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 대원

시민 안전 우리가 지킨다! 열혈 ‘포캅스’

운전 중 경찰차를 발견하거나, 길을 걷다 순찰 중인 경찰관을 맞닥뜨리면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안전벨트는 제대로 맺는지, 혹시 교통 법규를 위반한 건 아닌지, 무심코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리진 않았는지 허둥대게 마련.

평소의 위압적인 이미지와 달리 체험을 통해 느낀 경찰은 시민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뒤치다꺼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고마운 존재였다.

밀려드는 시민들의 민원 전화들로 쉴새 없이 바빴던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 대원으로서 겪은 생생한 리얼 체험기를 소개한다.

■ “사건·사고 다발 지역… 젊은 경찰관 많은 편” 뭔가 다이나믹한 하루? ‘두근두근’

“박 기자님, 오늘 가능지구대에서 1일 체험하신다면서요. 아마 긴장 제대로 하셔야 할걸요” 의정부 가능지구대에서 경찰관 1일 체험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김영찬 경정을 비롯한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홍보계 직원들은 은근히 겁을 줬다.

가능지구대가 지난해 경기 지역 전체 지구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신고율을 기록할 만큼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은근한 긴장감과 설렘이 느껴졌다.

▲ 지난 14일 의정부 가능지구대에서 최원준 경감(왼쪽)으로부터 순찰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4일 밤 10시께 1일 체험을 하기 위해 의정부 가능지구대에 도착했다. 이날 야간 근무를 총괄한 최원준 경감으로부터 순찰 지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체험에 착수했다. 첫 순찰 파트너는 김경윤 경사(35), 임선형 순경(31), 박정민 순경(30) 등 30대 중반 미만의 젊은 경찰관들이었다.

별생각 없이 ‘젊은 경찰분들이 참 많네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최 경감은 “사건 사고도 많고 취객들의 싸움을 말리는 등 불가피하게 완력을 사용해야 할 일도 많다 보니 젊은 경찰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왠지 다이나믹(?)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느끼는 철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순찰차에 올랐다.

■ 긴급 상황! “엄마가 마포대교에…”

순찰차에 앉자마자 신고 민원이 빗발쳤다. 서울 마포대교에서 엄마가 자살을 기도할 것 같다며 딸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신고한 것.

곧바로 서울 마포경찰서와 공조연락을 취한 뒤 딸을 만나러 출동했다. 다행스럽게도 신고자인 딸을 만나자마자 마포서로부터 엄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낭보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무전기를 통해 외부에서 순찰중인 경찰관에게 특이사항 여부를 듣고 있다.

하지만 의정부 중심가 복판에서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경찰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해대는 취객들의 시비까지 감당해야했다. 순찰차에 올라 경찰관이 된 지 1년도 채 안 된 두 명의 신입 경찰관들에게 ‘꿈꾸던 경찰관의 업무와는 거리가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이에 임선형 순경과 박정민 순경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잖아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신입 경찰관의 의젓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대답에 기자의 자긍심을 갖고 일했던 신입 기자 시절이 떠올랐다. 또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린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 치밀한 수사, 흉악범죄와 맞짱? 묵묵히 공공질서·치안 수행…경찰관들 노고에 박수

밤 10시~12시까지 진행된 1차 순찰을 마친 뒤, 이어 2차 순찰에서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경찰인 오기준 경위(51)와 손종한 경사(41)와 동행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이 2~3시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해 찾아달라는 부모의 요청에는 사실 짜증도 치밀었다.

외박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기자와 정반대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며 술을 마시러 나간 아들을 찾아 한 시간 넘게 모기떼의 습격을 받으며 위치를 추적하고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잠든 취객을 순찰차에 태워 귀가시키기까지…. 여름밤은 너무 길었다.

▲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하기 위해 순찰차에 탑승하고 있다.

새벽 3시까지 진행된 짧은 지구대 경찰관 체험은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치밀한 수사를 통해 흉악범을 검거하고 범죄 조직과 맞서 싸우는 영화 속 경찰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의 연속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신입 경찰관의 말처럼 시민들이 요구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는 경찰관들이 있기에 사회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공공의 질서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민수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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