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보다 ‘취업 실패’ 더 두렵다”

취준생들 ‘스터디 룸’은 지금

▲ 11일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의 한 스터디룸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무더위, 메르스에 대한 공포 등과 싸우며 취업 시험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남들 다중시설 기피 분위기지만 밀폐 공간서 여럿이 함께 ‘열공’

무더위 속 ‘메르스 불안’보다 ‘좁은 취업문’ 현실이 더 공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꽉 막힌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메르스 공포보다도 올해 또다시 취업이 안 될까봐 더 두렵습니다”

11일 오전 10시께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한 스터디룸. 3~4층에 위치한 이곳에는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예약을 하기 위해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곳곳에는 ‘토익 스터디원 구합니다’, ‘승무원 입시 준비 같이 해요’ 등 스터디원을 모집한다는 문구가 적힌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4층에 위치한 10개의 스터디룸 중 한 곳에서 P씨(24) 등 4명이 2주일 뒤에 있을 소방공무원 3차 면접 시험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 차례씩 시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창문 하나 없이 밀폐된 좁은 방 안에서 함께 공부를 하면서도 “가까이 붙어 있다보니 메르스에 걸릴까 불안하기도 하지만 시험 합격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기자 지망생 K씨(25·여)도 하반기 공채 시험을 앞두고 1주일에 두 번씩 성균관대 부근에서 취업 스터디를 하고 있다.

K씨는 “6명의 스터디원들이 각각 수원과 안양, 사당 등 다른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고 있어 불안한 마음에 스터디를 미룰까 고민도 했지만, 취업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푸념했다.

무더운 날씨에 메르스까지 확산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고 있지만 하반기 공채 등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은 이를 애써 무시한 채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날 안산에 있는 한양대학교 인근 A스터디룸은 3시간 단위로 10개의 스터디룸 예약이 꽉 차 있었고, 안양역에 위치한 T스터디룸도 주말에는 13개 스터디룸이 부족할 정도로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일산 J스터디룸에는 메르스 확산 이전부터 스터디룸을 이용해오던 이용객 외에도 예약을 위한 문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다.

한 스터디룸 관계자는 “하계 인턴 채용이나 공채 시즌을 앞두고 있어 메르스 공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이용객들이 메르스에 신경쓰지 않고 취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나ㆍ한진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