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판교테크노밸리 체험 산학연 R&D센터 건설현장 감독

깐깐한 안전검측… 딴딴한 첨단 클러스터 ‘성큼’

▲ 현장감독과 함께 곤돌라에 탑승해 패널을 검측하고 있다.

기자를 하다 보면 건설 현장의 소장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물론 좋은 일보다는 기사와 관련해 안 좋은 일로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사회부 기자 시절 국내 대형건설사 현장 소장이 하소연하던 일이 생각난다. 민원인의 제보로 취재했는데 당시 그 현장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건설하는 사람은 모두 죄인이냐?”라며 “공사하기도 어려운데 민원인들에 기자 양반까지 찾아와서 너무 힘들게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건설 현장 소장은 공사장내 인원들에 대한 안전문제는 기본이고 공사 과정, 자금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사령탑이다. 건설 현장 체험을 위해 이전에도 수차례 섭외를 시도한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의 건설사가 현장 노출을 꺼려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기자 1일 현장체험’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경기도시공사에 체험할 현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경기도시공사 홍보팀장은 바로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일정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자는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다.

1일 오전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1번 게이트. 대형트럭이 자재를 하차하고 있었다. 입구 직원은 경기일보 기자임을 확인하고 게이트 초소로 안내했다. 직원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체온계로 체온을 체크한 뒤 손 세정제로 소독을 하고 마스크와 헬멧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정연하 경기도시공사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개발사업소 소장과 시공사의 박현섭 현장 소장이 안내를 위해 입구로 나왔다. 정연하 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후 작업을 시작하자고 했다. 그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정 소장은 이번 사업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그는 “판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의 위수탁을 받아 경기도시공사가 조성 및 공급을 했으며 현재 870개 기업과 6만여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컨트널 검측을 하기 위해 곤돌라에 탑승해 검측 장소로 올라가고 있다.

이어 정 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건립 사업은 판교택지개발지구 연구지원용지 SB-1 블록에 위치하고 있으며 1만7천364㎡ 부지에 사업비는 1천231억원, 규모는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5만4천75㎡로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첨단기업체와 연구소, 경기도 소재 대학 연구센터를 잇는 네트워크 연구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정 소장은 소개했다.

특히 그는 “‘판교 산학연 R&D센터’가 건립되면 인근에 있는 글로벌 R&D센터와 비즈니스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더불어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명을 듣던 기자는 “아예 원래 임창열 전 지사가 지금보다 5배 더 큰 규모로 조성하려던 것인데 사업이 많이 축소된 거죠”라고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체했다.

정 소장은 “관련 분야의 수요가 몰리면서 경기도시공사는 LH와 공동으로 제2 판교테크노밸리인 넥스트 판교(판교 창조경제밸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트 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 바로 북측에 인접한 142만1천487㎡ 부지에 750여개의 첨단기업이 입주하게 되며 지금의 판교테크노밸리와 함께 세계적인 첨단 클러스터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내년 초에 착공될 예정이다.

정 소장은 기자에게 “사업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숙지했으면 곧바로 ‘위험성평가회의’를 진행하는 장소로 이동하겠다”고 했다.

‘판교 산학연 R&D센터’ 건립공사에는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비롯해 37개 협력체에서 일평균 280여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시공사는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공사감독과 시공사, 협력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위험요인을 찾고 예방대책을 강구하는 위험성평가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회의장에는 협력업체를 비롯한 20여명의 공정별 책임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 소장과 기자가 착석하자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진행하는 주요 작업 사항과 협조 사항을 설명한 뒤 해당 협력업체 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유리시공과 장비 도입 위치, 위험작업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이어졌다. 공정별, 업체별 협의가 끝나자 정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관계 업체 간 협조 사항에 대해 체크하고 철거 계획에 따라 안전하게 작업을 하라”고 말한 뒤 “작업 하는 인원이 많고 작업자 내부가 복잡한 상황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신규 작업자가 많다. 안전 교육을 철저히 시켜 개인장구 착용을 하지 않을 경우 ‘1out(아웃)제’를 실시하라”며 “현재까지 무재해로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 남은 6개월여도 사고 없이 작업이 될 수 있도로 다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개발사업소 소장으로부터 판교테크노밸리 사업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판교 산학연 R&D센터’ 현장은 고난도, 고위험공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공사 시작 전에 각 위험 공종 전문가를 통해 사용 기술 및 시공 방법 등 위험공종에 대한 안전관리 및 방향의 적정성을 사전 검토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고 있다.

회의를 마치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기자가 본격적으로 하게 될 일은 ‘안전검측’이라 했다. 작업장으로 나서는데 빨간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른 작업자들이 일할 때 안전 사항을 점검했다. 정말 이 현장에는 작업모와 벨트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고 작업 환경도 매우 깔끔했다.

기자는 정 소장에게 “저도 현장을 많이 다녀 봤지만 정말 여기는 정돈이 잘 돼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소장은 “아마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전감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안전감리 용역을 별도 발주해 현재 안전전문 감리가 현장에 상주하면서 감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한 현장에는 ‘안전지킴이’ 3명이 고용돼 수시로 작업자들의 안전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방공기업 최초로 지난 2012년 건설업 KOSHA18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를 취득하는 등 안전관련 분야에서 남다른 노력과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기자에게 주어진 작업은 곤돌라를 타고 외부 패널 등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벨트를 착용하고 곤돌라의 생명줄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과거에는 안전고리를 곤돌라에 걸었는데 현재는 곤돌라가 추락할 경우 동반 추락을 막고자 별도의 생명줄을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윤보국 현장감독이 곤돌라에 탑승하기 전에 이날 검측해야 할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윤 감독이 설명해 주는 용어들은 기자에겐 너무도 생소했다. 윤 감독은 “오늘 작업은 컨트널 검측이라고 하는데 패널의 이음 부분이나 나사의 실란트 처리 등의 공정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나사를 박는데 하나하나 실란트 작업을 해야 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윤 감독은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경기도시공사가 특별히 시공사에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곤돌라에 탑승해 위로 상승하면서 좌우로 미동이 살짝 느껴졌다. 약간 겁도 났지만 윤 감독의 열정적인 설명과 확인 사항에 대한 지시를 듣느라 무서움도 잊게 됐다. 정말 깐깐하게 하는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검측 작업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와 시공사 대림사업 박현섭 소장에게 한마디 건넜다. “소장님 일하시기 만만치 않으시겠어요”라고 묻자, 박 소장은 “솔직히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준공된 후 이 근처를 지날 때면 이거 내가 지은 거지라는 자부심이 생길 정도로 누구한테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의 건물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는 하루 경험한 것이지만 ‘판교 산학연 R&D센터’를 올 때마다 이거 내가 검측한 건물이다는 묘한 자부심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경기도시공사 홍보팀장과 현장소장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장의 문을 개방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할 때 정돈 안 되고 어수선하던 말 그대로 ‘이판사판 공사판’은 정말 옛말이 됐다. 앞으로 건설 현장에는 안 좋은 뉴스보다는 좋은 뉴스를 전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최원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