운 생각도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푸드트럭을 방문한 도청 공무원들은 미리 배부한 음료쿠폰까지 프린트해 와서 자신들의 기호에 맞춰 음식을 주문했다.
그에 따라 지로스를 만드는 기자의 손도 빨라졌다. 하 대표가 구워낸 패티를 소스를 바른 빵에 올려 포장을 하는 작업까지가 기자의 몫이었다. 하나 하나 주문량이 늘면서 포장하는 손길도 익숙해졌다.
한시간 남짓한 점심시간 동안 푸드트럭 직원들과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앞으로 성장할 푸드트럭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는 조금 한가해졌지만 기자가 푸드트럭 체험을 하는 동안 매출을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영업에도 나섰다.
친분이 있는 도의회 공보담당관실 직원들에게 연락해 푸드트럭에 단체로 방문하게도 하고 지나가는 공무원분들 중 친분이 있는 지성군 경기도 교육협력국장도 붙들어 직원들과 함께 지로스 매출에 힘을 보태도록 부탁을 하기도 했다.
방문한 직원들과 푸드트럭 앞에 설치된 파라솔에 앉아 푸드트럭 산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함께 하면서 이날 체험이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체험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손꼽히는 푸드트럭 산업에 발벗고 뛰어든 하 대표에 대한 존경심을 비롯해 아직까지 푸드트럭과 관련한 지자체의 정책이 안정되지 못해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 등 이색적인 경험과 정부정책의 명암에 대해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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