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오산 ㈜닉스월드 폐현수막 가공·생산공정 사원

폐현수막! 버리면 쓰레기~ 재활용하면 환경사랑~

▲ 기자(왼쪽)와 김병한 이사가 현수막에서 PP끈과 고정목을 분리한 뒤 현수막을 50장씩 포개 정리하고 있다.

운전을 하거나 길거리를 다니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게 ‘현수막’이다.

특히 교차로나 사거리 등 시야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은 지자체 행사를 알리는 것에서부터 개업 안내, 아파트 분양, 사원 모집 등 내용이 다양하다. 이들 현수막은 정보제공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량으로 설치돼 일부 지자체에서는 ‘현수막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3∼4주 동안 거리에 붙어 있다 떼어지는 길거리 현수막들. 용도를 다한 폐현수막은 지자체에서 회수해 대부분 소각 등을 통해 처리되고 일부는 재활용된다고 한다.

폐현수막을 이용해 로프와 장바구니, 앞치마 등 다양한 리폼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는 정보를 수소문해 ‘(주)닉스월드’라는 기업을 찾았다.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내에 공장을 둔 (주)닉스월드 방문해 폐현수막의 가공과 생산공정을 체험했다.

■ 폭염 속 마음가짐 ‘굳건’ 본격 작업 시작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일 오후 1시께 (주)닉스월드를 찾았다.

공장 앞마당에는 폐현수막을 가득 실은 트럭에서 하역작업이 한창이고, 한편에선 젖은 현수막을 햇볕에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병한 이사의 안내로 공장 한쪽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공장 현황과 작업 공정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듣고 생산 제품들을 살펴보았다.

김 이사에 따르면 1년에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현수막은 대략 5천t으로 대부분 소각 처리되고 재활용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2011년 오산 가장산업단지에서 창립한 (주)닉스월드는 폐현수막 재활용 업체로는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의 기술력과 규모를 갖췄다고 한다.

(주)닉스월드는 오산시 및 인근의 화성·안산·평택시 등에서 수거한 폐현수막을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 천로프, 줄넘기, 청소용 마대, 앞치마, 시장바구니 등 10여 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천로프와 반사로프는 그 쓰임새가 광범위해 (주)닉스월드의 주력 생산품. 여름용 작업복인 티셔츠로 갈아입고 로프를 생산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체험해보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보기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라는 김 이사의 염려 섞인(?) 조언을 들으며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 7단계 공정 거들다 보니 어느새 땀으로 ‘흠뻑’

10여 명의 직원이 작업하는 공장 안은 바깥 기온이 워낙 높아서인지 상대적으로 덜 더웠다. 하지만 로프를 꼬는 기계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요란했다.

로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총 7단계의 공정을 거치는데 현수막에서 PP끈과 고정목을 분리하는 공정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PP끈 분리는 현수막 5∼6장을 겹쳐놓고 가위를 이용해 고정목에서 PP끈을 제거하는 작업인데 가위가 잘 들지 않아 두 번, 세 번 힘을 줘도 PP끈이 끊기지 않았다. 첫 작업부터 낭패가 찾아왔다.

기자의 낑낑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주성 공장장이 가위를 잡는 방법과 PP끈을 자르는 요령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 몇 번의 시연을 해준 후에야 한 번의 가위질에 PP끈을 자를 수 있었다. 김 공장장과 함께 10여 분 남짓 작업을 했는데, 바닥에는 잘려나간 PP끈이 수북이 쌓였고 이를 마대에 담아 옮긴 후에 같은 작업이 반복됐다.

다음은 고정목을 제거하는 공정으로 PP끈을 제거한 현수막 10여 장을 포개놓고 현수막과 고정목 사이에 쇠 자를 대고 칼로 자르는 작업이다.

이 작업 역시 직원들은 단 한 번의 칼질로 고정목이 깨끗하게 잘려나가는데 2∼3번 칼질을 반복하기를 몇 차례 한 이후에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직원들의 작업에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계속된 수작업으로 어느 사이에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할 만하죠?”라며 수건을 건네는 김병한 이사의 농담 섞인 위로를 들으며 다음 공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이사는 “지금까지 체험한 작업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입니다. 보통 현수막 1t을 작업하는데 5∼6명의 직원을 투입,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라며 “그래도 이번에 들어온 현수막은 가지런하게 정리된 것이라 작업이 수월했지만, 현수막끼리 엉킨 상태로 들어오면 작업하는 데 시간이 배로 들어가 어렵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 로프를 만들기 위해 3개의 현수막을 하나로 꼬는 1차 연사작업에서 현수막이 꼬이지 않도록 잡고 있다.

■ 버려지는 폐기물이 생활 속 ‘안전 일등공신’으로

PP끈과 고정목을 제거한 현수막은 50장씩 포개서 정리한 후 낱개의 현수막을 일렬로 연결하는 재봉작업을 한다. 이 작업 역시 보기에는 단순하고 쉬운 것 같았지만, 막상 재봉틀에 앉으니 손과 발이 따로 움직이고 몇 번을 시도한 후에야 2∼3장의 현수막을 연결할 수 있었다.

재봉작업까지 마친 현수막은 다음 공정부터는 기계에 의해서 작업이 진행된다. 일렬로 연결된 현수막은 로프를 만들기 위해 폭이 약 7cm 단위로 재단을 하는데 이 작업은 열선재단기가 맡는다.

열선재단기에서 7cm 단위로 재단돼 둥글게 말려 나온 현수막은 두 단계를 거쳐 최종 완제품인 ‘천로프’로 재탄생하게 된다. 먼저 1차 가공공정으로 7cm 단위로 재단된 현수막 3개를 한데로 꼬는 연사가공을 통해 로프의 낱줄을 만들고 이 낱줄을 2차 가공해 최종적으로 천로프를 생산한다.

(주)닉스월드에서는 10mm∼24mm 단위의 다양한 천로프를 주문 생산하는데 12mm와 16mm 로프가 주력 생산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천로프는 공원산책로, 울타리, 부지경계, 놀이터, 골프장 코스관리용 등으로 납품된다.

특히, 천로프에 특수 코팅된 반사천을 접목해 만든 ‘반사로프’는 낮에는 햇빛을 반사, 어두운 곳에서 조명을 받으면 빛을 발산하는 특징으로 건설 현장이나 행사장, 공공장소, 위험지대 등에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 완성된 로프가 제품으로 제작되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 사회적기업 목적 실천 ‘정직한 땀방울’ 값진 체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현수막이 도대체 어떻게 처리되나?’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공장에서 4시간 정도의 체험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주)닉스월드에서는 ‘폐현수막’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그냥 ‘현수막’이라고 부른다. 김 이사에 따르면 남들이 볼 때 기한이 지난 현수막을 그저 못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나 폐기물로 생각하지만, 우리에게는 로프를 생산하는 소중한 원료이자 재료이기 때문이라고.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한 (주)닉스월드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도 함께 실현하는 기업을 지향하는 착한 기업이다.

처음 공장을 찾았을 때 거슬릴 정도로 요란했던 기계 소리가 체험을 마칠 즈음에 열정과 정직한 땀방울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생각에 마치 신명나는 노랫가락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오산=강경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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